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불안 속 숭고한 생명 나눔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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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불안 속 숭고한 생명 나눔 실천
  • 김명원 기자
  • 승인 2015.06.26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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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뇌사자, 심장·폐·간·두 개의 신장 기증
서울성모병원, 뇌사자 장기기증 300례 달성
온 국민이 메르스 확산으로 걱정하며 두려움 속에 생활하는 가운데, 뇌사판정을 받은 30대 직장인이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했다. 메르스 불안 속에 장기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에게 새 생명의 희망을 줘 훈훈한 감동이 되고 있다.

고 박성민(남, 38세)씨는 6월22일 10시경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어지러움에 쓰려졌다. 급히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한 결과 뇌출혈으로 진단돼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23일 00시30분 뇌사 소견을 보였다.

가족들은 박 씨가 뇌사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비통에 잠겼다. 평소 지병없이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했었기에 더욱 믿기지 않았다. 가족들은 젊은 나이에 뇌사 상태를 앞두고 있는 박 씨의 의미 있는 임종을 준비하고자 장기기증에 동의하고, 장기기증 수술을 위해 박씨는 23일 10시45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외과중환자실로 이송했다.

박 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두 차례에 걸친 뇌사조사와 뇌사판정위원회를 거쳐 뇌사로 진단받았다. 24일 14시40분 장기이식 수술에 앞서 박 씨의 가족들이 오열하며 고인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눴다.

장기이식팀 김지일 교수(혈관․이식외과)를 비롯한 각지에서 온 장기수혜 병원 의료진 20여명은 수술을 앞두고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기도를 했다.

24일 15시에 시작한 장기적출 수술로 박 씨는 심장, 폐, 간, 두 개의 신장을 서울 및 지방 의료기관에서 말기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총 다섯 명의 환자에게 기증하여 새 생명을 선물하였다.

고인의 부인 이 씨는 “장기기증을 하게 되면 뇌사에 빠져 병상에 외롭게 누워있는 남편을 더 힘들게 하는 게 아닐지 걱정도 되었지만, 장기라도 세상에 남겨 어딘가에 내 남편, 내 동생이 살아있다는 안도감이라도 느끼고 싶은 마음에 가족들이 함께 기증을 결심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의 장기를 받는 분들이 어디에 계신지는 몰라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란다”며 새 삶을 살게 될 환자분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장기적출과 이식 수술을 집도한 장기이식센터 혈관․이식외과 김지일 교수는 “뇌사자 이식은 스페인의 경우 인구 100만명 당 35명의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100만명 당 8.69명에 불과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건강한 장기가 없으면 죽어야 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한 뇌사자 가족의 고귀한 결정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이식센터장 양철우 교수(신장내과)는 “지난 1993년도 첫 뇌사장기기증자 이후 이번 뇌사자 기증으로 서울성모병원이 300명의 뇌사 장기기증을 하게 됐으며 말기 질환으로 고통 받았던 총 1천189명이 장기를 이식받아 새 생명을 찾게 됐다”며 “앞으로도 뇌사기증자를 위한 장례미사, 추모미사, 연미사 등 가톨릭 전례를 통해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하는 한편 장기기증의 적극적인 홍보로 생명나눔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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