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폐원에 교수들 반발
상태바
서울백병원 폐원에 교수들 반발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6.12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원 안 이사회 상정 취하하고 직원들과 대화 요구
2년 동안 리모델링 해놓고 폐원…교직원들 우롱한 처사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폐원…지하에 계신 백인제 박사가 통곡할 일

“서울백병원 교수들은 서울백병원 폐원 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겠다는 병원의 결정을 취하하고 서울백병원 회생과 발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서울 백병원 교직원들과 대화할 것을 법인에 요구하는 바입니다.”

오는 6월 20일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을 논의하는 이사회를 앞두고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가 폐원 결정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교수협의회는 폐원이 결정될 경우 일반노조와 함께 보조를 맞춰 단체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나 법인에서는 8월 안에 폐원을 마무리 짓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불투명 한 상태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회장 조영규 교수)는 6월 12일 오전 10시 서울백병원 하연관 9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서울백병원 폐원의 부당함을 알리고 교직원들과 법인 간의 대화를 요구했다.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지난 6월 2일 오후 TFT 위원 과반수의 동의로 서울백병원 폐원 안을 이사회 상정하게 되었다는 것과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 유지 결정이 이뤄지도록 쵯헌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병원장 명의 메일만 하나 받은게 전부로 교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고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2006년부터 17년 동안 서울백병원에서 근무 중이라는 조영규 교수협의회장은 서울백병원의 경영악화는 모두 법인의 경영 전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회의가 6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왼쪽부터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 조영규 교수, 인제의대 교수노조 서울백병원 지부장 장여구 교수ⓒ병원신문
서울백병원 교수협회의가 6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왼쪽부터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 조영규 교수, 인제의대 교수노조 서울백병원 지부장 장여구 교수ⓒ병원신문

조영규 회장은 “법인은 줄곧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에게 책임을 물었고 끊임없이 인력감축을 요구했다”면서 “모태 병원인 서울백병원이 없었다면 법인도, 다른 형제 병원들도 없었을텐데 왜 이렇게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은 “과거 서울백병원의 중흥기에 얻은 이익과 자산은 서울백병원에 재투자되지 않고 형제 병원의 건립과 법인의 운영을 위해 사용됐다”며 “서울백병원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서울백병원을 키우지 않고 다른 형제 병원을 새로 건립키로 한 법인의 경영 전략 때문이지 서울백병원 교직원들 때문은 결코 아니다”고 호소했다.

또한 서울백병원 폐업은 교직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했다.

조 회장은 “현 구호석 병원장 부임 후 2년 동안 지속적으로 공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직원들은 폐원할 병원을 이렇게 열심히 뜯어고치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법인에서는 교직원들이 준비했던 병원 활성화 방안들을 시도조차 하기전에 공간 리모델링이 끝나자마자 폐원 수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왜 열심히 공간 리모델링 공사를 했었는지 되묻고 싶다”며 “이는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을 우롱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특히 교직원 전원에 대한 고용 승계에 대해서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교직원 동의 없이 생활권이 다른 지역의 병원으로 전출 보내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교직원 탄압행위라는 것.

생활권이 같은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은 최근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백병원 교직원까지 떠안을 경우 연쇄적인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백병원은 10억원, 상계백병원은 17억원, 일산백병원은 10억원의 의료이익 적자를 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곳은 부산 지역 병원들인데 생활권이 다른 부산 지역으로의 전환배치를 서울백병원 교직원 중 몇 명이나 받아들일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교직원 동의 없이 생활권이 다른 부산 지역 병원으로 전출을 보내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교직원 탄압행위”라고 주장했다.

5개 백병원 직원노조가 서울백병원 주차장에서 '서울백병원 폐원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5개 백병원 직원노조가 서울백병원 주차장에서 '서울백병원 폐원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지금의 상황은 서울백병원의 위기가 아니라 법인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5개 백병원 각각의 특성을 살려 회생시키고 발전시킬 전략과 대책이 법인에 있는지 묻고 싶다”며 “병원에 적자가 발생하면 교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인력감축을 요구하는 것 만이 법인의 역할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조 회장은 지역사회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을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폐원하는 것은 지하에 계신 백인제 박사님께서 통곡할 일이라며 서울백병원을 위해 평생 바쳐 일해온 교직원들과 평생 서울백병원을 다니며 건강을 관리해온 환자들, 그리고 서울백병원이 위치한 중구 지역민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처절한 고민 없니는 함부로 폐원을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인제의대 교수노조도 교수협의회의 폐원 반대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장영구 인제의대 교수노조 서울백병원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서울백병원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병원으로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것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잃는 것”이라며 “전체 의료원 교직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만큼 우리 교수노조에서도 교수협의회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동조했다.

김대경 인제의대 교수노조 위원장(부산백병원)도 영상을 통해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의 희생으로 다른 병원들이 만들어 졌다”며 “당연히 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재무제표와 컨설팅 회사를 신뢰하기 어렵고 노조나 구성원이 TFT에 참여하지 않는 등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며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6월 8일 교수협의회는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5개 백병원 직원노조는 폐원 반대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