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은 하기 싫다며 최고 대우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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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은 하기 싫다며 최고 대우를 바라는가?
  • 병원신문
  • 승인 2012.07.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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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회장, "전공의는 원래 힘든 것…이런 말 말자"
전공의 수련의 질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시도 안돼

“전공의는 원래 힘든 것이며 우리 때는 더 힘든 것도 참고 지냈는데… 등의 말을 하지 맙시다. 선배가 나서서 도와줘야 합니다.”

지난 7월12일 열린 의협 제12차 상임이사회에서 노환규 회장이 "전공의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배 의사들이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마디로 전공의들이 듣기에는 더 이상 달콤한 말이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다. 훌륭하고 존경 받는 의사가 되기 위해선 그 것이 관행이든 어떻든 참고 이겨낼 때 가능할 것이다.

이날 의협 상임이사회에서는 가칭 '전공의수련교육평가위원회(K-ACGME) 설립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했다.

현재 전공의 수련 및 교육에 대한 실태조사 및 평가는 대한병원협회 산하 병원신임평가위원회가 맡아 담당하고 있다. 위원 총 46명 가운데 15명이 병협 대표이고 분과학회 대표가 26명이 포진하고 있으며 의협대표도 4명이다. 하지만 이런 구성에 대해 의협은 자신들의 대표가 절대적으로 적어 충분한 의견개진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10만 의사 운운할 때는 병원에 근무하는 봉직의사나 의대교수들도 자신들의 회원이라고 주장하면서 병원신임평가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의협이 달랑 4명밖에 없어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해관계에 따라서 셈법이 달라진 셈이다.

또 수련교육 및 평가와 관련해 근로자의 법정 노동시간 준수여부를 감시하는 노동청을 기업 경영자들이 좌지우지하는 비상식적인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병원 근로자 신분인 전공의가 수련의 부당성을 위원회에 제기할 생각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며 전공의 근무시간에 대한 '표준수련지침'을 경영자 단체인 병협이 만들다 보니 대부분 병원자율에 맡기고 있어 실효성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공의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명확히 내려야 한다. 전공의는 근로자라기보다는 피교육생 신분이 맞다. 전공의는 대학병원 혹은 종합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에 있는 의사다. 만약 병원에서 수련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지 않는다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소중한 의술을 어디서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가령 의협에서 전공의 수련업무를 도맡아서 의협 주도로 의원에서 수련을 하고 의사가 된다면 국민이 그들의 실력을 믿고 자신들의 소중한 몸을 맡길 수 있을까?

전공의의 수련교육은 병원협회 주도로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맞다. 시설과 장비는 물론 환자들의 중증도 및 복합상병 여부 등을 고려할 때 제대로 의술을 배우고 익히려면 좋은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환자도 많고 사례가 다양한 병원에서 수련을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의협은 미국의 전공의신임교육평가위원회(ACGME)를 모델로 해서 인턴 및 레지던트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인증·수련과정을 독립적·객관적 위치에서 공정한 평가·인증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협은 한국 실정에 맞는 이른바 전공의수련교육평가위원회(K-ACGME)를 구성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독립적인 병원 신임평가 업무를 수행토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K-ACGME는 의협 주도로 전공의협의회·대한의학회·보건복지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로 운영하면서 의협은 전문의 자격평가, 전공의협은 전공의 처우에 대한 민원접수, 의학회는 전공의 수련교육 개선·평가 그리고 복지부는 K-ACGME의 법적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주장이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대부분의 의학기술과 환자의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병협을 배제한 전공의수련교육평가위원회가 과연 대중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련교육의 주체라 할 수 있는 병원을 배제하고 의사협회 주도로 이뤄지는 전공의 교육이 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하기 어렵다.

의협은 지난 몇 년간 집행부 불신임과 고소고발 등의 내부 갈등과 함께 정부와의 의료정책 협의과정에서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고립과 대립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국민건강 증진과 회원의 권익보호 기능을 충실히 이행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립 취지에 걸맞는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타 단체의 고유기능에 대해 조언 혹은 협의차원을 넘어 간섭을 하는 것으로 비친다면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비난이 쏟아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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