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신암행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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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신암행어사
  • 윤종원
  • 승인 2004.11.1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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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소속된 공무원으로 품위를 지키며 불의에 맞서야 하는 암행어사가 "신(新)"자를 앞에 붙이더니 어딘가 삐딱해졌다. 고통받는 백성들을 멸시의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건 모두 우연이야. 앞으로 기적 따윈 바라지마!"라고 외친다.

한일합작 애니메이션 "신암행어사"(감독 시무라 죠지)가 26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개봉한다. 윤인완ㆍ양경일의 원작 만화로 한국에서 50만부, 일본에서 150만부가 팔리는 등 이미 대중성을 검증받은 "신암행어사"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것.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이라고도 하는 일본에서 우리 만화가 인정받아 한일 공동 제작으로 일본인 감독의 총지휘 아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는 "쥬신"이라는 나라에 각 지방을 돌면서 부패한 관리를 찾아내 엄벌했던 암행어사가 있었다며 쥬신이 패망한 지금 아직도 한 명의 암행어사가 세상을 떠돌고 있다는 설명으로 시작한다.

단 한 명의 암행어사는 총 한 자루를 들고 세상을 떠도는 청년 문수. 문수는 사막을 걸어가다가 몽룡이라는 이름의 선비를 만난다. 몽룡은 고향의 영주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춘향을 빼앗자 암행어사가 돼 그녀를 되찾으려고 하지만 과거시험에 계속 낙방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문수는 암행어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마패는 마법의 램프가 아니라고 몽룡을 꾸짖는다. 그 순간 사막의 식인귀인 슬린져의 창이 몽룡의 가슴을 뚫고 그는 그자리에서 죽는다.

문수는 몽룡의 고향을 찾아가고 "암행어사 출두야"를 외치며 영주를 물리치려한다. 그러던 중 영주의 최면에 걸려 살인기계가 된 춘향과 싸우게 된다. 그러나 춘향은 문수가 하고 있던 몽룡의 머리띠를 발견하고 최면이 풀린다. 이후 춘향은 문수의 경호원인 "산도"가 된다.

둘은 바닷가를 거닐다가 한 소년이 살려달라면서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그 소년이 사는 섬으로 간다. 그 곳에서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는 명의 유의태를 만나고 문수는 그에게서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문수는 유의태가 사람모양을 한 약초 만다라케를 재배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가 전염병으로 죽은 섬사람들을 살려내 환상 속에서 살아가게 만든 악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수는 춘향과 함께 유의태를 물리친다.

이 영화는 익숙한 미국ㆍ일본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볼거리를 준다. 배경을 수묵화로 처리해 동양적이면서 독특하고, 문수가 마패를 높이 들면 등장하는 팬텀솔져와 춘향이 긴 머리를 늘어뜨리며 칼을 휘두르는 춘향의 액션 장면은 화려하다.

고정관념을 깨는 재미도 있다. 악당을 깔끔하게 물리치고 아름답게 사라지는 전형적인 영웅이 아닌, 구원만을 바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기적을 바라지 말라"고 매섭게 꾸짖는 현실적인 영웅으로 암행어사를 그렸다.

춘향은 색동저고리 대신 가죽 띠를 두른 살인병기로, 몽룡은 유약하기 그지없는 청년으로 바꿨다. 명의 유의태는 침술로 사람들의 영혼을 농락하는 악마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관객의 긴장을 팽팽하게 당겨놓지 못한다. 원작 만화의 이야기 두개를 이어놓아 영화를 꿰뚫는 하나의 이야기가 없다. 또 주인공 문수에 반대되는 악역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의 주제가 흐려지는 것도 약점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8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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