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코앞에 ‘간호사법안’ 발의한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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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코앞에 ‘간호사법안’ 발의한 ‘국민의힘’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3.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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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협, “정부의 의료개혁 지지…법안 발의 환영”
민주당, “선거 앞두고 표 계산만 하는 꼼수 전략”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간호법안이 5월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재투표를 거쳐 부결됐다. (사진/연합)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간호법안이 5월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재투표를 거쳐 부결됐다. (사진/연합)

직역간 갈등을 이유로 대통령이 거부권까지 사용한 간호법안을 여당인 국민의힘이 발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의대 증원 문제로 의사와 정부간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간호법을 반대해온 보건의료 단체들까지 갈등의 블랙홀로 빨아들이는 또다른 뇌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유의동 의원은 3월 28일 제정법인 ‘간호사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 끝에 폐기된 지 채 1년도 안돼 여당에 의해 부활한 것.

유의동 의원은 “오늘 발의한 간호사법안은 지난해 5월 정부가 재의 요구했던 간호법안과 전혀 다른 새로운 법안”이라며 “당시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실종된 비민주적 법안이었다면 발의된 간호사법은 PA 간호사를 명확하게 제도화하고, 간호사가 학교, 산업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 시설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애써 차이를 강조했다. 

특히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하면서,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통해 실제 이들의 업무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고 밝혀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현장의 부족한 의사인력을 대거 PA로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를 “만성질환 예방 및 맞춤형 간호돌봄‧요양서비스의 확대 등으로 의료기관은 물론 재택간호, 노인복지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간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 시 준수사항 등 의료기관에 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의료기관 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의 업무와 특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수한 간호사의 장기근속을 위한 간호사의 업무범위 명확화 및 권리보장, 간호사 대 환자 수 규정, 지역의료 강화 및 필수의료 분야의 숙련된 간호사 양성‧확보, 지원을 위한 체계적인 간호정책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간호를 수행하는 전문간호사 및 간호사와 간호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과 관련한 사항을 규정한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해 간호에 대한 법보호 체계를 구체화하고 간호인력의 수급이나 교육 등에 관한 사항 등을 체계적으로 규율하여, 간호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법안은 간호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정부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간호사가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도록 했다.

또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간호종합계획을 수립하고, 3년마다 간호사 실태조사를 시행하며 복지부 장관 소속 간호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간호사 양성 및 처우를 논의하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재택간호 전담기관 개설과 관련한 규정(제30조)에서 ‘재택간호 전담기관이라는 의료기관을 간호사가 개설할 수 있다’는 것만 규정하고, 그에 관한 사항을 하위법령으로 위임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의사단체 등은 간호법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간호법을 반대해왔는데 기관개설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보건의료 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한간호협회는 3월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간호법 재추진을 정부와 국회에 공식 요청했다.
대한간호협회는 3월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간호법 재추진을 정부와 국회에 공식 요청했다.

간호계는 여당의 간호사법 발의에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반면 민주당은 선거를 겨냥한 꼼수전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봄보다 반가운 소식,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여당·야당·정부·국민 모두가 간호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이제라도 한마음이 되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이제 간호관련법은 대한민국 ‘간호 역사 100년’을 넘어서, 새로 ‘국민 건강 100년’을 준비하는 건강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간협은 “법안 발의는 시작일 뿐으로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특정 이익집단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정치권은 그 어떤 부당하고 그릇된 요구에도 굴하지 말고 정확히 제정, 선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안을 필두로 시작되는 정부의 의료개혁을 지지한다며 정부의 의료개혁은 시대의 분명한 요구인 만큼 이에 발맞춘 간호관련법 제정은 분명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여당의 간호사법 발의에 대해 민주당은 환영한다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등 돌렸던 간호계의 환심을 사서 표를 얻고자 하는 얄팍한 선거전략의 일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조원준 수석은 “의료계와 정부 간의 첨예한 갈등 상황에 간호계까지 끌어들여 더 큰 혼란을 부추기고 의료계와의 싸움에서 용병으로 삼겠다는 무책임하고 치졸한 행태”라며 “제대로 된 정부와 여당이라면 스스로 내걸었던 원칙과 기준에 맞춰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PA 합법화가 시급한 과제라면 엉뚱한 논란을 만들기보다 의료법 개정안을 통해 제대로 논의하고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선거를 앞두고 표 계산만 하는 꼼수 전략으로 과연 의료계, 간호계는 물론 야당을 포함한 국회를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혀 진정성이 없는 입법이라는 것이다.

조원준 수석은 “민주당은 이미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견을 조정한 ‘간호법안(고영인 의원안)’을 발의해 놓은 상황”이라며 “그 안을 중심으로 언제든지 법안을 논의할 의향이 있고 조속히 통과 시키겠다”고 언급했다.

여야 모두 간호관련 법안을 발의함에 따라 과연 21대 국회가 마무리될 5월까지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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