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복지부 '의사 인력 확충' 합의?…거세지는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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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복지부 '의사 인력 확충' 합의?…거세지는 ‘후폭풍’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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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안협의체 합의 관련 의협 입장문에도 의료계 내부 의구심 증폭
서울시의사회·경기도의사회·전국의사총연합 등 성명 통해 설명 촉구
제10차 대한의사협회-보건복지부 의료현안협의체. (사진=연합).
제10차 대한의사협회-보건복지부 의료현안협의체. (사진=연합).

대한의사협회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사 인력 확충 논의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 집행부를 비판하는 의료계 내부 목소리가 서서히 들끓고 있다.

말 그대로 ‘후폭풍’이 시작된 것.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월 8일 ‘의료현안협의체 제10차 회의’에서 △필수의료·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적정한 의사 인력 확충방안 논의 △확충 의사 인력의 필수의료·지역의료 유입 방안 마련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 등에 합의했다.

특히 양측은 의사 인력 확충방안 논의를 위해 6월 중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포럼’을 구성해 적정 의사 수를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합의한 집행부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도의사회는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사 수를 더 늘리려는 정부 정책은 지금도 높은 과밀화와 의사 인력 불균형 및 저수가를 심화시키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그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던 의협의 주장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보건복지부와 의협의 의대 정원 확충 합의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며 규탄 성명을 냈다.

전의총은 “2020년 전국의사총파업을 통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던 의대 정원 논의가 주먹구구식으로 합의된 것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진짜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면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서로 가겠다고 경쟁하는 정책을 만들어야지, 그저 ‘공급을 늘리면 된다’라는 원초적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즉, 의사정원 확충은 의료정책에 있어서 만능 치트키가 절대 아니라는 의미다.

전의총은 “의대 정원은 의료시스템 붕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인 교육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돼 있는데, 실제로 확충 가능성이 언론에 일부 나오는 것만으로 벌써 이공계 인재들이 대학을 자퇴하고 의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무책임하게 의대 정원을 늘렸다가는 그나마 겨우 버티고 있는 이공계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의총은 이어 “의대 정원 확대 저지는 2023년 의협 대의원회의 명확한 수임 사항인데 집행부가 이를 어겼다”며 “복지부와 의협의 주먹구구식 합의를 다시 한 번 재고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이처럼 의료계 내부에서 반발 움직임이 격해지자 의협은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관련 입장문을 통해 집행부의 뜻을 회원들에게 설명했다.

회의 당시 의협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분야에 우수한 의사 인력이 자발적으로 진출하고 유입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복지부는 이에 동의하며 의사 인력 재배치를 포함한 확충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바, 함께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복지부의 제안에 의협은 다시 한번 각종 전제 사항이 필수적으로 고려돼야만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의협이 언급한 전제 사항은 구체적으로 △인력의 현재 상황 및 미래 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인력 확충이 필요할 경우 확충된 인력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에 유입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객관적인 사후평가를 통해 제도의 재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과 두터운 보상을 통해 안정적인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제공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각종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공공의대 등 의대신설을 통한 인력확충 논의는 절대 불가하다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제한 등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취지에 발맞춰야 한다 △의대쏠림으로 인한 이공계 문제, 의료비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등이다.

의협은 “의사 인력 확충 논의 시 고려돼야 할 전제 사항에 대해 복지부가 공감했고, 이를 같이 검토해 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의협의 이 같은 입장문 발표에도 의료계의 의구심과 회원들의 비판적인 시선은 줄어들기는커녕 더 확대되는 모양새다.

의협의 해명이 의사 인력 확충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확충 논의에 합의했다는 것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시의사회는 현 의협 집행부에 대한 회원 불신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논의 내용 및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의협의 해명 자료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의료계 각 지역 및 직역 의사회를 막론하고 현 의협 집행부에 대한 불신감이 대단히 커지고 있다”며 “과연 의협 회장이 회원들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꼬집었다.

각종 악법 및 불합리한 제도 개편에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으며 회원들의 명운이 달린 의료현안협의체 과정이 베일이 싸여있어 회원들의 불만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의협의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내·외적인 신뢰도 하락과 의료계의 결속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사리사욕에 휩싸여 회원들의 운명을 함부로 내맡기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도 의협에 공개질의서를 발송,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2025년도 입시 모집 요강에 의대 증원을 반영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의대 정원에 관련된 문제를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를 협의하기로 한 것과 ‘확충 논의’에 합의했다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의협 입장문에서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과 두터운 보상을 통해 안정적인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제공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는데,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대책은 따로 준비됐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협에서는 의사 수 증원을 위한 선행조건을 걸었다고 하나, 정부는 조건 들어주겠다는 말만 하고 의사 수를 증원한 후 조건이행을 안 하면 의협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더 상세한 대책이 준비돼 있는지 등을 질의한 서울시내과의사회다.

특히 2020년 9월 복지부는 의료계가 문제를 제기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추진을 중단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어째서 의협이 전면에 나서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했는지 그 이유를 밝히거나 만약 합의한 것이 아니라면 대책을 밝혀달라는 게 서울시내과의사회의 질문이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정부는 의료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의사 수 부족인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에 대한 효율적인 배분이 문제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설령 의대 정원을 확대하더라도 필수의료 인력확충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지금은 확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대한 규제감소, 세금감면, 재정투입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의협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공개질의도 첨부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는 향후 의료계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협의 행보는 전체 의사회원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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