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환자 124시간 묶어둬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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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환자 124시간 묶어둬 사망
  • 윤종원
  • 승인 2006.10.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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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사설 정신병원장 검찰고발

경기도의 한 사설 정신병원이 알코올중독증 환자를 124시간 동안 묶어둬 숨지게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6일 환자를 장시간 격리강박하면서 의사로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경기도 고양시 모 정신병원 A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인권위는 입원환자 10여명을 광역자치단체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계속입원심사(퇴원여부 결정)에서 고의로 누락지연한 혐의(정신보건법위반)와 환자들의 인권위 진정서를 발송하지 않은 혐의(국가인권위원회법 위반)를 A원장 고발 내용에 추가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 병원은 2005년 4월13일~12월9일 가족에 의해 강제로 입원한 알코올중독증 환자 이모(52)씨가 투약을 거부하고 난폭한 행동을 하자 16차례 걸쳐 보호실에 격리하거나 눕힌 채 손목과 발목 등을 억제대에 묶었다.

특히 동료와 다퉜다는 이유로 12월4일 오전 7시30분부터 같은달 9일 오전 11시30분까지 124시간(5일 4시간) 동안 이씨를 억제대에 묶어두었는데 "2시간마다 사지운동을 시키고 대소변을 보게 하며 음료수를 공급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이씨는 풀려난 뒤 20분만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으며 사망 원인은 혈전이 심장폐동맥을 가로막는 폐색전증으로 밝혀졌다.

인권위 조사결과 이 병원은 환자가 6개월에 한 번 퇴원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퇴원 후 다시 입원한 것 처럼 10여명의 서류를 조작했고, 환자의 편지를 검열해 진정서의 경우 인권위로 발송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또 환자 면회시 보호사를 입회시키고 전화사용 횟수를 제한하는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일부 환자를 병원청소에 동원하고 심지어 환자 이송시 구급차에 동승해 보호사 역할을 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는 정신보건법을 개정해 환자의 신체를 묶어두는 "강박"에 대해 명확한 법적 근거와 기준을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권고하고, 이 병원을 제대로 지도감독하지 못한 덕양보건소장 등 관련 공무원을 경고 조치하라고 고양시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전국 1천300여개의 정신병원요양시설에 6만7천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데 정신보건법의 허점으로 환자의 기본권과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작년 9월 "인권침해가 없도록 정신보건법을 개정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강박"에 대한 규정을 신설한 개정안을 같은해 10월 국회에 제출, 현재 법안심사소위위원회에 계류중이며 정신질환자 권익보호에 중점을 둔 2006년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11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환자 박모(70)씨 등 4명이 A병원장을 차례로 진정하자 조사에 착수했으며 현재 이 병원에서는 110~120명의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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