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가 낮고 의료사고 위험…누가 남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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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가 낮고 의료사고 위험…누가 남겠나
  • 병원신문
  • 승인 2023.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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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둑이 터진 것 같다.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응급실을 비롯한 필수의료부문에서 시작된 의료인력부족 문제가 소아청소년과, 마취과, 내과 등 전 진료과로 점차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2016년 ‘전공의 지위향상 및 수련환경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 시행될 때만 해도 그 여파가 이렇게 클지 아무도 몰랐다.

전공의법 제정 당시에도 의사인력난에 따른 진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진료체계가 붕괴되는 상황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외과계열 전문의는 물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개업하는 게 전혀 낯설지 않은 상황이 돼 버렸다.

2022년말 기준 전국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총 2,181명. 이 중 1,842명이 종합병원 이상에 근무 중이고 나머지는 개업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얼추 350∼400명가량에 이른다.

응급실을 지켜야할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병원을 떠나 개업을 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비단 응급의학과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수가가 낮고 근무여건이 힘들거나 의료사고가 빈번한 진료과 모두 엇비슷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은 경·중증 가릴 것 없이 대학병원과 같은 큰 병원으로 몰려 진료부담이 커졌고 또 이를 견디지 못하는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 개업을 하다보니 필수의료 붕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서둘러 필수의료 확충과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나서고는 있으나, 중증응급의료전달체계에 집중하고 있어 2차 의료기관과 그곳에서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박탈감과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이 사실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의료기관 유형별로 고유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의료체계로 개편, 그에 적합한 지원을 통해 가용 가능한 의료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법적, 제도적 손질이 필요하고 수가체계의 개편도 뒤따라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향후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라도 시작하는 게 옳을 것이다.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에 대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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