[기자수첩] 2년 연속 병원계가 보여준 ‘눈물’의 수가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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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년 연속 병원계가 보여준 ‘눈물’의 수가협상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6.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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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식 병원신문 취재기자.
정윤식 병원신문 취재기자.

[병원신문=정윤식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 간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 환산지수협상)’이 평균 인상률 1.65%로 마무리됐다.

의원 유형이 1.6% 제안에 반발하며 유일하게 결렬을 선언한 가운데 한의 유형, 치과 유형, 약국 유형 등이 타결 도장을 찍었고 그 뒤를 이어 병원 유형이 1.2%(요양·정신병원 1.3%) 인상안을 고심 끝에 수용했다.

병원계 입장에서는 현장 체감 물가와 운영비 증가 폭을 고려하면 절대로 만족하기 어려운 수치였으나, 대한병원협회는 협상 결렬 대신 타결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히 0.1%의 수치를 더 얻어내기 위한 줄다리기를 함부로 포기한 것이 아니라, 의료 현장의 중추를 담당하는 병원계가 지역 및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내린 결단으로 읽힌다.

대한병원협회의 대승적 결단과 양보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026년도 수가협상에서도 병원계는 1.9% 인상률로 타결을 선택했다.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 유형 타결이라는 유의미한 기록을 8년 만에 세웠으나, 병원들의 속사정은 여유롭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짙게 묻어난 결과였다.

의정 사태가 본격화되며 의료 이용량과 진료비 수입에 전례 없는 변동이 생겼고, 현장의 혼란은 극도에 달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경영 손실이 인상률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병원계는 가장 늦은 시간까지 협상장에 남아 타결을 이뤄냈다.

전 국민이 의료 공백으로 고통받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보건의료의 핵심 축으로서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건보공단 측도 이러한 병원계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2026년도 수가협상 종료 직후 열린 전문기자단 간담회에서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올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 모든 유형이 타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공급자단체의 전례 없는 양보와 결단 특히, 대한병원협회의 중심적인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역시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에서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 건보공단 모두 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한 발씩 양보한 새로운 협상 문화를 마련하는 전기가 됐다”며 의료계의 희생을 거론했다.

하지만 올해 2027년도 수가협상에서 병원계가 처한 현실은 더욱 어두웠다.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전공의 사태 장기화로 대체 인력 확보 경쟁이 벌어지며 운영비 지출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아울러 정부가 지급한 비상진료체계 한시적 지원금이 진료비 증가분으로 잡혀 환산지수 산정 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구조적 모순까지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낮은 밴드(추가 소요 재정) 규모를 두고 결렬을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공급자단체에서 나오고 있던 상황.

이는 대한병원협회도 결렬까지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의미한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역대 최저 수준의 밴드 앞에서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럼에도 대한병원협회가 최종 타결을 결정한 배경에는 단기적인 소수점 인상률에 매몰되기보다, 정부가 추진하는 병원 구조전환 및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라는 더 큰 틀의 거시적 정책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대승적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피를 토하는 심정의 고통 속에서 눈물을 머금으며 내린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계는 2년 연속 수가협상의 중요한 길목에서 결정적일 때마다 ‘맏형’다운 희생을 통해 ‘큰형’의 면모를 보여줬다.

대한병원협회는 소통과 이해, 양보와 배려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국민 건강이라는 명분을 지키려 했다.

즉, 병원계의 선택은 경영 상황이 나아져서가 아니라 무너져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체계를 재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된 셈이다.

벼랑 끝에 선 병원계의 2년 연속 수가협상 ‘타결’ 도장의 인주가 눈물겨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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