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의대증원 여파, 환산지수협상 밴드에 영향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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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의대증원 여파, 환산지수협상 밴드에 영향 ‘無’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5.16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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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 재정위원장, “정해진 협상 구조상 반영 어렵다”…내년 협상 반영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명시된 환산지수 차등 및 세분화는 변수 전망
건강보험재정 흑자 및 누적 적립금은 압도적인 수치 아니라고 개인적 판단
ⓒ병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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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역대급 변수가 현재 진행형인 상태로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수가협상, 요양급여비용 계약)이 시작됐지만,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가 결정하는 추가소요재정(밴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매년 환산지수협상은 2년 전 대비 전년의 진료비 상승분 자료를 토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해진 협상 구조상 반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진행된 환산지수협상에서 요양기관들의 어려움을 즉각 그 해에 반영하지 못했던 것과 동일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윤석준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은 5월 14일 재정소위 1차 회의 직후 건보공단 전문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가입자대표와 공익대표 등이 모인 재정운영위원회 산하 소위원회는 공급자단체별 환산지수 인상률 결정을 좌우하는 밴드를 설정한다.

윤석준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유형별 환산지수협상의 17년 역사 속에서 올해처럼 공급자단체가 파업을 한 상태로 협상이 진행되는 경우는 처음이다.

윤 위원장은 “올해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상태에서 환산지수협상에 들어가게 됐는데, 공급자 유형 중 한 쪽이 비상사태로 정부와 대치한 상태에 놓인 전례가 없다”며 “재정소위 첫 회의 분위기도 굉장히 무거웠고,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이 어려워 그간 경험에 비춰봤을 때 올해 협상이 가장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대정원 증원 여파로 병원과 문전약국이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러한 애로사항을 올해 환산지수 협상에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로 존재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환산지수 협상의 구조상 의대정원 증원 사태로 인한 공급자들의 어려움은 반영하기 힘들다며 선을 그었다.

윤 위원장은 “통상 2년전 대비 전년도 진료비 상승을 분석하는 구조다 보니 올해 벌어진 의대정원 증원은 자연스럽게 통계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코로나19 발병 첫해인 2020년에 실시된 2021년도 환산지수 협상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 피해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결국 올해의 의대정원 증원 충격은 내년에 진행되는 2026년도 환산지수협상에서 반영될 것”이라며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언했다.
 

제2차 건보 종합계획의 환산지수 세분화는 변수

윤석준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 ⓒ병원신문.
윤석준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 ⓒ병원신문.

 

반면 지난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시행계획’에 포함된 소위 ‘환산지수 세분화’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한 윤석준 위원장이다.

보건복지부의 시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행위 일괄 인상이라는 환산지수 계약의 특성 탓에 높은 원가 보상을 받는 검체·영상과 원가 이하인 기본진료료·수술 등 행위별 보상 불균형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 유형의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의 연계 및 조정이 명시됐다.

유형별 환산지수를 요양급여비용목록의 장·절별(수술·처치·검사 등)로 세분화한다는 것인데 때마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최근 상대가치점수 상시조정 연구 추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해 2024년도 환산지수협상이 끝난 이후 재정운영위원회는 부대의견 사항으로 ‘2025년도 협상 시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을 수술·처치·기본진료료 등 원가 대비 보상이 낮은 분야의 수가 조정을 통해 소아 진료 등 필수의료 확충에 활용하도록 권고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로 미뤄볼 때 정부가 환산지수를 장·절별로 세분화해 환산지수 인상의 차등을 두거나 상대가치 상시조정을 통해 저평가 영역을 보상하는 방안을 도입할 가능성이 큰 상황.

이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항이다.

차등을 뒀을 경우 검체·기능·영상 관련 환산지수는 동결될 수 있고, 굳이 밴드 규모도 크게 잡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윤석준 위원장은 “재정소위 위원들과 환산지수 세분화 및 차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저평가 영역에 약간의 차등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끝에 지난해 고육지책으로 부대의견을 의결하고 올해 이를 적용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다만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설사 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이나 폭은 또 다른 협상의 영역이 될 것”이라며 “어떤 방향으로든 정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계획일 뿐이며 실제 협상에서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 윤 위원장이다.

윤 위원장은 “환산지수 차등 또는 상대가치 연계 수준의 폭은 공급자단체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기에 가능성의 영역으로만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윤 위원장은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정도로 결정적이지 않은 환산지수협상인데도 불구하고 일부 공급자단체 회원들이 과도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요양급여비용계약은 흔히 수가협상으로 불리지만 실제로 수가를 구성하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 중 환산지수에 대한 협상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환산지수협상이라고 불러야 맞다”며 “이 부분을 오해하면 5월 협상으로 1년 농사를 다 짓는다고 생각하기 쉬워 공급자단체 회원들이 과도한 기대나 걱정을 할 수 있는데, 환산지수협상은 1년 전체 수가의 4분의 1을 차지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환산지수협상에서 건강보험 흑자 기조와 누적적립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일각에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큼 압도적으로 쌓이진 않은 것 같다”는 것이 윤 위원장의 개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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