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지수 차등 적용 불가, 단체별 순위 적용 철폐, 협상 장면 실시간 생중계 등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가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요양급여비용계약, 수가협상)의 선결조건을 제시, 단 하나라도 수용되지 않을 경우 협상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협이 제시한 선결조건은 당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 대부분인데, 사실상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 불참을 선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의협은 5월 16일 오전 11시 의협회관에서 ‘2025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의협은 그동안 정부의 입맛대로 정해진 환산지수협상에 절대 참여하지 말라는 수많은 회원의 요구가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의협이 제시한 선결조건들이 이행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의협의 첫째 조건은 일부 행위 유형의 수가를 동결시켜 마련한 재원으로 필수의료분야에 투입하는 소위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적용’의 철회다.
임현택 회장은 “지난 50년간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체계를 고수한 정부가 수가 정상화는 외면한 채 일부 행위 유형의 수가를 필수의료분야에 돌리겠다는 것은 현행 수가체계를 더욱 기형적으로 만들겠다는 무지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조건은 그간 건보공단 환산지수협상 연구결과에 따라 정해진 공급자단체 간 순위 매김과 나눠먹기식 방식이 아닌 합리적인 계약 방식의 도입이다.
셋째 조건은 ‘깜깜이 협상’으로 불릴 만큼 철저히 폐쇄적으로 운영된 환산지수협상의 명명백백한 공개다.
성혜영 의협 대변인은 “일본 의사수급분과위원회는 어떤 위원이 무슨 발언을 했는지 일일이 기록하고 있고, 미국도 중요한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생중계 및 녹취록 등으로 철저히 검증한다”며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보험료와 진료비로 직결되는 환산지수협상의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해 일체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택 회장은 이어 “원가의 50% 수준에서 시작한 우리나라 보험수가가 근 반백 년 동안 아직도 원가의 80%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며 “2025년도 의원 유형과 병원 유형 모두 최소한 10% 이상의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의협은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에 참여하기 위한 선결조건을 내걸었지만, 이는 실현되기 힘든 조건이 대부분이라는 평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이 제시한 선결조건은 오늘 당장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라며 “이미 1차 협상을 끝마친 단체도 있고 게다가 공급자단체들끼리 미리 의견을 공유한 사항도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의협이 선결조건 중 하나라도 수용되지 않으면 협상을 즉각 중단한다고 선언했는데, 애당초 수용 불가능한 조건들이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의 불참을 선언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은 5월 16일 오후 3시로 예정된 1차 협상을 생중계하겠다고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