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증원 문제, ‘듀얼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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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증원 문제, ‘듀얼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6.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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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송재찬 상근부회장, “현재 문제와 미래 문제, 분리해서 대비해야”
의료계, 의사추계 사실상 불가능…지불방식‧인구‧노동 등 다양한 조건 고려
정부, 필수‧지역의료 문제 의사 인력 부족에서 기인…의료 인력 확대 필요

최근 의사 정원 증원 논의가 진행 중이나 그 시기와 규모에 대한 논의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의료계는 적정 의료 인력을 추계하기 위해서는 지불제도, 인구구조, 노동여건 등 다양한 조건들이 고려돼야 한다며 사실상 추계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사만 늘린다고 필수의료 부족과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

반면 정부는 현재의 의료 문제는 의사인력 부족에 기인하는 만큼 의료인력 확대에 나서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이런 가운데 대한병원협회는 의대 정원 증원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부분과 미래의 문제를 대비하는 방향, 즉 ‘듀얼 시스템’으로의 접근을 주문했다.

송재찬 병협 상근부회장은 6월 2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의사 수요와 공급’을 주제로 한 의료현안 연속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우리 사회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향후 의사 수급과 관련된 부분을 상호 분리해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경제적인 맥락 노동, 생산성 등에 대한 문화가 빠르게 변하는 부분을 고려해 장기적인 추계가 필요하고 미래에 대한 신중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이 6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사 수요와 공급'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병원신문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이 6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사 수요와 공급'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병원신문

송 부회장은 “우리 의료 이용 행태 이런 부분들이 미래 의료수요를 예측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몇 년 사이에 대학 병원에 진입하는 의사 숫자보다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진입하는 수가 굉장히 많다”면서 “두 배 이상 많이 그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 부회장은 “이렇게 보면 뭔가 보상 체계 아니면 의료 공급 체계의 문제가 굉장히 크게 발생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2000년 의약분업 이후에 한동안 개원 러시(rush)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건강보험 재정 위기로 인해 당시 차등 수가 도입이나 분리돼 있던 진찰료 및 처방 통합 등 재정 통제를 통해 개업 러시가 주춤했던 경험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지금이 그런 시기로 반드시 그 원인을 분석하고 고쳐 나가야 될 부분이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여러 가지 장기 추계를 할 때 노동에 대한 어떤 가치나 노동 공급에 대한 어떤 사회‧문화적 변화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부회장은 “최근 고(故) 주석중 교수님처럼 집 근처에 10분 내에 사시면서 병원에서 콜이 오면 바로 병원으로 가서 환자를 치료했던 그런 생활이 굉장히 존경받고 존중받아야 하는 일이지만 그게 일상적인 일이 돼서는 안 된다”며 “어떻게 보면 의사가 언제든지 나와서 수술하고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은 한번 고민을 해 봐야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의사들에 대해서도 타 의료직종처럼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온 만큼 이런 부분도 이제는 인력 추계의 하나의 조건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서 우리나라 인구가 계속 줄어든다는 어떤 가정들도 타당한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송 부회장은 “이민 정책에 있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외국인에 대해 개방적인 상황이라면 우리나라도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급격하게 인구가 줄어들 거라고 가정하는 것들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고 한번 더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근무시간 축소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언급했다. 지금은 전공의 근무시간을 현재 80시간에서 더 줄여야 된다는 주장에 대해 대학병원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반대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송 부회장은 “원로 의사들이 취업해서 지금은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인력이 늘고 있지만 반대로 전공의 같은 경우 외국에서는 갈수록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수련 기간이 계속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전공의를 바로 의사로 현장 인력으로 활용했지만 앞으로는 교육을 받는 사람으로 역할로 한정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송 부회장은 “현재의 필수 의료 문제가 의료 전달 체계 문제와 같이 정책적으로 해결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다”며 “실제로 좋은 정책이 있더라도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을 것이다. 10년 또는 20년 후의 문제를 대비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사 수 증원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사 전반에 있어 의료인 근로시간 단축이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회의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서 어떻게 의료 인력을 잘 공급할 수 있을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 더 생산적인 논의로 생각된다”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 지금 우리 의사 1인당 환자 수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적정 1인당 환자 수는 얼마나 될 것인가 이런 부분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질환에 대한 최종 치료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전문의를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운영이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우리 사회도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6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사 수요와 공급'을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병원신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6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사 수요와 공급'을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병원신문

정확한 의사수 추계가 불가능해 무의미한 만큼 필수의료 분야로 한정해 의사수를 늘리자는 실질적인 제안도 나왔다.

