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인수합병, 찬반 넘어 방법론 논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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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인수합병, 찬반 넘어 방법론 논의할 때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1.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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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부실 의료법인의 바람직한 퇴출 구조 마련 촉구
복지부, 제도 개선 시급성 공감한다면서 기존 입장만 되풀이
‘한계 의료법인 합리적 퇴출구조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1월 11일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계 의료법인의 합리적 퇴출구조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병원신문
1월 11일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계 의료법인의 합리적 퇴출구조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병원신문

병원계가 의료법인 인수합병과 관련해 과도한 사회적 우려와 소모적인 논란에서 벗어나 이제는 실질적인 방법론을 논의할 시점이라며 부실 의료법인의 합리적인 퇴출 구조 마련을 촉구했다.

1월 11일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동근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의료법인연합회 주관으로 ‘한계 의료법인의 합리적 퇴출구조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1973년 도입된 의료법인 제도는 공공성 제고와 의료서비스의 확산 및 지역 편중 해소를 목적으로 일정 규모의 자금을 출연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법인의 자산은 주무관청에 귀속되는 구조로 병원 경영이 한계에 직면해도 투입된 자산은 회수가 불가능하다. 적자가 누적돼도 임의로 처분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재 국회에는 의료법인 인수합병을 마련하는 관련 법안이 계류된 상태지만 실질적이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병원계가 직접 나서 부실 의료법인의 합리적인 퇴출 구조로 인수합병 방안을 거듭 요구하고 나선 것.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철준 대한의료법인연합회 정책위원장(대전웰니스병원장)은 의료법인의 체질을 개선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인수합병이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요양기관은 94,865개로 이 중 의료법인 의료기관은 1.38%에 해당하는 1,316개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145곳을 제외한 나머지 1,171곳은 병원급에 해당한다. 의료법인 의료기관의 지역별 분포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33.7%(405곳), 지방 중소도시에 66.3%(798곳)이 분포돼 지방에 압도적으로 많다.

김철준 정책위원장은 “의료법인은 지역 내 의료 제공, 의료취약지 의료 제공 등 공공의료 기관의 역할을 대체 또는 보완하고 있다”며 “신종플루 당시 거점병원으로 지정돼 충실한 역할을 수행한 바 있고 응급의료센터 및 응급의료기관 중 의료재단‧의료법인 병원이 41.4%에 해당해 응급의료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하는 의료법인 병원들의 경영현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철준 대한의료법인연합회 정책위원장ⓒ병원신문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철준 대한의료법인연합회 정책위원장ⓒ병원신문

지속적인 저수가 정책과 비급여 부문의 보장성 강화 추진 등으로 경영난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고 수도권 대형병원의 병상 확장 경쟁과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경영난에 빠지는 병원이 늘고 있다는게 김 정책위원장의 분석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병원은 118곳, 요양병원도 118곳이 폐업했고 “의료법인의 의료이익률도 연평균 3.1% 수준에서 2009년이후 2012년까지 하향 추세로 당기순이익은 2012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며 “열악한 의료기관 경영환경으로 인해 수많은 의료법인 병원들이 부실 의료법인으로 전락해 퇴출될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이나 부실 의료법인의 경우에도 적법한 퇴출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 경영상태가 불건전한 의료기관도 파산 시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어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경영의 악순환으로 인한 지역 내 의료제공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합리적인 입법이 불비한 현 상태에서는 오히려 불법적‧음성적 법인 매매가 이루어질 수 있어 이를 양성해화 건전하고 합법적인 의료기관육성‧운영을 도모해야 할 정책적 조치가 조속히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부실 의료법인 합병제도 마련에 따른 기대효과로 경영악화에 따른 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는 의료기관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의료기관으로 변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경영이 부실한 의료기관은 경영이 양호한 의료법인과 합병 후 우수한 의료인력을 투입하고 시설과 장비 재투자로 효율적 경영을 통해 의료의 질과 병원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향상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계상황을 지나 정상화가 불가능한 의료법인은 자연스럽게 퇴출, 장기적으로 의료의 질과 수준이 담보된 안정적인 의료기관만이 생존하게 돼 양질의 의료공공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고 부실 의료기관 감소로 폐업시까지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료비 절감과 의료의 인적, 물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한 만큼 국가적 의료재정관리 차원에서보다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 논의 때보다 나오는 사회 일각의 과도한 우려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시민단체나 소비자단체에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경영권이 이전되거나 바뀌었다고 해서 과도한 인력을 해고 하거나, 지역사회에 문제가 생겼거나, 개원 의사들의 폐업이 늘어난 사례가 실제 있었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며 “저는 기본적으로 과도한 우려라고 생각하고 이런 부분들은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해소,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입법시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김 의료법인에 대한 민영화 또는 영리에 대한 과도한 우려에 대한 것은 불식시키고 합리적인 관리기준 부분들을 균형 있게 만들 때가 됐다”면서 “의료법인 인수 및 합병을 통한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인구 고령화 등 변화에 따른 지역별 의료 수요에 맞는 병상 공급‧조정‧통합 발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이 필요하다. 비영리로서 국민에 대한 봉사와 희생에 대한 의료서비스도 필요하지만 서비스 산업으로서의 역할도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 부분도 같이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월 11일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계 의료법인의 합리적 퇴출구조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토론자들ⓒ병원신문
1월 11일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계 의료법인의 합리적 퇴출구조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토론자들ⓒ병원신문

이어진 토론에서도 부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 문제를 찬성과 반대라는 이 분법적인 사고가 아닌 방법론을 논의할 때라는 의견이 개진됐다.

구자성 대한의료법인연합회 재무위원장(은성의료재단 부이사장)은 “이 논의는 20년 가까이 됐고 해묵은 논의다. 그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가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제도를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왜(Why)’냐고 물었다면 이제는 방법(How)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상당히 모호한 부분을 명확하게 만드는 방법론에 대한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

이러한 병원계의 의견에 보건복지부는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박종용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은 “의료법인 관련 많은 민원과 쟁점이 있는데 법률 규정을 포함해서 규정이 특이하다”면서 “대부분 행정해석을 통해 지침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납득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희망했다.

이어 박 사무관은 “의료법인 제도 관련해서 여러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의료서비스에 대한 시각, 보건의료 정책 체계와 관련된 문제로 풀어내기가 간단치 않은 문제”라며 “그렇지만 의료법인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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