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특집] 비대면진료의 향후 전망과 과제 - 개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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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특집] 비대면진료의 향후 전망과 과제 - 개원가
  • 병원신문
  • 승인 2023.07.0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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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훈 대한내과의사회 원격의료 대응 태스크포스 위원(총무이사)

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새로운 전염병과의 사투는 지난 6월 1일 정부의 엔데믹 선언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족히 수십 년은 걸려야 할 변화가 불과 3년 만에 인류의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의료 분야 역시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했던 원격진료, 비대면 진료가 감염병 위기 심각 단계에 한시적으로 허용되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자연스럽게 경험했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단계 심각 수준이 하향되면서 그간 허용됐던 모든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 될 위기에 처하자 지난 6월 1일부터 급작스럽게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그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덩치가 커진 원격의료 관련 기업들과 여전히 비대면 원격진료의 여러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가진 의료계, 의료계와 산업계를 중재해야 하는 정부, 그리고 진료를 이용해야 하는 국민, 이 모든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와 눈높이가 다른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성공적인 정착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 3년여간 실시된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현황과 실적을 분석한 결과 비대면 진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의정협의체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비대면 진료를 밀어붙이는 형세이다. 

대한내과의사회에서는 지난 2021년 7월 원격진료 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꾸준히 비대면진료 관련 문제점과 대안 도출을 위해 토론하고 고민해 왔다.

2022년 6월에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4개과에서 약 2,600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한 원격진료 관련 설문조사를 시행하여 실제 비대면 진료의 주체인 의사들의 인식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70% 이상의 회원들은 오진의 위험, 의료영리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에 대한 우려로 비대면 진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고,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우리나라에서는 전면적인 도입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의료 취약지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범위 내에서 시범사업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1차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재진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정된 지역과 제한된 인원 안에서 진료가 이루어져야 하고 비대면 의료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우려와 비대면 진료 전문 의료기관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또한 대한내과의사회에서는 본격적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5월 22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5월 1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시범사업안은 모호한 기준과 규정으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한내과의사회 원격진료 태스크포스위원회는 비대면 진료의 전제 조건은 물론 진료 지침·형태·질환부터 진료 주기와 횟수, 플랫폼 감독 및 개인정보 보호지침, 법적 책임소재와 사후평가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 

본회에서 제시한 비대면진료 지침은 다음의 12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진료 개시의 조건으로 의사와 환자가 사전에 서로 아는 관계로 신분 확인이 완료된 후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비대면 진료는 초진 환자는 절대 불가하고 재진 환자만 가능해야 한다.

셋째, 진료가 가능한 질환은 만성질환으로 한다.

넷째, 진료를 통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는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교육·상담, 진단 및 처방이고, 약 처방의 범위는 재진 진료와 관련된 처방 약으로 제한하며 마약류나 오남용 우려가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 비급여 약물은 처방할 수 없다.

다섯째, 섬, 산간벽지, 군부대, 교정시설 등의 의료취약지와 중증 장애인 등 거동이 불가능한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권역별 진료권 내에서 진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섯째, 진료 주기 및 횟수는 3회 이상 같은 질병으로 대면 진료를 한 경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하고 2회 연속 비대면 진료는 불가능하다.

일곱째, 의료영리화의 우려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여 비대면 진료 전담을 금지한다.

여덟째, 수가는 비대면 진료에 필요한 기기, 장비의 구입, 설치, 운영 및 위험 부담을 고려하여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에서 제시한 비대면진료 수가를 인용한다. 

아홉째, 플랫폼이 건전하게 운영되기 위한 관리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고 플랫폼 업체와 이해관계가 없는 의료인, 법조인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설치한다.

열번째, 법적 책임소재 관련, 진료 거부권과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 사유를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특례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열한번째, 개인정보보호 지침과 의사, 환자 개인의 신상정보, 진료기록 정보와 관련된 의료데이터의 소유권 및 소유권 보장을 명시한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의학적,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안전성, 유효성을 정기적으로 평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대한내과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전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자의 재진을 화상진료 원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많은 예외 조항이 추가되어 있다.

초진이 가능한 사항, 병원급 의료기관이 가능한 사항, 화상진료 이외의 수단이 가능한 사항 등이 있어 이로 인한 현장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시범사업 진료 대상에서 초진 환자를 엄격히 제안하고, 시범사업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 요청이 의료기관으로부터 거부되거나 취소된 비율이 시범사업 전보다 5배 정도 늘어 50%를 넘고 있어 이로 인해 산업계가 무너져 간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중재하고 조정해야 하는 정부는 시범사업은 코로나19의 감염병 단계가 하향하고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이기 때문에 제도화되기 전 비대면 진료의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한발 물러서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초·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 진료가 가능했던 코로나19 감염증 때와 달리 초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환자 구분이 모호하고 확인 책임 역시 의료진에게 부과되어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는 의료기관도 속출하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 부딪히는 또 다른 문제는 수진자 신분 확인이다.

본회의 가이드라인에서도 강조했던 비대면 진료의 필수요건 중 정확한 신분 확인인데 그 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이 의료기관에서 대상 환자의 신분과 진료 허용 대상 여부의 확인 및 진료기록 기재 의무만이 복지부 지침에는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신분확인 미비에 따른 해당 진료 건의 진료비 및 처방한 약제비에 대해 모두 의료기관에서 환수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어서, 악의적 신분 도용, 기술상의 문제점 등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에도 의료인이 범법자로 낙인찍힐 위험성이 노출되어 있다.

비대면진료의 제도적, 기술적 관점에서의 문제점보다 더욱 근본적인 쟁점은 과연 대면진료를 대체 가능한가라는 의문점이다.

아무리 고화질의 화상을 통해 환자를 진료한다지만 실제 대면하여 직접 보고, 직접 만지고, 직접 들었을 때의 미세한 이상 소견 감지를 대체할 수 있을까?

저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임상진료의사들은 불가능하다는 답을 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6월 1일 정부의 코로나19 엔데믹 선언과 함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시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원격진료는 의료계에서 금기시 되던 단어였지만 지난 3년여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를 비롯한 다양한 언택트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전 국민들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다른 여타의 분야와 다르게 의료는 편리성과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편의성을 원한다고 해서, 원격의료 관련 산업의 생태계를 살린다는 경제의 논리로 비대면 진료를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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