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진료 차질 막기 위한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 환경이 가장 중요
과보상 통제 및 저보상 영역 재정 투입하는 상대가치 연계 지속 추진
[병원신문=정윤식 기자] 6번의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 환산지수협상)을 경험하고 곧 퇴장을 앞둔 베테랑 노장이 향후 협상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을 핵심 고려 요소 중 하나로 ‘의료 인프라 유지’를 꼽았다.
국민들이 진료 차질 없이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의료인프라 유지가 가능한 수준으로 수가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국민의 부담 능력과 건강보험 전체 재정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는 6월 10일 전문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2027년도 수가협상 과정의 뒷이야기와 남겨진 과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단편적인 협상 결과를 넘어 결렬 및 타결 이면에 작용한 각종 지표를 비롯해 건강보험 재정의 현주소와 향후 수가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선, 김남훈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협상에서 의원 유형이 유일하게 결렬된 주요 원인은 수가 인상 폭에 대한 인식 차이였다.
예년보다 추가소요재정에 대한 가입자와 공급자의 간극이 더욱 컸던 만큼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정한 1.65%의 전체 밴드 내에서 순위와 격차를 고려한 합리적인 협상이 진행됐지만, 이를 의원 유형이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
김남훈 이사는 “의원 유형은 전체 밴드가 1.65%로 전년보다 낮은 상황에서 순위가 4위였기 때문에 4위 유형에 맞게끔 1.6%라는 합리적인 인상률을 배분했으나 아쉽게 결렬됐다”며 “반면에 병원 유형의 경우 1.2%의 낮은 인상률임에도 그중 0.1%를 필수의료 및 저평가 항목에 투입하기로 합의했고,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병원 구조전환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결단을 내려줬다”라고 말했다.
밴드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결정된 것과 관련해 거시지표 하락과 재정 위기를 지목한 김남훈 이사다.
전년도 GDP와 MEI가 낮게 산출된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수입보다 지출 증가 폭이 커지는 등 건강보험 재정 상황이 밴드 설정에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것.
이날 간담회에서 김남훈 이사는 매년 반복되는 수가협상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환산지수 기능에 대한 시각차를 언급했다.
의료계는 환산지수를 의료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기전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가입자는 전체 진료비 규모와 재정 관리 수단으로 인식하기 때문.
실제로 건보공단은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올해 홍석철 서울대학교 교수가 개발한 BAP 모형을 처음 적용해 참고값으로 제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건보공단은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BAP(Balanced Adjustment Process) 모형을 고도화해 미래 대비가 가능한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환산지수와 상대가치 연계 기조 역시 유지될 전망이다.
김남훈 이사는 “환산지수를 그대로 적용하면 과보상된 영역은 보상 수준이 더 올라가고 저보상된 쪽은 더 낮게 적용되는 불균형이 심화된다”며 “필수의료 및 저보상 행위에 재정을 투입하는 상대가치 연계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협상에서 타결된 치과·한의 유형의 부대결의안은 보건복지부 및 의약 단체와 논의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원활히 이행될 것이라는 게 김 이사의 전망이다.
특히, 김남훈 이사는 앞으로의 수가협상에서 건보공단이 고려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의료 인프라 유지 △국민의 부담 능력 △감당 가능한 건강보험 재정을 제시했다.
김남훈 이사는 “국민들이 진료 차질을 받지 않는 선에서 충분하고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인프라와 환경이 만들어지는 세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핵심”이라며 “이 같은 인프라가 만들어지려면 국민의 부담과 건강보험 전체 재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이사는 더 나은 수가협상 제도가 되도록 가입자, 공급자, 보험자, 정부가 지혜를 모아나가길 바란다는 당부로 여섯 차례의 수가협상을 경험한 소회를 마무리했다.
김 이사는 “매년 5월이 되면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머리가 아팠다”며 “실장으로 3번, 단장으로서 3번, 총 6번의 수가협상을 진행하면서 코로나19, 의대정원 문제 등이 연달아 발생해 녹록지 않았으나 늘 의료계와 재정소위가 균형을 잘 잡아줘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서로 비난이 적어지는 수가협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상호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협상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