홍은철 서울의대 교수는 “의사 인력 수급 문제는 의사 인력의 총원 충원이나 수가 조정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와 지불보상체계의 획기적인 변화와 함께 질병이 발생한 이후만이 아닌 질병발생전의 예방 의료서비스 강화를 통해 질병 발생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을 통해 해결해야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의사인력을 필수의료에 한해 늘리되 현재의 수도권대 비수도권의 필수의료 전공의 비율이 5대 5가 될 수 있을 만틈 비수도권 필수의료 전공의 수 배정을 늘려 바로 시행하고 이에 해당하는 의대정원을 지역필수의료인재선발전형을 통해 늘리자고 제안했다.

홍 교수는 “지금 복지부가 5대 5, 주장을 지금 하고 있는데 사실상 실현할 방법은 없다”면서 “그러나 비수도권 필수의료 전공의 수를 순증해 시행하고 그 수가 차지 않으면 거기에 해당하는 의대 정원을 지역에 내려서 한시적으로 10년 단위로 지역필수의료인재선발전형을 하나 만들어 시행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필수의료 의료취약지가산 수가를 시행하고 수도권의 3배 이상 되는 수가를 주면 상당한 유인 효과가 단기적으로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결국 의료서비스와 지불보상체계 개선이 반드시 따라줘야지 되고 이를 위해 시범사업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의사인력 확대는 물론이거니와 의대신설까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양수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문제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의사인력 부족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면서 “의사인력 확충이 없으면 절대로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송 과장은 이어 “지금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단기적인 정책들도 함께 병행해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또 정부에서는 필수 의료 정책을 패키지로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전공의에 의존하는 병원 인력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대체하도록 병원에서 필수 의료 전문이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 등 제도와 수가 체계를 정비해 나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의대생과 전공의 수련 체계를 개선하는 것으로 의대생과 전공의 시절부터 지역과 필수 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교육과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수련 체계를 개선해 미래 전문 인력으로 양성해 나가게 됐다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의사의 근로 여건 및 처우개선으로 공공정책수가 등 경제적 보상과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 등이다.

송 과장은 “정부에서는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의료계와 협의, 소통하여 이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박준성 교육부 대학규제혁신총괄과장은 “의대 신설 희망 지역이 굉장히 많고 관련 법안도 많은다. 그런데 의대 수요 요구 많은 데 공급이 부족한 것을 틀어쥐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아니다”며 “의사들이 많아진다고 국민들이 힘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 많아지면 전공의가 혹사당하는 것도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의료계와 복지부가 합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사 수 증대는 곧바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고 OECD 국가 대부분 의사 수 증대 정책을 펼치지는 않는다며 의사인력 부족을 주장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연구위원과 서울대학교 김진현 교수의 연구 보고서를 반박했다.

해당 보고서들은 의사 수요와 공급, 의사 임금에 대한 왜곡과 향후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의사의 1인당 생산성 증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

우 원장은 “우리나라의 활동의사 수는 OECD 38개 국가 중에서 세 번째로 낮지만, 활동의사 연평균 증가율은 2.84%로 OECD 평균(2.19%)보다 높다”며 “현재의 의대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 수치를 빠르게 따라잡아 2048년에는 OECD 국가 평균인 5.82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아과 오픈런’, ‘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 등 필수의료 문제는 결국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우리나라 보건의료 제도의 문제로 △당직의료인 규정 개정을 통한 의사 인력 확보 방안 △요양병원 의사 인력 기준 개정 △전공의 수련 교육 과정 개편 △인구사회학적 변화에 따른 전공의 T/O 조정 △의사 재교육 또는 원로의사 인력 통한 지역의료 인력 확보 방안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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