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스터&미세스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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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미스터&미세스 스미스
  • 윤종원
  • 승인 2005.06.09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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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스타 캐스팅의 묘미와 파워를 깔끔하게 증명해보이는 영화다.

브래드 피트(42)와 안젤리나 졸리(30). 세상을 사로잡은 두 선남선녀의 화끈하고 섹시한 로맨틱 코미디에 구구절절 설명은 여름날 외투처럼 거추장스럽다. 게다가 "본 아이덴티티"의 덕 리만 감독은 두 스타의 우성인자를 극대화해 모양새뿐 아니라 맛도 좋은 오락영화를 만들었다.

도입부부터 매력적이다. 결혼 6년차, 부부 클리닉 상담을 받고 있는 스미스 부부의 모습이 산뜻하게 카메라에 잡힌다. 마치 쇼윈도에 진열된 명품 같은 모습. 그러나 둘의 얼굴에서는 참을 수 없는 권태가 묻어난다. 천하의 섹시 스타 피트와 졸리가 이렇듯 부부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진공청소기처럼 관객을 순식간에 흡입한다. 각각 60명과 312명을 저 세상으로 보낸 킬러들이지만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것이다.

존 스미스와 제인 스미스는 베테랑 킬러다. 그러나 둘은 서로의 신분을 모른다. 첫눈에 반해 결혼에 골인한 둘은 각자 상대방에게 건축업자와 컴퓨터 전문가라는 직업으로 위장한다. 그런 둘이 동일한 표적 사냥 현장에서 맞닥뜨린다. 결혼 6년만에야 신분이 탄로난 것. 기막히고 코막힌 상황도 잠시. 둘에게는 각각 48시간 내에 상대 킬러를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권태기의 부부는 서로에게 무지막지한 총질을 해댄다.

리만 감독은 "본 아이덴티티"에서 갈고 닦은 액션 연출 기술을 이번에도 효과적
으로 살렸다. 존과 제인이 사용하는 무기는 여느 액션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최첨단.
그중 엉성한 시장가방 같은 졸리 핸드백의 변신은 압권.

그러나 둘은 무기로만 싸우지 않는다. 관객 입에서 거의 "악" 소리가 나올 정도로 상상 이상의 육박전이 펼쳐진다. 심지어 피트가 졸리를 발로 마구 걷어차는 장면까지 나오는데 그러나 감독은 맞는 졸리의 모습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 "잔머리"를 썼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로맨틱 코미디인 것.

이렇듯 박진감 넘치는 전개 속에서도 화면에서는 시종 패션쇼가 펼쳐진다. 흰색티 하나를 걸치고 있어도 눈이 부시는 두 주인공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나 멋을 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볼거리를 능가하는 흥행요소가 있으니 바로 아내에게는 언제나 한수 아래인 어리숙한 피트의 모습이다. "트로이"의 아킬레스가 고작 아내 앞에서 쩔쩔 매는 설정은 극적 재미를 극대화한다.

베스트 킬러지만 언제나 아내 보다는 한발씩 늦는 피트의 모습은 지금까지 그가 맡아온 캐릭터 중 가장 살갑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내를 진정 사랑하기 때문에 지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 결정적인 순간마다 졸리에게 양보를 하거나 그녀를 배려하는 피트의 모습이 스크린 곳곳에 배치돼 있다. 킬러끼리의 허황한 총질에 그칠 수도 있는 영화가 땅에 발을 붙이는 것은 이렇듯 피트의 눈에 사랑을 채운 덕분. 여심(女心) 공략에 이보다 좋은 무기는 없다. "킬빌"에서 잔혹함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로맨스를 가득 채워넣었다고나 할까.

마사 스튜어트가 꿈꾸는 예쁜 가정에 대한 판타지를 비꼬는 각종 장치와 "여자는 우리 엄마밖에 못 믿어"라는 동료 킬러의 대사도 감칠맛난다. "마누라가 날 죽이려고 해"라는 피트의 고백에 "세상 모든 마누라들은 다 그래"라고 맞받아치는 동료의 대화는 그중 방점을 찍는다. 부부의 성이 "스미스(Smith)"인 까닭도 귀엽다.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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