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STM] 총체적 난국 빠진 병원 HR, 해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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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STM] 총체적 난국 빠진 병원 HR, 해법 없나?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4.16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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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HC-STM' 패널토의...병원 인재관리의 어려움과 해결 방안

◆ 사회: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토론: 김진영 화성의과학대학교 총장, 김민정 헬스와이즈 대표, 김현정 세종충남대학교병원 헬스케어센터장 및 기획조정실장, 정의철 진주제일병원 병원장, 오경환 인성의료재단 한림병원 간호부 부원장.

2023 KHC-STM 컨퍼런스 '총체적 난국 빠진 병원 HR' 관련 패널토의 전경.

■ 김철중: 최근 병원 HR과 인재관리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태다. 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한데, 현재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 김현정: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인력관리, 업무관리, 업무 타당성 검토 등의 일을 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지역적 특성이다. 오송역 근처에 있는 병원이기 때문에 서울, 부산, 대구 등 지역에 고착된 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SRT를 이용하면 출퇴근이 가능한 위치여서 의외로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 1시간 이내에 수도권으로 어느 곳으로든 이동할 수 있는 애매한 거리에 있다는 의미다. 이는 우리 병원의 지리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명확한 한계다. 이 때문에 항상 언젠가는 떠날 직원들이니까 정을 주지 말자고 마음을 비우지만, 그래도 한 가족이기에 열심히 챙겨야 한다는 양가감정에 휩싸여 있다. 사실 여러 병원을 거치면서 ‘이렇게 인력을 채용하지 못할 수도 있구나’라는 현실을 처음 접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에 있을 때는 채용 공고를 내면 밀려오는 간호사들 때문에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분당차병원에 가면서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했다. 분명히 400명이 넘는 간호사가 면접을 보고 250여 명을 합격시켰는데 남는 간호사는 100명도 채 안 되더라. 2020년 7월에 개원한 세종충남대병원은 더 심하다. 경쟁률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하고 그나마 일하는 간호사들도 매일 떠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 특성에서 오는 한계와 월급을 마음대로 높이지 못하는 국립대병원의 안타까움이 공존하면서 울분을 토하기 위해 오늘 토론에 참석했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김철중: 세종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지역인데도 심각한 상황이라니 놀랍다. 국립대병원의 조직적 특징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 김현정: 최근 많은 병원이 수도권에 병상을 추가하고 있는데, 이들이 완성되면 수도권과의 거리가 가까운 지역의 인력들이 가장 먼저 지원하겠다고 손을 들 것은 자명하다. 이 부분이 바로 세종의 특징이다. 세종시 인구는 약 38만 명으로 적은 수는 아니나 환자들은 오송에서 서울역을 가는 열차가 15분마다 1대씩 있는데 굳이 세종에 머물 이유가 없다. 물론 그러지 말라고 이들을 말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세종에 진료에 시간이 많이 투입되고 까다로운 소아·청소년 인구가 많은 것도 우리병원 업무 로딩의 한 축이다. 여기에 더해 국립대병원은 복지부, 교육부의 실사와 감사를 동시에 받는데, 이 부분의 경우 우리 병원만의 특징이긴 하다.

■ 김철중: 애매한 거리에 있는 게 문제 같다. 수도권과 가까운 데다가 교통도 잘 발달 돼 인력 확보가 쉬울 것 같았는데 오히려 수도권에 인재를 더 뺏기고 대형병원들의 병상 확충으로 앞으로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답답할 것 같다. 수도권 중소병원은 상황이 어떤가?

■ 오경환: 세브란스병원에서 중소병원인 한림병원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중소병원의 현실을 알고 있기에 걱정이 많았다. 한림병원 인근에 간호대학이 몇 개 있는지 수요조사를 하고 경쟁 병원의 숫자를 조사해봤더니 상급종합병원부터 시작해 20여 개가 있더라. 문제는 인천의 간호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전부 서울로 간다. 그렇게 3년을 지켜봤는데,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을 체감한다. 특히 코로나19 3년을 겪으면서 전담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간호 인력이 더 많이 빠져나갔고, 올해 1월부터 정상진료를 시작했는데 엄청난 어려움에 놓인 상황이다.

