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대로, 죽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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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대로, 죽을 순 없다
  • 윤종원
  • 승인 2005.08.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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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오는 18일 가족 영화 한편이 개봉한다. 코미디로 포장됐지만 실은 절절한 부성애에 포커스를 맞춘 12세 관람가 영화다.

"일단뛰어"에 이어 이범수가 이번에도 형사로 변신했다. 그런데 "일단뛰어"에서는 오직 범인 검거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열혈 형사였다면 이번에는 좀 다르다. 적당히 나사가 풀리고 적당히 부패한 뺀질거리는 형사 "이대로". 체포 안하는 조건으로 용의자측과 뒷거래도 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동료를 뒤로하고 애인과 여관에서 밀회를 즐긴다.

이러한 이대로의 캐릭터와 그를 둘러싼 희화화된 동료 형사 캐릭터들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코미디를 연출한다.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이대로에게 "사망선고"를 내리고 그로인해 180도 달라진 이대로의 변화를 통해 한단계 발전한 코미디를 펼친다. 개인기에 기댄 슬랩스틱 코미디가 상황극으로 발전한다.

8살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 파파 이대로가 뇌종양 판정을 받는다. 앞으로 살 날은 길어야 3-4개월. 그는 딸에게 10억원의 보험금을 남기기 위해 생명보험에 들고, 범죄현장에서 사고사를 당하거나 그것을 위장한 자살을 하기 위해 그야말로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든다. 그러나 결과는 극적인 범인 검거. 줄 표창으로까지 이어진다.

이중적 의미의 제목처럼 영화 역시 "죽으려 환장한" 이대로의 코믹한 상황과 그에 상대적으로 비례하는 눈물겨운 부성애를 나란히 쥐고갔다.

사실 이대로는 지난 8년간 키워온 딸이 진짜 자신의 딸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지방 근무하던 시절 다방 종업원 영숙과 사고쳐서 낳은 딸이라지만 아이를 놓고 도망간 영숙의 주장일뿐이다. 그러나 이대로는 8년간 딸을 금이야 옥이야 키워왔다. 이대로의 일말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부분. 제멋대로 사는 와중에도 딸에게만큼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었던 이대로가 그런 딸을 두고 죽어야하니 미칠 노릇인 것이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비장한 병법을 코미디의 소재로 차용한 재치와 누구나의 아킬레스건인 가족에 대한 사랑을 버무린 영화는 부담없는 한편의 소품이 됐다.

마침 가수 이문세의 "그녀의 웃음소리뿐" 중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라는 가사가 영화와 딱 들어맞는 것도 귀엽다.

배우 오지혜의 남편으로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한 이영은 감독은 "사람들의 변화, 결핍된 가족애의 완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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