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특집] 비대면진료의 향후 전망과 과제 -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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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특집] 비대면진료의 향후 전망과 과제 - 산업계
  • 병원신문
  • 승인 2023.07.0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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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 공동대표
비대면진료, 대체재 아닌 보완재…발전적 논의로 장점 살려야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 공동대표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 공동대표

비대면진료는 의료계가 오랜 기간 고민하고 논의해 온 주제이다.

일찍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비대면진료가 실시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들과 이해관계자들 간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비대면진료가 적극적으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대로 인해 비대면진료는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그 후 약 3년간 국민과 의료진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비대면진료는 그 효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입증해왔다.

이를테면, 국민 1,379만 명이 3,661만 건 이상의 비대면진료를 이용하였는데, 이는 진료 항목으로 코로나19를 제외하더라도 환자 329만 명 대상 736만 건 이상의 진료를 포함한다.

전체 국민의 약 20%에 해당하는 많은 수의 이용자가 비대면진료를 사용한 것이다.

의료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체 의료기관 중 27.8%에 해당하는 2만76개소가 비대면진료에 참여하였으며 이를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좁혀서 봤을 땐 약 3만3,000개소의 의원 중 18,790개소가 비대면진료에 참여했으니 50%가 훌쩍 넘는 수의 의원이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셈이다. 

그 만족도 역시 높아서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환자의 87.2%는 앞으로도 계속 비대면진료를 활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의사들도 비대면진료 활용 의향도가 경험 전 42.5%에서 경험 후 66.4%로 크게 증가하였다.

비대면진료라는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폭발적 수요 덕택에 현재 국내에서는 30여 개의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이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국민에게 양질의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비대면진료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대면진료 반대측은 의약품 오남용 혹은 대면진료에 비해 부족한 진찰과 이에 따른 오진을 걱정한다.

이러한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 마약류나 오남용 우려 의약품의 비대면처방 및 조제는 2021년 11월 보건복지부가 금지한 바 있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에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중 비대면 진료 관련 건은 처방 과정에서의 누락·실수 등 5건으로 상대적으로 경미한 내용이며, 그 빈도 역시 적은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도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자정작용을 통해 우려점을 최소화하며 올바른 비대면진료가 정착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대면진료’는 의료계에서 마음 편히 꺼내기는 힘든 단어인 것 같다.

많은 의료 관련 단체에서 비대면진료 자체에 대해 강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고, 이로 인해 비대면진료에 관심이 많거나 관련 영역을 더 개발할 의향이 있는 의료진들도 공식석상에서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몇몇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하는 소수의 환자만이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이라는 정책으로 비대면진료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는 재진 환자, 섬·벽지 거주자, 장애인, 장기요양등급자 등 이전보다 훨씬 제한적인 대상만이 포함되는데, 이러한 규제는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크게 제한하며 의료접근성을 저하시킨다.

한시적 비대면진료 상황에서는 ‘환자가 병원을 선택’할 수 있었으나, 시범사업 하에서는 비대면 진료선택권이 오롯이 병원에게만 부여된다는 점에서 ‘병원이 환자를 선택’하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시범사업 하에서는 비대면진료를 진정 필요로 했던 이용자가 비대면진료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를테면, 바쁜 일상 속에서 감기나 비염 등 경증 및 일시적 질환 완화를 위해서 간단한 처방을 받고자 하는 직장인, 육아를 전담하여 본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 부모,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아프지만 병원을 가지 못해 고생하는 아동, 밤 늦게 갑작스럽게 나타난 증상으로 인해서 고생하는 국민 등은 비대면진료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시범사업은 플랫폼 업계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하여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역량도 제한시킨다.

보건산업 대국민 인식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76.9%는 ‘개인 건강정보를 건강관리 목적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비대면진료는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는데, 의료데이터 및 종단적 정보를 제공, 활용함으로써 포괄적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으로 인해 이러한 가능성은 원천봉쇄되었으며 플랫폼 업계는 다양한 법률적, 제도적, 기술적 한계에 맞닥뜨려 있다.

이처럼 현재 시범사업은 산업계와 국민 의견을 배제했다는 점, 사실상 비대면진료를 금지함으로써 국민의 불편을 외면한다는 점, 약 재택수령을 사실상 금지하여 정책 효용성을 저해했다는 점, 그리고 극심한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향후 개선될 필요가 절실하다.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다.

지난 3년을 보더라도 비대면진료는 전체 진료의 1% 미만으로, 환자가 대면진료를 보기 어려운 상황에도 필요한 진료를 제공하고, 보건의료 취약지역 주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노인 등 의료취약계층의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해왔다. 

더 나아가 비대면진료는 질병의 예방, 관리 및 조기 진단을 도와 환자 중심,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2022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OECD는 유망한 혁신과 원격의료를 통한 1차 의료가 미래의 건강 위기를 관리하고 억제할 수 있으며, 의료 시스템의 능력을 향상시켜 병원 밖에서 치료할 수 있는 국민의 불필요한 입원을 줄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비대면진료 시행은 의사 부족 및 지역별 의사 불균형 문제 해결, 국민 의료권익 개선, 의료전달체계 및 의료비 절감, 의료의 질 향상의 측면에서 커다란 강점이 있다. 

이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인 비대면진료에 대해서 다같이 열린 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논의를 나누고, 생산적인 토론을 하며 한 발자국씩 나아갔으면 한다.

지난 3년간 비대면진료의 효용성과 안정성에 대해서 냉정하게 분석하면서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개방적 태도와 실효성 있는 의견 교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지양하고, 우려되는 사항을 구조적, 정책적으로 어떻게 미연에 방지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진행해야할 것이다.

이제라도 대한민국의 의료 정책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의견을 내는 의료계 리더들이 냉철한 시선으로 비대면진료를 바라봐 줬으면 한다.

더이상 정쟁의 도구가 아닌, 발전적인 논의를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비대면 진료가 되길 바란다.

끝으로 대한병원협회의 창립 6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언제나 그랬듯이 병원계, 나아가 의료계와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 현안들에 앞장서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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