■ 김철중: 악순환에 빠진 원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 오경환: 크게 3가지 같다. 병원에서 일할 의사와 간호사를 추가로 배출할 계획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병원의 분원들이 계속 늘고 있다. 지금도 지방 간호사가 부족한데,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중소병원은 수평 이동도 많아서 항상 인력난에 허덕인다. 2019년에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보건복지부가 지역별 병상 공급을 규제할 수 있음에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게 첫 번째 원인이다. 복지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두 번째는 전공의 수련환경이 보장되면서 생긴 의료공백을 원칙적으로는 의사가 대체해야 하나 이 부분이 어렵다 보니 간호사들이 병원의 모든 부서 곳곳에 안 가는 곳이 없다. 결국, 임상현장을 간호해야 할 간호사가 부족해지는 결과를 낳았고, 안 그래도 어려운 간호사 수급을 더 어렵게 한다. 마지막 세 번째 문제는 열악한 처우 및 근무환경이다. 병원간호사회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평균 근무연수는 7년 11개월, 1년 미만 신규간호사 사직은 2017년부터 급격히 증가해 2021년 47.7%, 2022년에는 50.8%를 찍었다. 대형병원들은 신규간호사의 사직을 미리 고려해 몇 배를 더 뽑기 때문에 중소병원으로 눈길을 돌리는 간호사가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김현정 세종충남대학교병원 헬스케어센터장 및 기획조정실장
김현정 세종충남대학교병원 헬스케어센터장 및 기획조정실장

■ 김철중: 절반이나 그만둔다는 것인데, 도대체 이들은 어디에 가 있나?

■ 오경환: 간호사들이 병원 외에 일할 곳이 많아졌다. PA, 임상연구간호사, 소방공무원, 보건교사, 제약회사, 공공기관 등 의료산업화에 따라 일할 곳이 많아졌다. 지역사회에만 머물지 않고 역할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긴 하나 의료기관에서 직접 간호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게 맞다. 이런 상황에서 열악한 중소병원을 찾는 간호사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 김철중: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간호사 임금 차이가 큰가?

■ 오경환: 차이가 많이 난다. 중소병원의 채용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동료들과 머리를 맞댔는데도 불구하고 대형병원의 복리후생과 교육의 기회 등을 따라잡긴 힘들다. 애당초 간호사들의 제 1목표는 대형병원이다.

■ 김철중: 중소병원이 채용해서 이직이라는 위험을 감수하고 트레이닝을 시키는데 다른 병원으로 떠나면 허무할 것 같다. 간호사를 데려가려면 이적료를 주는 파격적인 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 오경환: 좋은 아이디어 같다. 그런 측면에서 신규간호사 전담부서와 전담 인력에 대한 법적 배치 기준이 마련돼야 하고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간호사 교육체계 구축과 질 향상을 위한 지표를 의료기관 인증 평가와 의료 질 평가에 녹여 법제화했으면 좋겠다.

■ 김철중: 병원장님 입장은 어떤가? 비슷한 생각인가?

■ 정의철: 진주제일병원은 지방의 급성기 병원이다. 병원 주변에 급성이 병원이 꽤 있는데, 대부분 간호 인력 2~3등급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다. 간호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전부 수도권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채용 공고를 내고 1명도 지원하지 않을 때도 있다. 또한 요즘 간호사들은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 전문병원 등 급성기 병원보다 일 부담이 적은 곳으로 많이 간다. 1~2년 차 간호사들의 사직이 반복되면서 중간 허리 역할을 해야 한 간호사가 없어지고 다시 신규간호사를 채용해 교육하면 1~2년 후에 또 나가는 바람에 허리는 더 끊기고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다. 우리 병원도 2019년까지만 해도 매년 절반 이상의 간호사가 퇴사해 소위 죽을 맛이었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제도를 보완하면서 최근 25%까지 퇴사율을 줄였다.

■ 김철중: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퇴사율 줄였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을 적용했나?

