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유행도 없어…만성질환 신환자 의료이용 대폭 하락
1인당 월평균 입·내원일수는 줄고 입·내원 1일당 진료비는 늘어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경제·문화 등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건강행태와 의료이용 행태, 감염병 발생 양상 등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제1급부터 제3급 법정감염병 신고건수가 전년 대비 10% 가까이 감소했고, 1인당 월평균 입·내원일수는 약 12% 감소했으며, 만성질환 신환자의 의료이용도 대폭 줄었다.
단, 입·내원 1일당 진료비는 전년보다 무려 13.6%가량 늘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 감염병정책총괄과 조경숙 과장은 9월 23일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의 감염병 발생 양상과 건강행태 및 의료이용의 변화’라는 제목의 역학·관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제외하면 법정감염병 신고건수 4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법정감염병 신고건수는 2011년 9만7491건에서 2019년 18만4323건으로 약 2배 정도 증가하다가 2020년 16만6717건으로 9.6%(1만7606건)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6만727건)를 제외하면 10만5990건으로 무려 42.5%(7만8333건)나 감소한 결과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여 년간 급별 감염병 신고건수를 살펴보면 더욱 정확히 드러난다.
제1급감염병의 경우 지난 2014년 1건(보툴리눔독소증), 2015년 185건(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2018년 1건(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2019년 1건(보툴리눔독소증)으로 발생이 거의 없다가 2020년 보툴리눔독소증 1건과 코로나19(신종감염병증후군 COVID-19) 6만727건이 신고됐다.
제3급감염병은 2011년 8966건에서 2019년 1만9443건으로 지난 10여 년간 2.2배 증가하다가 2020년에는 1만9221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1.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2급법정감염병은 2011년 8만8525건에서 2019년 16만4879건으로 약 2배 증가했지만, 2020년에는 8만6768건으로 47.4%나 감소했다.
이는 제2급감염병에 속하는 결핵,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성홍열 등의 호흡기 전파 감염병의 두드러진 감소세(51.3%)에 기인한 것이다.
제1~제3급 법정감염병은 아니지만 제4급표본감시 대상 감염병 중 호흡기 전파 감염병인 급성호흡기감염증은 2019년 10만1038명에서 2020년 2만4260명으로 76% 폭락했고, 인플루엔자도 2020년 3월 27일 유행주의보 해제 이래 2020~2021년 절기에는 유행이 전혀 없었다.
조경숙 과장은 “호흡기 감염병 발생의 감소는 2020년 3~7월 기간 호흡기 질환으로 건강보험을 이용한 환자수가 전년 동기 대비 51.9% 감소한 것과 유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인당 월평균 입·내원일수↓, 입·내원 1일당 진료비↑
2020년 1인당 월평균 입·내원일수는 1.56일로, 전년 대비 11.9%나 감소했는데, 이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5%(0∼2.9%) 증가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감소율이다.
아울러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14만1086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했지만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평균 증가율 7.4%(2.7∼11.7%)에 비하면 매우 낮았다.
반면, 2020년 입·내원 1일당 진료비는 9만391원으로 전년 대비 13.6% 증가했다.
이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평균 5.8%(0.7∼9.9%)에 비하면 2배 이상 증가한 결과다.
이와 관련 조경숙 과장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질병의 중증도가 경미한 환자는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고, 증증도가 높은 환자들은 의료이용이 더 많았거나 의료기관 방문을 미뤄 질병이 더 악화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동기(3∼7월) 대비 만성질환의 건강보험 이용자수 증감률에도 변화가 있었다.
고혈압의 경우 2017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고, 2018년 및 2019년에는 각각 3.6%, 2020년에는 3.2% 증가했다.
당뇨병은 2017년에는 7.2% 증가했고, 2018년 및 2019년에는 각각 6.4%, 2020년에는 4.1% 증가했다.
암의 경우 2020년 증가율의 폭이 가장 적었다(2017년 5.8%, 2018년 5.5%, 2019년 4.8%, 2020년 1.6%).
심장질환은 2017년에 6.1%, 2018년 4.2%, 2019년 4.5%, 2020년 2.4% 증가했고, 뇌혈관질환은 2017년 3.5%, 2018년 4.1%, 2019년 7.9%, 2020년 0.6% 상승했다.
근골격계 질환은 2017년 3.6%, 2018년 2.5%, 2019년 3.3% 증가하다가 2020년에 5.9%나 감소했다.
2017~2020년 매년 1∼7월까지의 주요 만성질환의 건강보험 이용 신환자수의 증감률은 어떨까.
고혈압의 경우 2017년 –0.7%, 2018년 7.4%, 2019년 6.7%, 2020년 –2.9%의 증감률을 보였으며, 당뇨병은 2017년 1.7%, 2018년 3.3%, 2019년 6.4%, 2020년 –5.7%의 증감률을 보여 2020년 신규환자가 대폭 감소했다.
5대 암의 종류별로 살펴봐도 위암은 2017년 0.0%, 2018년 0.1%, 2019년 –0.3%, 2020년 –11.7%의 증감률을 보여 2020년 신규 환자수가 감소했다.
대장암은 1.9% → 0.0% → 3.6% → –6.8%의 증감률을 보였으며, 간암의 증감률은 1.4% → 0.5% → –1.2% → –2.5%였다.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은 각각 8.4% → 6.7% → 6.5% → –3.8%, –1.5% → –2.2% → –3.8% → –6.4%의 증감률을 보였다.
결국, 5대 암 모두 신규 환자수가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조경숙 과장은 “의료기관의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진 측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개인이 건강검진을 미루거나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는 등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20년 163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래로 122개국(75%)에서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 접근성이 낮아졌다고 응답한 바 있다(고혈압 53%, 당뇨병 49%, 암치료 42%, 심혈관 31% 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관적 건강인지율 34.6% 증가
질병부담 가중시킬 만성질환 관리에 노력 기울여야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지역사회 주민의 건강행태 변화를 살펴보면 2020년 흡연율 및 남자흡연율은 각각 19.8%, 36.6%로 전년 대비 0.5%p(2.5%), 0.8%p(2.1%) 감소했는데, 이는 매년 감소하던 추세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반면 월간 음주율은 2019년 59.9%에서 54.7%로 5.2%p(8.7%), 고위험 음주율은 14.1%에서 10.9%로 3.2%p(22.7%) 감소해 그 폭이 매우 컸다.
걷기실천율은 2019년 40.4%에서 2020년 37.4%로 전년 대비 3.0%p(7.4%)나 감소했고, 중증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도 24.7%에서 4.9%p(19.8%) 감소한 19.8% 기록했다.
금연·절주·걷기를 모두 실천하는 건강생활 실천율은 2019년 28.4%에서 2020년 26.4%로 2.0%p(7.0%) 하락했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이 각각 4.0%, 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관적 건강인지율이 2019년 41.3%에서 2020년 55.6%로 14.5%p 급증해 전년 대비 34.6%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 특징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은 2019년 41.9%에서 2020년 45.9%로 4.0%p(9.5%) 증가했는데, 2018년 대비 2019년 증가율 4.8%(40.0% → 41.9%, 1.9%p)에 비해 약 2배에 달한다.
조경숙 과장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일상생활을 비롯해 건강 및 의료이용 행태, 감염병의 발생 양상 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코로나19 이후 향상된 개인위생과 방역수칙은 향후 감염병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과장은 이어 “하지만 코로나19 종료 이전에라도 국민건강을 악화시키고 질병부담을 가중하게 될 건강행태 변화와 만성질환 관리에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