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정부, 의사증원 논의 왜 매번 따로 노나?’
상태바
‘의료계와 정부, 의사증원 논의 왜 매번 따로 노나?’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6.16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의학회 2023 학술대회 의사증원 토론회서 의료계 원로들 양쪽 모두 질타
객관적 인력 추계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통해 의료계와 정부 간 신뢰 쌓아야
대한의학회 2023년 학술대회의 '의사증원 논의,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토론회 세션 전경. ⓒ병원신문.
대한의학회 2023년 학술대회의 '의사증원 논의,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토론회 세션 전경. ⓒ병원신문.

의료계 원로들이 의사증원 논의 얘기만 나오면 마치 원수가 된 것 마냥 척을 지고 따로 노는 의료계와 정부 양쪽 모두를 강하게 질타했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부의 주장도, 의사가 남는다는 의료계의 주장도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한숨 섞인 일침까지 나온다.

이 같은 지적은 대한의학회(회장 정지태)가 6월 16일 더케이호텔에서 ‘2023 대한의학회 학술대회(KAMS 2023)’의 특별 세션으로 준비한 ‘의사증원 논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통해 제기됐다.

이날 패널토의에 나선 의과대학 교수들과 플로어에서 토론을 경청한 의료계 원로들은 의사증원 논의 문제의 핵심은 의료계와 정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려고 노력하지 않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계와 정부가 각자의 주장만 하다 보니 객관적이지 못한 데이터가 양산되고, 이들이 등을 돌리고 싸우는 동안 국민들은 혼란과 피해만 겪고 있다는 것.

장성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개인 차원에서 진행된 의사 인력 추계 연구는 어림잡아 40편가량 되는데, 그 결과는 극명하게 반반으로 갈린다”며 “아무리 의료 전문가들이 연구했다고 하더라도 편향된 시선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즉, 연구결과가 매번 다르게 나오는 것만 봐도 현재까지 진행된 의사 인력 관련 연구들은 의료계와 정부 양쪽 모두 동의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

장 명예교수는 “OECD 데이터를 입맛에 맞는 부분만 뽑아내 사용하면서 의사가 남는다는 의료계의 의견도,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부의 의견도 다 믿을 수 없다”며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오랫동안 서로의 의견을 녹여낸 연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푸념했다.

한희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전 이사장)와 염호기 교수(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의 생각도 대동소이했다.

한희철 교수는 “상반된 연구결과를 낸 연구자들을 한곳에 모아 이들이 서로 토론하고 결정하도록 해 모두가 동의한 후에 의사를 늘려나가야 한다”며 “의사 수 논쟁으로 자꾸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염호기 교수는 “의사가 정말 부족하다면 왜 부족한지, 남는다면 어떤 연유로 인해 남는지 등을 정부도, 학회도, 의료계 그 어떤 단체도 진지하게 찾아보고 연구한 적이 없고 연구하려 시도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료계와 정부가 애당초 서로 소모적인 논쟁을 할 수 없도록 네덜란드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원로들의 제언이다.

장성구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네덜란드에는 정치권, 정부, 의료계 등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1년 365일 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인력 추계만 연구하는 기관이 있다.

장 교수는 “네덜란드 보건의료인력 추계 시스템이 어느 날 갑자기 의사를 증원 또는 감원해야 한다는 데이터를 도출하면 의료계와 정부는 이에 승복하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을 추진할지만 고민한다”며 “그만큼 추계 시스템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의미인데, 우리나라도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의료계와 정부가 신뢰가 쌓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도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운영해 인력 추계와 관련된 모니터링을 상시 가동한다면 의사증원 또는 감원 협의에 있어서 소모적인 논쟁이 없어져 서로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라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원로들의 지적이 무색할 정도로 이날 토론회에서 의사 인력을 바라보는 의료계와 정부의 시선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정부는 의사를 충분히 양산하며 남는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로까지 가지 않겠느냐는 등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다소 안일한 발상에 젖어 있다”고 언급한 반면, 송양수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의료인력정책과장은 “필수의료 등 의료계에 산적한 다양한 문제가 의사 인력 확충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확충이 없으면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게 그것이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순천양대학교부천병원 외과 교수). ⓒ병원신문.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순천양대학교부천병원 외과 교수). ⓒ병원신문.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순천양대학교부천병원 외과 교수)은 의사증원 논의와 별개로 필수의료 부족 해결 대책으로 사실상 인턴제를 폐지하자는 내용이 골자인 ‘수련제도 개선’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과 일본 등처럼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에 일정 기간 동안 임상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현재의 ‘인턴 1년+전공의 4년’을 ‘주치의 2년+전공의 3년’으로 전환하자는 뜻.

이는 약 10년 전에 의료계와 정부가 합의해 시행을 목전에 뒀지만 여러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신응진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 면허를 취득하자마자 바로 개업할 수 있는 제도를 택하고 있는데, 사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기 드물 정도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보완을 해야 한다”며 “10여 년 전에 시행 직전까지 갔던 ‘2+3’ 형태의 수련제도 개선을 다시 한 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1+4’와 ‘2+3’은 총 수련 기간에 차이가 없지만, 개업을 염두에 둔 의사들에게 임상경험을 더 쌓게 해줄 수 있고 필수의료 부족 문제 극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