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호흡곤란, '밸브 폐용적축소술'로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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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호흡곤란, '밸브 폐용적축소술'로 치료
  • 박현 기자
  • 승인 2013.05.21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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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치료 의존하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 획기적 장 열려
안전성 및 유효성 입증, 지난 4월 말 보건복지부 新의료기술 공식 인정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폐기능이 망가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게 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에 획기적인 장이 열렸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도·이세원 교수팀은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탄성을 잃고 축 늘어진 폐 때문에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는 7명의 환자에게 기관지내시경을 통해 한 방향으로만 공기가 이동할 수 있는 특수 밸브를 삽입시켜 폐 용적을 줄여주는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로 치료해 호흡기능 및 운동능력을 개선 시켜주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받은 환자들의 폐기능이 2배 가까이 좋아지고 숨이 차서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던 환자들의 운동능력이 좋아지면서 6분간 최대한 많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1.2배에서 최대 4.6배까지 증가했다.

또한 밸브를 장착한 후 불필요하게 축 늘어져 있던 폐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기도가 넓어지고 횡격막의 운동을 개선함으로써 호흡곤란이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가벼운 일상생활조차 힘들었던 환자들이 휠체어를 떼고 혼자 산책을 하고 머리감기, 양치질이 가능해지는 등 삶의 질까지 개선됐다.

최근 이 시술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선정되며 시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앞으로 국내에서도 더 많은 COPD 환자들에게 안전하게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기종으로 폐가 파괴되고 망가져 탄성을 잃고 공기가 들어간 후 나가지를 못해 폐가 과팽창 되는데 이렇게 커진 폐 용적을 줄여서 숨쉬기 편하게 하는 것이 '밸브 폐용적축소술'이다.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기관지내시경을 통해 제일 심하게 망가진 폐기종 부위를 찾아서 밸브를 삽입하게 된다. 이 밸브는 들이 마신 공기를 한 방향으로만 통하게 하는 특수 밸브이기 때문에 숨을 들여 마셔도 공기가 폐로 유입되지 않고 폐에 남아 있던 공기만 내쉴 때 빠져 나와서 망가진 폐기종 부위를 작게 만든다.

이렇게 탄성을 잃고 축 늘어진 폐기종 부위가 작아지면 건강한 남은 폐를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잘 이루어지고 편하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쉴 수 있게 된다.

폐기능 개선, 운동 능력 향상, 사망률 감소의 목적으로 수술을 통한 폐용적축소술이 일부 시행되고 있으나 합병증과 조기 사망률이 높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좋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상도·이세원 교수팀은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57세 정 모 씨에게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성공한 이 후 지금까지 총 7명의 환자들에게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적용했고 평균 밸브 3개를 삽입하는데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됐으며 환자들은 3박4일 정도 입원치료를 받았다.

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받기 전과 후의 폐기능 검사와 x-ray, 6분간 보행검사 등을 비교해 시술의 효과를 확인 할 수 있었다.

폐기능 검사를 통해서는 1초간 환자가 최대한 불어낼 수 있는 공기의 양(FEV1)을 측정했을 때 시술 전 환자들은 늘어진 폐 속으로 공기가 들어차서 밖으로 배출되기 어려웠지만 시술 후 많게는 580cc가 증가해 시술 전보다 2배 가까이 배출량이 늘었으며 폐에 남아있는 공기가 줄어들면서 전체 폐용적에 대한 폐잔류량의 비율은 줄어들게 됐다.

세계 최고의 의과학 저널로 손꼽히는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약물치료로 볼 수 있는 평균 FEV1의 향상 정도는 50cc~100cc에 정도인 것에 비하면 큰 효과인 것이다.

또한 숨이 차서 걷기조차 힘들었던 환자들을 시술 전 6분간 최대로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측정한 결과 단 50m밖에 가지 못하던 환자의 경우 시술 후 230m를 걸어 시술 전 보다 4.6배 증가했다.

시술 전에는 호흡곤란척도가 거의 모든 환자들이 숨이 차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옷을 입을 때조차 숨이 차는 4점이었지만 시술 후 그 중 2명의 환자는 평지에서 서둘러 걷거나 언덕을 걸을 때 숨이 차는 정도인 1점으로 향상되는 등 일상생활조차 어려웠던 환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됐다.

지난해 12월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통해 밸브 3개를 삽입한 장 모 씨(67세)는 “평지에서조차 단 20m 만 걸어도 숨이 차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150m는 쉬지 않고 거뜬하게 한 번에 걸어갈 수 있다”며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의 고통을 잊게 해 준 고마운 치료법이다”고 전했다.

외국의 경우 독일 하이델베르그 의과대학에서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에게 이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이 주 2∼3건씩 이미 1천여 건 정도 활발히 시행 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도 홍콩, 싱가폴에 도입되어 시행 중이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40세 이상 성인의 유병률이 남성은 19.6%, 여성은 7.0% 정도로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약물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어 이번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통해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는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폐기종 환자 중 호흡곤란이 있으면서 폐용적이 커진 경우 또는 기흉으로 공기노출이 지속되는 환자에게 가능하다. 적절한 환자에게 시행하면 시술 후 호흡곤란, 운동능력, 폐기능에서 많은 호전을 기대할 수 있으며 수술적 치료에 비해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현격히 낮다”고 전했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도 교수는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획기적인 치료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기존의 보존치료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폐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맞춤 치료를 통해 폐기종 등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정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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