■ 정의철: 안식주, 안식월, 안식년 등을 도입해 선순환했고 연봉의 경우 당연히 수도권 대형병원과 얼추 비슷하게 맞췄다. 그리고 최대한 인력을 2배 이상 미리 뽑았고, 수시 인력 채용을 운영했다. 수간호사 2명을 전담배치 해 프리셉터 교육을 철저히 시켰으며, 한동안 허리가 없어 야간 등에 불안해하는 간호사들을 위해 입원전담의와 병동 당직의를 계속 배치해 유기적인 관계를 갖도록 도왔다. 미팅과 모임을 반복적으로 주선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우리 병원만의 특징인 ‘기능별 협의체’라는 것을 도입해 의사와 간호사, 직원들 간에 수평관계를 만들었다. 간호사들이 병원 모든 부서의 직원들을 알게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협의체라고 이해하면 쉽다. 솔직히 이 모든 게 다 돈이다.

경환 인성의료재단 한림병원 간호부 부원장
경환 인성의료재단 한림병원 간호부 부원장

■ 김철중: 병원 혼자서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비용이 투입될 것 같다. 국가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 정의철: 정부에서 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급성기 병원들이 인력을 뽑아서 교육하면 1~2년 안에 퇴사함에 따라 잃어버리는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지 않는 이상 뾰족한 해결방안을 찾긴 어렵다. 즉, 수가로 보상하지 않는 이상 지방 병원은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지역 수가 얘기도 지금까지 수차례의 토론회가 있었고 어려움을 피력했는데, 무언가 진행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 김철중: 의사 채용은 어려움 없나?

■ 정의철: 더 답답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 해 의사 배출 수가 충분해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필수의료 분야에 몸을 담지 않는다. 필수의료는 워라벨이 보장이 안 되고 수술 사고 위험에 대한 부담 및 법적인 문제들에 엮일 가능성이 커 무서워서 못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에 젊은 의사들이 없다. 우리 병원만 해도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가장 어린 의사가 45살이다. 외과 의사의 경우 최근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이 40%를 넘었고 이제 진짜로 수술할 의사가 없다. 우리 병원은 1년 사이에 외과 의사 월급 40%, 내과 의사는 30%가량을 올려서 겨우 의사를 구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은 인구가 계속 감소해 병원을 찾는 환자는 계속 줄고 있는데 현재 수가로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육지책으로 수익은 점차 감소하는데 비용만 늘려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겠나.

■ 김철중: 병원 HR 및 인재관리의 전문가가 보기에는 어떤가?

■ 김민정: 정의철 원장이 많은 애를 쓰고 있다고 말해줬는데, 아주 작은 방법이라도 어떻게든 마련하려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왜 10년이 넘도록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가 제도적 건의를 안 한 것도 아니고 똑똑한 사람들이 병원에 근무하는데 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지 짚어봐야 한다. 결국, 개선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와 연관된다.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 병원에서 8년 정도, 외국계 회사를 포함해 작은 회사부터 대형 회사까지 10년을 넘게 근무했는데 경험상으로는 병원보다 회사가 훨씬 힘들다. 지금 기업들이 인력관리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살펴보면 난리도 이런 난리가 또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고 두 번째는 MZ 세대의 특징이다. MZ 세대는 직장에 집착하지 않고 좋은 직업을 갖고 싶어한다. MZ 세대는 본인들이 좋아하는 직업을 정하고 그 이후에 직장을 고른다. 회사가 직원을 뽑는 시대는 지났고 이는 병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직원 관리 경험 차원에서 병원은 일반 회사보다 현실적으로 MZ 세대에 접근하기 어렵다. MZ 세대는 주변 친구들이 어떤 일을, 어떤 회사를 다니는지 비교하고 본인의 직장을 평가한다. 즉, 돈도 돈이지만 자아실현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MZ 세대에게 자기결정권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요소인데 병원에서 일하는 직종은 의사를 제외하고 자기결정권이 거의 없다. 최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들이 재수를 해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가장 많이 합격했다는 통계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병원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 방사선사, 의료기사, 행정직 직원들이 환자를 케어하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말은 너무 로맨틱한 표현이다. 병원은 자기결정권의 측면에서 볼 때 최악의 직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차원에서 직원들이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지 등을 찾아내고 없다면 만들어줘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꺼려질 수도 있겠지만, 병원이라는 조직 내 직업이 가진 한계를 좀 더 헤아려야 한다. 수없이 정부에 건의하고 제도를 바꿔 달라고 했는데도 변하는 것이 없다면 이제는 병원 내부 현장으로 돌아와 직원들의 입장에서 관점을 바꿔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의철 진주제일병원 병원장
정의철 진주제일병원 병원장

■ 김철중: 신선한 말이다. 병원 내 직원들이 자기결정권을 갖고 좀 더 자긍심을 느낄 방안을 찾기 위해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의미로 들린다.

