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지수 역전으로 병원급 필수의료 왜곡…‘해결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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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지수 역전으로 병원급 필수의료 왜곡…‘해결 절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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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찬 병협 협상단장, 필수의료 인력 유출 원인 중 하나로 지목
병원계 어려움 고려하고 개선·완화 의지 ‘시그널’ 주는 협상 돼야
의대정원 증원 촉발 병원계 경영악화 심각…관례 깨고 반영 필요해
대한병원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5년도 제1차 환산지수협상 장면. ⓒ병원신문.
대한병원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5년도 제1차 환산지수협상 장면. ⓒ병원신문.

“환산지수 역전현상으로 인해 의료 전달체계 왜곡을 넘어 필수의료 통계 왜곡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병원급에 있어야 할 필수의료 인력이 의원급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단기간에 역전현상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해결의 실마리라도 보일 수 있게 시그널을 줘야 합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환산지수협상(요양급여비용계약, 수가협상) 단장이 5월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전문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올해 병원계가 처한 여러 어려움을 토로하며 밝힌 한 마디다.

환산지수 역전현상의 심화로 종별 가산을 반영하더라도 의원이 상급종합병원 수가마저 일부 초월하는 등 병원계 진료현장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데다가 필수의료 통계까지 왜곡되는 일이 생기고 있어, 이를 하루빨리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매년 5월 실시되는 환산지수협상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게 병협의 주장이다.

병원과 의원의 환산지수 역전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의원 유형의 환산지수 인상률이 병원 유형을 초월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면서 누적된 결과인 것인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병원급에 비해 의원급의 전문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증가한 점이 하나의 예다.

송재찬 단장은 “1차 의료가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전문의 숫자가 의원에 몰리고 있는 것은 의료 소비자입장에서 반가운 얘기는 아니다”라며 “일정 부분은 환산지수 역전이 만들어낸 모습인데, 개원을 하는 것이 전문의에게 훨씬 유리해지는 현상을 해소하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바람직하게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재찬 단장의 설명에 따르면 환산지수 역전이 불러온 부정적인 현상 중 하나로 필수의료 인력의 유출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의원보다는 병원에서 더 필요한 필수의료 인력이 몇 년 전부터 의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통계가 속속 나오고 있다.

병협 차원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개원가에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2023년도 4분기 기준 약 260명으로, 2020년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또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증가율의 경우 지난 3년간 의원급은 15%, 병원급은 3.2%인데, 해마다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2023년도 4분기 기준 병원급 의료기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2,730여 명, 의원급은 2,474명가량으로 거의 유사하다.

송재찬 단장은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응급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얼마나 필요할지는 모르겠으나 병원급 의료기관만큼은 아닐 것”이라며 “환산지수 역전현상이 필수의료 인력의 통계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똑같은 수술과 행위를 해도 병원보다 의원이 많은 보상을 받기 때문에 당연히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병원급 의료기관에 종사할 인력이 의원급으로 유출되고 이로 인해 의원급 인건비가 급증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필수의료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이에 병협은 올해 환산지수협상에서 예년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환산지수 역전현상의 폐해를 강조할 방침이다.

송 단장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환산지수 역전현상에 따른 병원급 필수의료 전문 인력의 이탈은 결단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며 “너무 오랫동안 방치되는 바람에 지속해서 누적된 이 같은 결과물을 근본적·제도적으로 개선하려면 최소한 병원 유형과 의원 유형의 격차를 조금씩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잡고 지금이라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한 해의 추가소요재정(밴드)을 전부 몰아줘도 격차가 해소되지 않을 만큼 한두 번의 협상으로 단시간에 해결할 수는 없겠으나 올해부터라도 조금씩 개선·시정해야 한다”며 “올해 환산지수협상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조해 주장할 방침이고, 정부도 해결의 의지가 있다면 적절한 시그널을 통해 환산지수 역전현상에 브레이크를 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대정원 증원 사태 장기화 병원 존립 위기

정해진 틀과 관례 깨고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환산지수 장·정별 세분화는 바람직하지 않아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환산지수협상단장(상근부회장). ⓒ병원신문.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환산지수협상단장(상근부회장). ⓒ병원신문.

이날 송재찬 단장은 의대정원 증원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병원계가 겪고 있는 경영난이 존립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기존 환산지수협상의 틀을 깨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환산지수협상은 통산 2년전 대비 전년도 진료비 상승분을 토대로 이뤄지다 보니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의대정원 증원 사태에 따른 병원계의 경영난이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이 구조를 탈피해야만 한다는 것.

게다가 병협이 최근 600여 곳의 병원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2022년에 비해 2023년도에 의료 수입 증가율은 3.2%인 것에 반해 의료 비용은 6.6% 늘었고 평균 의료이익률도 –2.9%에서 –7.1%로 적자 폭이 커졌다.

아울러 진료비 지급 시차(요양기관 수진 시점과 진료비 청구 시점 간의 시차) 때문에 재작년에 과대 계상되고 지난해는 과소 계상된 진료비 상승분도 병협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역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고통받고 있는 병원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환산지수협상이 된다면, 누적된 경영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두렵다는 게 송재찬 단장의 우려다.

송재찬 단장은 “올해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의료전달 체계가 무너지고 있고 병원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였는데, 과거의 실적치로 미래를 결정하는 정해진 방식대로만 환산지수협상을 진행하면 병원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사태가 올 것”이라며 “이제는 법적인 권한과 관례, 틀 등을 깨고 병원 유형을 향한 정당한 고려가 즉각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언급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가 환산지수협상 참여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요양급여비용목록의 장·절별(수술, 처치, 검사 등) 환산지수 세분화 및 차등화 철폐’의 경우 의협의 의견에 일부 공감한다고 밝힌 병협이다.

송 단장은 “원가에 반영한 상대가치 점수의 개선을 우선해야지, 장·정별로 환산지수를 세분화하는 작은 방법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마스터 플랜이나 전체적인 계획 즉, 주된 수단을 세운 후에 논의해야 할 일인데, 이를 내버려 두고 부차적인 수단만 갖고 얘기하면 안 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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