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작 애니메이션 "신암행어사"(감독 시무라 죠지)가 26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개봉한다. 윤인완ㆍ양경일의 원작 만화로 한국에서 50만부, 일본에서 150만부가 팔리는 등 이미 대중성을 검증받은 "신암행어사"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것.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이라고도 하는 일본에서 우리 만화가 인정받아 한일 공동 제작으로 일본인 감독의 총지휘 아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는 "쥬신"이라는 나라에 각 지방을 돌면서 부패한 관리를 찾아내 엄벌했던 암행어사가 있었다며 쥬신이 패망한 지금 아직도 한 명의 암행어사가 세상을 떠돌고 있다는 설명으로 시작한다.
단 한 명의 암행어사는 총 한 자루를 들고 세상을 떠도는 청년 문수. 문수는 사막을 걸어가다가 몽룡이라는 이름의 선비를 만난다. 몽룡은 고향의 영주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춘향을 빼앗자 암행어사가 돼 그녀를 되찾으려고 하지만 과거시험에 계속 낙방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문수는 암행어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마패는 마법의 램프가 아니라고 몽룡을 꾸짖는다. 그 순간 사막의 식인귀인 슬린져의 창이 몽룡의 가슴을 뚫고 그는 그자리에서 죽는다.
문수는 몽룡의 고향을 찾아가고 "암행어사 출두야"를 외치며 영주를 물리치려한다. 그러던 중 영주의 최면에 걸려 살인기계가 된 춘향과 싸우게 된다. 그러나 춘향은 문수가 하고 있던 몽룡의 머리띠를 발견하고 최면이 풀린다. 이후 춘향은 문수의 경호원인 "산도"가 된다.
둘은 바닷가를 거닐다가 한 소년이 살려달라면서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그 소년이 사는 섬으로 간다. 그 곳에서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는 명의 유의태를 만나고 문수는 그에게서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문수는 유의태가 사람모양을 한 약초 만다라케를 재배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가 전염병으로 죽은 섬사람들을 살려내 환상 속에서 살아가게 만든 악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수는 춘향과 함께 유의태를 물리친다.
이 영화는 익숙한 미국ㆍ일본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볼거리를 준다. 배경을 수묵화로 처리해 동양적이면서 독특하고, 문수가 마패를 높이 들면 등장하는 팬텀솔져와 춘향이 긴 머리를 늘어뜨리며 칼을 휘두르는 춘향의 액션 장면은 화려하다.
고정관념을 깨는 재미도 있다. 악당을 깔끔하게 물리치고 아름답게 사라지는 전형적인 영웅이 아닌, 구원만을 바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기적을 바라지 말라"고 매섭게 꾸짖는 현실적인 영웅으로 암행어사를 그렸다.
춘향은 색동저고리 대신 가죽 띠를 두른 살인병기로, 몽룡은 유약하기 그지없는 청년으로 바꿨다. 명의 유의태는 침술로 사람들의 영혼을 농락하는 악마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관객의 긴장을 팽팽하게 당겨놓지 못한다. 원작 만화의 이야기 두개를 이어놓아 영화를 꿰뚫는 하나의 이야기가 없다. 또 주인공 문수에 반대되는 악역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의 주제가 흐려지는 것도 약점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8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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