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원 이상 DRG 적용, 산부인과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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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원 이상 DRG 적용, 산부인과는 위기
  • 박현 기자
  • 승인 2013.05.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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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종합병원급 이상 포괄수가제 전면 확대 시행을 앞두고
대부분의 수술이 포함된 산부인과는 학문적 위기까지 초래

대한산부인과학회는 5월27일(월) 산부인과 전체 회원들에게 올 7월부터 시행되는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과 관련해 그동안의 진행상황을 적은 '포괄수가제 전면 확대 시행을 앞두고'라는 제목의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와 관련해 5월30일(목) 열리는 '전국산부인과주임교수회의'에서 포괄수가제 전면 적용 대응방침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대한산부인과학회가 회원들에게 보낸 서한 내용 중 일부다.

-포괄수가제 전면 확대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지난 10여년간 4개과 7개 질환에 대해 포괄수가제의 시범사업을 벌여오면서 이미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어 개선책으로 신포괄수가제를 연구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갑자기 '급증하는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고 재원일수를 단축'한다는 명목으로 기존의 포괄수가제를 전면 확대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이유인 '노령인구 급증에 따른 의료비 상승'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제왕절개수술이나 자궁수술 등 산부인과 수술들까지 시범사업을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포괄수가제 강제 적용에 해당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이에 앞서 2011년 11월16일 포괄수가제 발전협의체 조직을 구성해 제1차 회의를 개최해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에 대해 논의했고 2012년 2월에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해 강제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012년 1월 초에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에 절대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포괄수가제의 자율적인 선택제 이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포괄수가의 원가보전, 7개 질병군 환자분류체계 정비, 수가 조정기전의 규정화 등을 약속했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채 결국 해당 진료과들의 극명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2년 7월부터 4개과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은 예정대로 시행된 것이다. 

다만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급 이상의 병원까지 그래도 시행하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 종합병원급 이상 확대적용은 2013년 7월로 미루고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예상되는 포괄수가제의 문제점들을 다시 논의하면서 합리적인 보완절차로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제대로 된 보완절차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그동안 포괄수가제 적용 대상 산부인과 질병군부터 재검토하자는 주장을 보건복지부에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타과에 비해 너무나 많은 수술들이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어 직격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단지 2개의 질병군으로 인식되고 있는 '제왕절개술'과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이 실제로는 산부인과 수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질병분류체계의 심각한 오류로 인해 제왕절개술이나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이 각각 너무 큰 범위가 한 질병군으로 묶여 있어서 그 속에는 수많은 종류의 수술이 포함되어 있고 천차만별의 변이도와 난이도가 있으며 다양하고 심각한 합병증까지 발생되기 때문에 포괄수가제 적용대상의 특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해 왔다.

반드시 2개의 질병군을 유지해야 한다면 합병증 없는 건강한 임신부의 제왕절개술과 개복에 의한 자궁적출술만을 포괄수가제 적용대상으로 하고 변이도나 난이도가 극심한 그 밖의 수술들은 현재 진행 중인 질병분류체계의 정비가 완성되는 대로 점차적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을 수 차례 해온 바 있다.

정부-의료계의 충분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지난해 포괄수가제 시행 이후 “시행 후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한 보건복지부는 정작 시행 이후에는 의료계와 제대로 된 논의 자리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고 다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의 간담회를 해당 진료과별로 몇 차례 가졌을 뿐이다.

산부인과는 심평원과 지난 해인 2012년 12월18일부터 올 2013년 3월15일까지 5차례의 간담회와 4월 9일 모든 해당과가 함께 하는 종합간담회 1차례를 가진 바 있다.

여기서 결정된 사안으로는 하나의 질병군으로 되어있는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을 '자궁수술'과 '자궁부속기 수술'로 분리하기로 한 것과 제왕절개술 후 자궁동맥색전술이나 자궁내풍선확장술을 한 경우를 포괄수가제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뿐이었다.

또한 총론적인 질병군 범위와 포괄수가의 원가보전, 7개 질병군 환자분류체계 정비, 수가 조정기전의 규정화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다가 최근에 와서는 이미 지난해에 모두 결정된 사항이어서 이를 번복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보건복지부가 내놓았을 뿐이다.

새로운 재료와 수술방법을 시도할 수 없는 포괄수가제, 학문 자체의 미래가 암울

이변이 없는 한 올 7월부터는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까지 포괄수가 지불제도가 전면 시행되고 대한민국의 모든 의료기관의 산부인과 수술환자의 대부분을 포괄수가 지불제도에 맞춰 진료를 해야만 한다.

새로운 재료, 장비, 방법을 사용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새로운 재료, 새로운 수술방법의 연구나 개발보다는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값싼 재료와 저렴한 수술방법만이 강요되면서 우리나라 산부인과 학문 자체의 미래마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 누가 새로운 수술방법을 연구하고 새로운 재료와 기구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누가 많은 재료가 투입될 수밖에 없는 어려운 환자의 수술을 하려고 할 것인가?

결국 이는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미래의 산부인과 환자들은 어떤 수술을 받게 될 것인가? 지금은 해외의 환자들이 수술을 받으러 오지만 장래에는 원정 진료를 받으러 해외로 나가는 환자들이 발생할 것이다.

이미 산부인과는 거의 모든 병원에서 적자상태에 있다. 그럼에도 학생 교육, 전공의 수련 등의 책무 또한 필수적인지라 폐과를 하지 못해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과도 아닌 4개과만 시행하고 그 중에도 유독 산부인과에 집중된 현행 포괄수가제가 대학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급 이상까지 강행된다면 각 병원의 경영효율화 요구에 밀릴 산부인과는 그야말로 고사될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이는 단지 진료수가를 조금 더 받기 위한 원시적이고 근시안적인 고민이 아니다. 이것은 그 동안 불균형적인 진료환경과 진료수가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인내하고 분만실과 수술실을 지켜온 산부인과 의사로서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져야 할 막중한 책임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절벽 앞에 서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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