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애니씽 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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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애니씽 엘스
  • 윤종원
  • 승인 2005.0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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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극작가 제리의 요즘 생활은 여러모로 꼬여있다.

옛 여자친구를 배신하고 어렵게 만난 새 여자친구 아만다(크리스티나 리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섹스를 거부하고 있고 그녀의 소란스러운 어머니는 멋대로 자신의 집에 들어와 빌붙어 살고 있다.

다른 남자들과는 섹스를 즐기면서도 자신에게만은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는 아만다. 여기에 주위 사람들도 참 대책이 없다. 능력 없는 매니저 스토커드(대니 드비토)는 사사건건 걸림돌이 된다. 고객도 자신 한 명이라 결별하기도 쉽지 않은 일. 상담을 위해 찾아가는 정신과 의사도 말없이 시간만 재고 있는 식이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 참에 싹 정리하자고." 폭발 직전의 그에게 들려오는 이 얘기는 제리의 유일한 조언자 도벨(우디 앨런)의 제안이다. 독설가에 냉소적인 이 노년의 극작가는 "네 인생을 살아라"고 충고하며 뉴욕으로 함께 떠나 새 인생을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우디 앨런이 신작 `애니씽 엘스"(Anything Else)로 4일부터 한국 팬들을 만난다. 올해로 일흔이 되는 노장의 독설은 여전히 날이 서 있다. 그 속에서 쏟아지는 유머도 여전히 유쾌한 데다 삶에 대한 따뜻한 충고까지 녹아있는 까닭에 감독 특유의 매력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는 셈. "유머에는 사람을 꿰뚫는 힘이 있다"라는 초반 대사는 영화 스스로에 가장 적합한 평가다.

삶이 무의미한 것 같은데 왜들 바둥거리며 살까? 주인공 제리의 고민은 대체로 이런 것이다. 누군가는 섹스와 노동이라고 답을 내리기도 했지만, 사실 섹스가 불멸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닌 데다 노동이란 것도 그다지 의미있는 일 같지 않다.

이 질문의 답은 `뭐 사는게 별거 있나"쯤으로 해석되는 제목 `애니씽 엘스"에 있다. 이는 도벨의 조언이기도 하며 제리가 결국 체득하게 되는 진리이기도 하다. 사람 사는 것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다. 원래 삶도 인생도 사랑도 정답은 없는 것. 그러니 이 미스터리한 인생에서 의지할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2003년에 제작됐으며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섹스 코미디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의 제이슨 빅스와 `몬스터", `슬리피 할로우"로 주목받고 있는 크리스티나 리치가 우디 앨런과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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