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의 신중한 처신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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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회장의 신중한 처신을 당부한다
  • 병원신문
  • 승인 2012.07.2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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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중인 사건을 의료사고 단정은 있을 수 없어
법의 판단에 앞서는 것은 옳고 그름 떠나 안돼

최근 의사협회장의 행보를 보면 마치 '신'의 능력과 권위라도 부여받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단체장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리라 기대되는 법과 절차의 준수, 광범위한 소통과 협력이라는 소양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2년 전 지방의 한 국립대병원에서 당직 전공의의 처치 이후 발생한 9세 환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이 격무에 시달리다 주사제를 바꿔 처방해 일어난 의료사고라며 대책 마련과 함께 모금을 통해 유가족에게 위로금으로 전달하자는 제안을 최근 내놨다.

슬픔에 빠진 유가족을 위로하고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의료사고 발생 여지를 줄이자는 의사단체장의 제안은 언뜻 봐서는 적절한 처신으로 비쳐질 수 있다. 또 의사들이 의료사고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대안까지 내놓았으니 나무랄 구석도 없어 보인다.

다만 이 건은 현재 법원에서 환자가족과 병원 간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아직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의료사고'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아무리 의사협회장의 권위가 하늘을 찌른다 하더라도 법의 판단을 좌우할 위치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또 이 사안을 단순히 수련의의 과중한 근무환경 탓으로 여기고 전공의들을 부추기는 태도도 적절치 않다. 전공의들이 과중한 수련과 업무환경에 놓여있다는 부분은 의료계가 공감하고 있지만 '의료사고=수련환경'이라는 등식에 선뜻 수긍하기엔 어딘가 미진한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회장은 마치 열악한 수련환경이 당시 사망사고의 유일하고 회피할 수 없는 원인인 것처럼 단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적절치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앞서 노 회장은 최근 3년차 마취통증의학과 레지던트의 사망과 관련해서도 유족들이 사망원인과 관련해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말아달라고 간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수련환경에 따른 과로를 배경으로 지목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최고의 엘리트집단인 의사단체장이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비상식적인 처신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전통적으로 의사란 직업은 자신의 생계를 잇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물건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게 아니라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부여받음으로써 그에 합당한 대가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는 존재다.

지역사회에서는 개개인 의사회원의 발언도 커다란 파장을 가져올 수 있을 만큼 의사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크다. 의사단체장의 발언이라면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임은 자명하다.

의사협회장이 국민이나 보건의료 관련단체로부터 신뢰를 잃고 외면 당한다면 이 역시 의료의 지속성과 발전을 기대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손실이다.

따라서 회원들을 부추겨 집단이기주의를 조장한다는 인상을 주기보다 국민건강과 의사회원들의 권익은 물론 미래 세대의 치료받을 권리까지 골고루 챙기는 의사협회장의 신중한 처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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