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약값제도 시작도 전에 "삐걱"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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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약값제도 시작도 전에 "삐걱" (종합)
  • 윤종원
  • 승인 2010.03.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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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약품입찰 "도미노 유찰".."반시장적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탓"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의 의약품 공개입찰이 줄줄이 유찰됐다. 제약·도매업계는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도리어 시장을 작동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11일 제약업계와 의약품 도매업계에 따르면 이달 충남대병원과 공주의료원의 의약품 공개 경쟁입찰이 완전 유찰됐다.

대규모 의약품 입찰이 1차 무산된 병원은 지난 8일 서울대병원과 이튿날 영남대병원에 이어 4곳으로 늘었다.

이들 4개 병원의 입찰 규모는 모두 3천억원대로 추정된다.

이같은 "유찰 도미노"는 보건복지가족부가 10월 시행할 계획인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의 여파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또는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는 의약품을 기존 건강보험 등재 가격보다 싸게 산 병원에 할인가격의 70%를 인센티브로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약을 싸게 사려는 유인효과를 노리고 도입된 제도로, 해당 의약품은 이듬해 약값이 인하된다.

도매상들은 기존 관행대로 저가에 낙찰될 경우 10월 이후 제약회사로부터 약품을 공급받지 못하거나 약가인하에 대한 손해배상이 청구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형 도매상들이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지난해에 비해 가격을 올려 입찰한 결과 유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도매업계는 설명했다.

해당 병원들은 재입찰을 공고했지만 재유찰되거나 낙찰되더라도 예년에 비해 약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낙찰가격 상승은 입원환자 등 병원 내에서 약을 조제하는 환자들의 약값 부담 인상으로 이어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경쟁을 유도해 약값을 절감하겠다며 도입한 새 약가제도가 시작도 하기 전에 부작용을 유발한 것"이라며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의약품 시장을 도리어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건보공단 일산병원과 보훈병원 등 국공립병원의 입찰이 예고돼 있어, 사태가 장기화하면 의약품 공급에 차질도 우려된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병원의 의약품 공급에 차질을 빚거나 공립병원 환자 부담이 증가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복지부 책임"이라며 "본격 시행에 앞서 시범사업을 실시해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사태가 확산되기 전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유찰 도미노" 확산을 막기 위해 10월 이후 계약 체결분부터 새 제도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김상희 과장은 "잇따른 유찰은 도매상들이 10월 이후의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라며 "10월 이전에 이뤄진 계약에 따른 납품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부여와 약값인하를 모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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