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종실 설치, 병원 자율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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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종실 설치, 병원 자율에 맡겨야
  • 병원신문
  • 승인 2023.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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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을 앞둔 환자가 조용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임종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 최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됐다.

법사위에서 제2소위로 넘겨 계속 심사하기로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임종실 설치 대상기관으로 규정된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은 난감한 입장이다.

임종실은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입원형 호스피스전문기관에 1개 이상 설치를 지정요건으로 하고 있어 상급종합병원 16곳을 비롯, 종합병원 50곳, 병원 9곳, 의원 12곳을 합쳐 의료기관 87곳에 104개의 임종실이 설치 운영 중이다.

입원형 호스피스전문기관이 아니더라도 상급종합병원 5곳과 종합병원 2곳, 요양병원 49곳이 필요에 따라 1∼8개의 임종실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기준 전체 사망자의 77.1%가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고 있다.

2009년 65.9%였던 의료기관에서의 사망률이 불과 10년사이에 11.2%p나 높아졌다.

반대로 20%가 넘던 주택에서의 사망률은 2019년 13.8%로 큰 폭의 감소를 나타냈다.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는 것이 일상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임종실 수요가 크게 늘어났지만, 임종실 설치가 입원형 호스피스전문기관에만 의무화돼 있어 임종실이 구비돼 있지 않은 의료기관의 경우 중환자실이나 다인실에서 임종을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니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어있는 1인실로 옮겨 임종을 맞는다. 

별도의 임종실이 없으면 환자와 가족이 조용한 임종을 맞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에게 불편을 끼칠 수 밖에 없어 급기야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 임종실 설치 의무화법안까지 나오게 된 것.

그러나 임종실 설치 의무화 대상으로 규정된 의료기관들은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흔쾌히 찬성하지 못하고 있다.

별도의 독립적인 공간에 임종실을 마련해야 하고 의료인력난 속에서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같은 전담인력 배치에 따른 부담감, 적정수가 보전, 비어있을 경우의 손실보전, 임종실이 차 있어 1인실을 임종실(예비임종실)로 별도로 이용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여부 등 짚고 넘아가야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계가 임종실 설치 의무화보다는 의료기관 자율에 맡기고 다양한 지원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임종실은 필수 치료시설이 아니라 환자가족이 임종과정을 지켜보는 보조시설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에 강제하기보다는 현행처럼 자율적으로 설치·운영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의료기관에 부담을 주는 법안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에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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