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거부 배수진 의협 선결조건에 건보공단 일단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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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거부 배수진 의협 선결조건에 건보공단 일단 ‘NO’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5.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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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측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했지만 2차 협상에 약 2시간 할애?
최종 협상 앞두고 열리는 재정소위 2차 회의 이후 불참 최종 결정할 듯
대한의사협회 환산지수협상단. ⓒ병원신문.
대한의사협회 환산지수협상단. ⓒ병원신문.

선결조건이 이뤄지지 않으면 환산지수협상(수가협상, 요양급여비용계약)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배수진까지 친 대한의사협회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의협 환산지수협상단의 셈법이 복잡해진 형국이다.

의협 환산지수협상단(단장 최성호 부회장)은 5월 23일 2025년도 제2차 환산지수협상에 나섰다.

이날 협상의 관전 포인트는 의협이 지난 제1차 협상에서 엄포를 놓은 것처럼 건보공단이 선결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지 여부였다.

의협 협상단의 선결조건은 환산지수 세분화 및 차등 적용 금지, 협상 과정 생중계 방송, 유형별 순위 적용 철폐 등 세 가지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환산지수협상단(단장 김남훈 급여상임이사)은 세 가지 조건을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달했는데, 의협 협상단은 5월 28일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제2차 회의 이후에 다시 한번 최종 답변을 해달라며 불참 여부를 한 차례 더 미뤘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의협 협상단은 ‘협상 불참’ 엄포를 놓은 게 무색할 정도로 선결조건이 거절됐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긴커녕 성실히 참여한 모양새가 됐다.

문제는 앞서 진행된 다른 유형의 협상단들이 정해진 협상 시간 1시간을 지킨 것과 달리 생중계 카메라가 켜진 상태로 약 1시간, 비공개로 진행된 실제 협상 약 1시간 등 총 2시간가량을 의협 협상단 혼자서 할애해 형평성 문제에 다소 어긋났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건보공단 협상단과 의협 협상단은 제2차 협상 시작 전부터 선결조건 수용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펼쳤다.

김남훈 단장은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회 여부는 정부의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의 필수의료 공급 및 정당한 보상 과제에 따라 불균형적인 수가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이어 “그간 환산지수가 모든 유형별로 일률 인상돼 행위 유형별 보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어 환산지수와 상대가치 점수를 연계해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수가를 적용하는 방식의 논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제도발전협의체 등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수는 있으나 이번 협상에서 당장 철폐를 결정하긴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환산지수협상 생방송도 거부한 김남훈 단장이다.

김 단장은 “환산지수협상은 정보공개법 9조에 따라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사항으로 비공개 대상에 해당된다”며 “공개 시 자유로운 의견이 제한될 수 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의협 협상단은 정보공개법이 정한 비공개 대상에 환산지수협상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또 다른 법리해석으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버텼다.

특히 의협 협상단은 선결조건에 더해 건강증진법을 토대로 법규를 준수할 시 환산지수를 10%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건강증진법상 정부가 20%를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하도록 규정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지킨 적이 없는데, 만약 준수한다면 추가소요재정(밴드)의 충분한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성호 단장은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데, 환산지수협상에 진정성이 있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재정소위 제2차 회의 때까지 해결 여부를 답변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의협 협상단은 △환산지수협상 전 밴드 공지 △재정위 공급자 참여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금 지급 법 준수 △필수의료 살리기 수가인상이 아닌 별도 재정 투입 △각 유형볗 운영에 맞는 상대가치 전면 개편 등 5가지의 요구사항을 추가했다.

의협 협상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원급 기본진료료(진찰료)의 원가보상률은 80% 수준으로, 100%에 근접하려면 약 25% 이상의 수가인상이 필요하다.

이를 2년에 걸쳐 진행할 경우도 매년 11.8% 인상분이 적절하다는 게 의협 협상단의 주장이다.

최 단장은 “국고지원금이 미지급되는 상황에서 건보재정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누적적립금조차 28조 원에 달하고 있다”며 “밴드 규모의 파격적인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건보공단 협상단이 의협의 생각을 재정소위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재정소위 제2차 회의 직후 열리는 가입자·보험자·공급자 3자 간 면담에서 이에 대한 답변을 들은 이후 최종 협상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의협 협상단과 건보공단 협상단의 줄다리기는 최종(제3차) 협상까지 이어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건보공단 협상단이 제1차 협상 직후 재정위와 논의한 이후 내놓은 답변이기 때문에 재정소위 제2차 회의에서 이를 다시 다룬다 한들 의협 협상단이 제시한 선결조건이 받아들여지지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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