■ 김민정: 예를 들어 환자가 병실에서 간호스테이션으로 나와서 간호사에게 퇴원 여부를 물어보면 간호사가 담당 의사에게 전화를 하고, 그 담당 의사는 환자를 직접 바꿔 달라고 한 후에 전화상으로 직접 설명을 한다. 그 이후에 간호사에게 다른 병실의 환자를 바꿔 달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이 진행될 때 간호사는 환자 옆에 가만히 서 있어야 하고 때로는 전공의와 연결까지 시켜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 자주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간호사가 퇴원 결정을 내리지 못하지만 부여된 권한 안에서 얼마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느냐에 따라 문화가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항상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는데, 정의철 원장이 적용한 ‘기능별 협의체’는 많은 부분에서 좋은 시도다.

■ 김철중: 인력 수급 문제는 병원만 유독 심각한 상황인지 궁금하다.

■ 김진영: 사실 병원 정도면 다른 영역에 비해 수급에 큰 무리가 없는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학교를 예로 들어보자. 15년째 등록금이 동결됐고 더구나 반값등록금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마저 있다. 병원으로 치면 15년 째 수가가 안 오르고 지금 수가를 반으로 깎겠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학령인구는 저출산 탓에 계속 줄고 있다. 한해 대학 정원이 60만 명인데 태어나는 신생아는 30만 명이 안 된다. 지방대학은 살아남기 힘든 구조여서 인수합병을 택하고 있으며 수도권 대학도 서울에 있는 대학이 아니면 버겁다. 복지부보다 더 까다로운 교육부의 숨도 못쉬는 통제를 받고 있다. 병원만 겪는 일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병원보다 더 어려운 영역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타개하고 있다.

■ 김철중: 현실을 인정하고 방법을 찾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

■ 김진영: 병원에 가서 제일 놀란 것은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나 관심이 다른 업종보다 너무 떨어진다. 사람은 자신의 공간에 대한 집착이 기본적으로 높다. 하버드대학에서 흥미로운 조사를 했는데, 월급과 복리후생도 중요하지만 ‘내가 근무하는 공간을 내 애인과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은가?’라고 물었을 때 ‘YES’라고 한 곳의 직장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병원은 이 부분이 매우 부족하다. 우리 학교의 예가 병원계와는 다른 얘기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몇 년 전까지 학생 모집을 4분의 1도 채우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예비인력까지 뽑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 오면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 장점은 무엇인지부터 찾는데, 우리 대학은 지방에 있다 보니까 통학비와 생활비도 수도권보다 더 많이 필요하고 장점이 거의 없더라. 그래서 학과 차원에서 현재 가장 핫한 자격증을 기본적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교과 과정에 포함하고 기숙과 학습, 사교생활이 한 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기숙대학’을 별도로 설립해 제공했다. 학생들이 그 공간에서 한데 모여 먹고, 자고, 공부하도록 한 것인데 서서히 대학 속에 정착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힘들더라도 약간의 투자가 필요한 시대다.

김민정 헬스와이즈 대표
김민정 헬스와이즈 대표

■ 김철중: 앞에서 MZ 세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인력들이 요즘은 메신저로 일을 많이 한다. 이게 과연 과거보다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 김현정: 카카오톡, 밴드 등의 메신저로 소통을 많이 하는데 이미지 등을 전달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병원 메신저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나 병원 밖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카카오톡 등을 사용하는데 카톡 자체가 보안이 아무리 철저하다고 한들 의료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성은 언제나 내포돼 있다. 물론 입원 환자에게 동의를 받으면 되겠지만 사실상 동의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아울러 MZ 직원들은 전화통화를 두려워하고 대면보고를 부담스러워한다.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개인 메신저를 통해 보고하는 일이 잦은데, 비대면이면서 언제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보완 시스템을 하루빨리 전사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악한 마음을 갖고 개인 메신저 대화를 캡쳐해서 SNS에 올리는 순간 모든 법적 책임은 병원에서 지게 된다.

