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의 재활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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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의 재활치료
  • 윤종원
  • 승인 2006.08.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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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벼락을 치듯이 갑자기 증상이 온다"는 뜻을 담고 있는 뇌졸중. 반신마비, 언어장애, 우울증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뇌졸중은 환자와 가족에게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사건이다.

뇌경색, 뇌출혈 등 뇌혈관 손상에 의한 뇌기능 장애를 포괄하는 뇌졸중은 신속한 치료로 신경 손상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재활치료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국립재활원 김경미 과장은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 중 90% 이상이 침상 생활에서 벗어나고, 80% 이상이 혼자 걸을 수 있으며(보조기를 쓰는 경우 포함), 70%가 혼자서 식사, 목욕, 옷 입기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동작을 할 수 있게 된다"며 "보호자의 도움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3~18%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치료법의 발달로 조기 사망률이 낮아진 대신 전체 뇌졸중 환자의 70~80%가 장애를 갖고 살아가게 되면서 재활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

▲ 뇌졸중 후유증, 회복 가능한가 = 잘 알려진 것처럼 뇌조직은 일단 손상을 받으면 다시 재생되기 힘들지만, 초기에 부기가 가라앉고, 혈종이 흡수되고, 혈액순환이 나아지면서 손상된 부분이 일부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우리의 뇌는 일부 조직이 손상되면 주변의 정상 신경세포들이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해 손상 부위의 기능을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다.

이런 "자연적인 회복"은 발병 후 3~6개월, 길게 보면 1년 동안 90%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하면 최대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후에도 신경기능이 아주 조금씩 천천히 회복되기는 하지만, 이때의 재활치료는 남아있는 기능을 극대화하는 "기능적인 회복"에 주력하게 된다.

▲ 재활치료, 언제부터 시작하나 = 예전에는 환자의 상태가 완전히 안정되어야 재활치료를 시작했지만, 최근의 추세는 가능한 한 빨리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보통 환자의 혈압, 심박수, 호흡, 체온 등이 안정되고 48시간 동안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되지 않으면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다.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 관절 마디가 굳어버리거나(관절구축), 욕창이 생기기 때문에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단 이런 후유증이 생기고 나면 회복이 더디거나 어려워 질 수 있다.

▲ 어떤 경과를 거치나 = 대부분의 뇌졸중 환자의 운동기능은 일정한 패턴에 따라 단계적으로 회복된다. 하지가 상지보다 먼저 회복되고, 몸에서 가까운 쪽에서 먼 쪽으로 회복이 진행된다.

언어 및 지각기능은 운동기능에 비해 더 느리게, 더 다양한 양상으로 회복되는데, 언어능력은 표현력보다는 이해력이 더 먼저, 더 많이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초기의 재활치료는 심부 정맥 혈전증, 관절구축, 욕창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목표다. 수동으로 관절 부위를 운동시켜 주다가 근육의 힘이 돌아오기 시작하면 환자가 스스로 하는 운동을 조금씩 늘려간다.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이동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치료의 순서는 침대에서 뒤집기, 앉기, 앉은 자세 유지하기, 침대에서 의자차로 옮기기, 서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재평가하고 치료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면서 음식 먹기, 머리 빗기, 세수하기 등의 일상생활 동작을 연습하는 작업치료도 병행하게 된다.
기타 훈련의 내용은 "사래들리지 않고 음식 삼키기"부터 요리와 청소, 시장보기, 운전하기 등 고난도의 일상생활 훈련까지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다.

▲ 재활치료의 예후 = "얼마나 회복될까요?" 뇌졸중 환자와 가족, 의료진의 최대 관심사는 재활치료의 예후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예측 방법이 고안되고 있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20% 이상이 예상을 빗나가 기대 이상 또는 기대 미만의 경과를 보인다.

지금까지의 보고에 따르면 초기에 증상이 심했던 환자일수록 예후가 나쁜 경향이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또, 환자의 나이에 대해서도 연구자마다 "나이가 많을수록 예후가 나쁘다"는 의견과 "환자의 나이는 치료 예후와 관계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재활치료의 장애물 = 뇌졸중의 재활치료는 단순히 마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 자기관리 능력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최대한 회복시켜 환자의 사회적 복귀를 돕는 포괄적인 치료다.

그러나 이것이 공허한 이상처럼 들리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재활치료 여건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치료시설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입원 대기시간이 2~3개월 이상으로 길어 핵심적인 치료시기를 놓치게 될 수도 있고, 입원을 하더라도 건강보험료 삭감문제와 병상 부족 등의 이유로 입원 기한이 제한돼 환자가 수개월마다 병원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김 과장은 "입원치료시설 외에도 급성기를 넘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주간재활센터, 지역사회 중심 재활센터와 같은 중장기 치료시설을 확충하고, 환자와 가족의 장기적인 정신적, 경제적 부담에 대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국립재활원 재활의학과 김경미 과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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