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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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아름답다
  • 이경철
  • 승인 2008.02.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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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홍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름답다"(제작 김기덕필름ㆍ스폰지하우스)는 너무 아름다워서 불행해진 여자의 이야기다.

어딜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정도로 예쁜 은영(차수연)은 자신의 미모가 싫지는 않지만 썩 달갑지도 않다. 혼자 조용히 앉아 쉴라치면 연예인도 아닌데 어린 여학생들이 사인을 해달라고 조르고 남자들은 어디서 만난 적이 있는 사이가 아니냐며 말을 걸어 온다.

오래된 친구의 남자친구가 끈질기게 구애를 해 친구로부터 오해를 사고 집에 돌아오면 남자들이 맡겨 놓은 꽃바구니와 꽃다발을 양팔에 안기도 어려운 데다 전화 벨 소리는 끊임없이 울린다.

은영은 어느 날 은영의 뒤를 쫓아다니는 스토커 석민(김민수)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석민은 "당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랑해서 그랬다"는 말을 남기고 경찰에 자수한다.

충격에 빠진 은영은 모든 게 자신의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미모를 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쓴다. 그런 은영에게 연민을 느끼던 경찰관 은철(이천희)은 은영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지만 점점 스토커의 모습을 닮아가게 된다.

독특한 소재로 출발한 영화는 별 무리 없이 전개된다. 툭 튀어나와 예기치 않은 웃음을 자아내는 몇 마디 대사를 제외하면 시나리오는 꼼꼼한 편이고 폭발적인 결말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흐름도 자연스럽다.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을 구체적으로 끌어내 극단까지 몰고가는 점과 점점 스토커의 모습을 닮아가는 은철 캐릭터를 통해 탐미에 대한 원죄 의식을 캐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김기덕 감독의 "숨" "시간"에서 연출부로 일했던 전재홍 감독은 데뷔작치고는 세심하고 능숙한 연출력을 보여 준다. 몸을 사리지 않은 신인 배우들의 열연도 눈에 금세 들어온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회의 뒤틀린 미의식을 고민해 보자는 제작 의도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성적 판타지를 되풀이할 가능성을 버리지는 못한 듯하다. 아름다운 여자를 향한 남자들의 비정상적인 구애 행각,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에 대한 묘사는 관습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다. 폭력의 피해자가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끝없이 자학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도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또 이 영화에는 원안을 쓰고 제작을 맡은 김기덕 감독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다. 김기덕 감독이 "아름답다"를 위한 서문에서 "김기덕을 벗어나 전재홍이라는 필름메이커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듯, 전 감독만의 영화 세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차기작을 기다려 봐야 할 듯하다.

이 영화는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14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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