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사권은 권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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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사권은 권한이 아니다
  • 병원신문
  • 승인 2012.11.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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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태 전 일산병원 행정부원장(이수태수사학연구소장)

인사권은 보통 경영권과 더불어 조직 리더의 가장 대표적인 고유 권한이라 한다. 그래서 조직 제2인자도 노동조합도 그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조직사회의 철칙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사권은 권한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인사권은 권한이 아니라 단지 의무,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동의할 수 있는 인사상의 결론을 찾아야 할 리더의 의무일 뿐이라는 것이다.

인사권을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사람들, 특히 그런 리더들의 사고를 검토해 보면 인사권이야말로 조직을 장악하고 조직이 리더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직 운영의 통념에 기하여 바라보면 그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은 그런 사고가 얼마나 폐쇄적인 사고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사권이 고유권한임을 강조하는 리더일수록 대부분 나약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강한 리더십이란 리더가 제시한 목표와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취하는 리더 나름의 방식에 조직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동조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어떤 경우에도 그것만이 강한 리더십의 본령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 차원의 리더십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때, 다시 말해서 리더가 동의하기 어려운 목표를 제시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여 조직원들이 그에 선선히 동조하지 않을 때 조직은 구심력을 잃게 되고 구심력을 잃을 때 비로소 리더는 인사권을 구심력 유지의 수단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사권으로 조직원들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압박해 가면서까지 자신을 중심으로 조직이 돌아가게 하는 것은 진정한 리더십이 아니다. 그것은 리더십에 대한 착각이며 그렇게 생각하는 리더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그들은 인사를 주로 조직구성원들의 출세와 영달이라는 속된 질서에서 이해한다는 특성도 보이고 있다. 조직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승진은 외면하기도 어렵고 집착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조직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무리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승진이라는 것에 무관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 집착하는 것도 스스로 소졸한 인간이 될 수 있어 역시 곤혹스러움을 안겨준다. 승진은 그런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 여간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인간의 품위와 존엄을 해칠 우려가 있다. 리더가 조직구성원들의 그런 원초적인 ‘아픈 점’을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그 점을 겨냥하여 인사권을 행사하고 그런 기반 위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비인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리더에게서 우리는 인사권을 얼마만큼은 자신의 사권으로 생각하는 경향마저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인사권에는 약간이라도 사권(私權)의 냄새가 나는 것이 좋아. 그래야 인사가 누구로부터 이루어지며 누가 이 조직을 좌지우지하는가를 알게 되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인사 문제에 있어서 공의(公義)에 스스로를 완전히 종속시키는 것을 마치 무장해제라도 당한 것처럼 이해한다면 조직 리더로서의 자질과 품격은 더 이상 살펴 볼 것이 없을 것이다.
국가와 같이 거대한 조직에서나 손바닥만한 작은 조직에서나 인사란 원래 “거룩한 질서”에 참여하는 일이고 그런 질서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인사가 만사란 말은 그런 의미에서 맞는 말이다. 인사는 조직이 조직 목표와 관련되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인적 기반을 만드는 일만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인사는 일을 포함한 조직의 모든 것을 망라하는 것이며 거기에 반영될 바람직한 질서를 찾아 리더가 혼신의 지혜를 다하지 않으면 안 될 숭고한 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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