■ 김철중: MZ 세대가 밀려오면서 업무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나?

■ 김민정: 다수의 MZ 세대가 식당에서 종업원을 불러서 필요한 것을 요청하는 것마저 꺼리는 것을 봤다.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텍스트에만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대면 대화 등을 할 줄도 모르고 싫어하며 심지어 불편해한다. 특히 병원은 환자를 직접 돌보는 곳인데 전공의와 간호사들의 말하는 기술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이는 병원의 조직 문화가 더 악화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직종 간의 소통은커녕 전공의 1·2·3·4년 차끼리의 소통도 안 되고 따로 논다. 코로나19와 디지털 세대의 등장 등 여러 요소가 한 번에 겹치면서 환자를 직접 봐야 하는 환경에 놓인 의사와 간호사의 역량이 부족해지고 있다.

■ 오경환: 중소병원에서 근무를 처음 할 때 가장 익숙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이전에는 공문이라고 하면 무조건 이메일이나 결제문서를 주고받았는데 지금은 진료부, 공지사항, 일반직, 부서장 단톡방이 다 따로 있다. 게다가 퇴원한 환자들이 문제가 생기면 개인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한다. 이는 이전과 달리 엄청난 변화여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과 전용 어플리케이션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규간호사들의 전화 공포증에 격하게 공감한다. 대면보고가 어렵고 환자와 대화하는 것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간호사들도 있다. 생각보다 간극이 넓은데 이를 좁히는 교육도 절실하다.

김진영 화성의과학대학교 총장
김진영 화성의과학대학교 총장

■ 김철중: MZ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 김현정: MZ 세대 간호사들끼리의 갈등이 있다. MZ 세대들은 형평성 문제에 무척 예민하다. ‘나랑 같은 일을 하는데 왜 나와 월급이 똑같지’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에 이직의 원인이 된다. 분명히 일하는 파트마다 전문성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MZ 세대는 이를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간호사들을 로테이션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교수들이 난리다. 아직 교육도 제대로 안 된 간호사인데 로테이션을 자주 돌린다고. 그렇다고 한 곳에서만 계속 일하게 하면 MZ 세대 간호사들은 ‘왜 나만 힘든 부서에 계속 있게 하지?’라며 불만을 갖는다. 간호사의 전문성을 높이면서 형평성까지 고려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위인전에서 슈바이처와 나이팅게일은 뺄 때가 됐다. 희생을 통해 의료를 이끄는 세대는 지났다. 비단 간호사만의 문제는 아니고 요새 교수를 하려고 하는 의사들은 많지 않다. 교수를 하면 학생 가르치고, 논문 써야 하고, 전공의 트레이닝해야 하고, 환자 진료해야 하고, 보직도 맡아야 한다. 교수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환자들은 수술 잘 하는 교수를 원한다. 딜레마고 점점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되고 있다.

■ 김철중: 퇴직률이 높다 보니 신규채용 인력의 연봉이 계속 높아지고, 종국에는 퇴직이 연봉을 올리는 통로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해결방안이 있을까?

■ 김민정: 좋은 직업이 되기 어려우면 좋은 병원이라도 돼야 퇴직이 줄어든다. MZ 세대들이 느끼는 3불(불리, 불이익, 불합리)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투자와 교육이 다른 업종의 기업들에 비해 너무 열악하다. 개별 병원들이 하기 어려우면 오늘처럼 대한병원협회 등의 도움을 받아 더 나은 조직문화, 더 나은 관리자를 키우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 또 돈을 써야 한다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 투자를 하다 보면 MZ 세대들이 납득하는 직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김철중: 총체적 난국에 빠진 병원 HR과 인재관리 패널토의를 10년 후에도 또 하게 될 일이 없길 바라며 오늘 토론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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