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육아, 시니어맘은 허리 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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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육아, 시니어맘은 허리 필 시간이 없다
  • 박현 기자
  • 승인 2013.12.19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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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채는 손주 달래려다 '시니어맘' 허리에 골병든다!
안고-업고-씻길 때 '추간판탈출증-척추관협착증-척추압박골절' 위험 커!

#사례
주부 김혜자 씨는(62세) 맞벌이 하는 딸 대신 5세, 2세 손주를 돌보는 시니어맘. 아직 손길이 많이 필요한 작은 손주는 업어주는 일이 많고 큰 손주는 안아달라고 보채기 일쑤.

아이들을 씻기고 어지럽혀진 집안을 치우다 보면 하루 종일 허리 한번 필 시간이 없다. 요새 부쩍 허리 통증이 심해져 밤에 잠을 이루기가 어려워진 김씨는 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되도록 허리 쓰는 일을 자제하고 휴식을 취하라지만 두 손주를 봐줘야 하는 김 씨는 곤란하기만 하다.

워킹맘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 할아버지 시니어맘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9년 아동 보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취학 아동의 35%는 최소 낮 동안 조부모의 손에 맡겨진다.

최근에는 전문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시니어 베이비시터도 증가 추세다.  하지만 근골격이 약해져 있는 노년층이 아이들을 온종일 안고, 업고, 씻기다 보면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분이 바로 허리다. 시니어맘이 아이 돌볼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척추질환을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송준혁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안을 때, 아이 체중의 10~15배가 허리의 가중 '추간판탈출증' 위험!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가장 쉽고 흔한 방법은 안아주는 것. 하지만 아이는 성장할수록 체중이 무거워지고 시니어맘의 허리는 약해진다. 노년층은 이미 디스크 퇴행이 많이 진행돼 디스크의 탄력이 떨어져 있고 허리 주변의 인대도 크게 약해져 있다.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아이를 드는 행동은 허리건강에 최대 적이다.

아이를 안을 때 아이 체중의 10~15배의 충격이 허리에 가중된다. 또 아이를 계속 안고 있으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 허리가 앞쪽으로 휘어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김 씨처럼 추간판탈출증 위험이 높아진다.

추간판탈출증은 외부충격으로 인해 척추뼈 사이에 충격을 흡수하는 추간판이 제자리를 벗어나는 질환. 벗어난 추간판이 주변을 지나가는 신경을 압박하면 강한 통증이 생긴다.

따라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급적 아이를 안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을 삼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안을 때는 허리의 힘만을 이용해 아이를 번쩍 드는 것보다 최대한 몸을 낮게 하고  무릎을 꿇고 앉아 안아야 한다.

또 허리 힘만 아닌 온몸을 이용하는 것이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아기띠를 이용할 땐 바짝 쪼여서 안는 것이 바람직하다. 틈틈이 온몸을 쭉 펴는 등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 근육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것도 도움된다.

업을 때, 허리 젖혀진 채 오래 있으면 신경 눌려 '척추관협착증' 악화!

안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돌볼 때 많이 하는 행동이 업어주는 것이다. 업어주면 그나마 손이 자유로워 업는 것을 더 선호하는 시니어맘들도 많다.

하지만 아이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척추에 과도한 하중이 실리면서 미세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미세손상이 쌓이면 척추관협착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며 뼈 사이의 관절 부위나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생긴다. 전에 비해 커진 뼈나 인대가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인 척추관을 좁게 만들어 신경을 압박하면 통증이 발생한다.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유사하지만, 엄연히 다른 질환. 허리디스크의 경우 앞으로 숙일 때 통증과 저림이 더 심해지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증상이 완화된다.

어르신들이 걷다가 쭈그리고 앉아 쉬거나, 유모차 및 보행기구에 몸을 앞으로 기대며 걷는 것은 척추관협착증으로부터 오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다.

노화로 척추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에서 아이를 자주 업어주는 시니어맘은 허리신경 압박이 커지기 마련. 아이가 등 뒤에서 움직임이 심할 경우 허리 부담도 더 심해진다.

따라서 아이를 업어주기 보다는 보행기에 앉히거나 외출할 땐 유모차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피치 못해 아이를 업을 때에도 30분 이상 업지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씻길 때, 욕실에서 '미끌' 척추압박골절 주의!

2011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고령자 안전사고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집안에서 일어나는 노인낙상 중 욕실은 침실에 이어 두번째.

60대 이후부터는 골조직의 급격한 약화로 가벼운 외상만으로 쉽게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중 노년층 여성이라면 운동신경이 둔하고 골다공증 유병률이 높아 더 주의해야 한다.

특히 욕실에서 아이를 씻기는 상황에서는 아이의 행동제한이 어렵고, 미끄러운 바닥 때문에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넘어져 척추압박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노인들이 낙상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부위는 엉덩이다. 노인은 신체 중심이 뒤로 쏠려 있어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넘어진다. 자기 몸무게의 3배 이상 되는 충격이 엉덩이에 집중되고 부상을 당했을 경우, 최소 3개월 이상 누워 있어야 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욕실에서 낙상사고를 예방하려면 매트를 깔아 욕실바닥이 미끄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변기와 욕조 옆에는 지지할 수 있는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아이를 욕조에서 씻길 때는 되도록 물이 많이 튀지 않도록 샤워커튼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척추∙관절 바른세상병원 송준혁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아이를 돌보는 노년층의 경우 체력소모가 많아 근골격 질환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시니어맘은 허리에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등 발생하기 쉬운데 이 질환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거나 무리하면 재발확률도 높은 만큼 정기적인 검진이 꼭 필요하며 허리의 통증이 있다면 미약하더라도 지나치지 말고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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