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백병원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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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백병원이 주는 교훈
  • 병원신문
  • 승인 2023.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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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명동성당 맞은편에서 서울 도심 한복판을 지켜온 서울백병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서울백병원은 경성의학전문학교 외과 주임교수였던 백인제 박사가 일본인 스승 우에무라 슌지가 운영하던 외과의원을 위탁경영하다 1941년 자신의 이름을 딴 백인제외과병원으로 새롭게 개원한 이후 최초로 간이식에 성공하면서 한동안 우리나라 외과계 병원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었다.

서울백병원의 몰락은 도심공동화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심공동화 현상은 서울백병원에 앞서 이미 오래전에 중앙대 필동병원과 이대동대문병원, 제일병원을 차례로 집어 삼키더니 이번에는 서울 도심권을 외롭게 지켜온 서울백병원에 매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백병원은 폐원만큼은 피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통해 의료분야에서 모든 대안을 검토했지만, 모두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아들고 오는 6월 20일 이사회 결정을 지켜봐야할 운명에 처하게 됐다.

20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서울백병원의 폐업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004년 73억원의 손실을 낸 이후 적자행진을 계속해 오다 지난해의 경우 161억원까지 적자폭이 커져 누적적자만 1,745억원에 이르게 된 상황에서 계속 운영을 하는 것은 백병원 계열의 다른 병원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제 국립중앙의료원마저 이전하게 되면 서울 도심권은 그야말로 도심속의 무의촌이 되게 됐다.

분원 설립 러시를 통한 대학병원의 확장 분위기속에서 서울 한복판에 있는 대학병원이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서울백병원이 이렇게 된데에는 도심공동화에 따른 환자 수급상의 문제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의료이용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수가구조와 고질적인 의료인력난 등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둘러싼 모든 난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의료계는 지금 필수의료인력 수급 불균형과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 지역편차, 직역간 갈등 등으로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끌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이제는 수십년전부터 계속돼 온 고질적인 문제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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