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적정부담, 적정급여 필요
상태바
건강보험 적정부담, 적정급여 필요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1.10.16 2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협 "억지 주장으로 더 이상의 희생 강요말라"
병의협뿐 아니라 타 단체도 건정심행 고려

2012년도 수가협상이 10월 17일 마무리 된다.

병협은 10월7일 첫 만남을 시작으로 10월13일 공단 협상단을 병협으로 불러 2차협상을 진행했다. 1차협상에서는 병협의 입장을, 2차협상에서는 공단의 입장을 표명하는 시간이었다. 10월 14일 오후 8시 열린 3차협상에서야 본격적인 수치 교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7일 한차례 협상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전망은 절망적이다. 병협은 병원경영 정상화를 위한 ‘적정부담, 적정급여’를 주장하며, 적정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단측은 내년 건보재정 상황이 지출은 늘지만 경제사정상 보험료 인상이 힘들다며, 지속적인 병원계의 희생을 강요했다.

2001년부터 누적된 건강보험수가 인상률은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보다 훨씬 낮았다. 지난해 병원 수가 인상률이 1%인데 반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임금상승률은 4% 이상이다.
저수가정책으로 인한 의료수익 감소, 인력고용 감소, 병원휴폐업 증가 등 병원계의 어려운 경영 여건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병협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소한의 원가보전과 의료의 질 유지, 향상을 위한 장비 시설 등 재투자 비용 인정과 함께 이번 수가계약에 소비자물가지수와 임금인상률 등이 고려돼 적정수가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병원산업이 고용창출 등과 성장동력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수가통제보다는 적정보상 수준으로의 기본진료료와 수술료의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것.
병협이 걱정하는 것은 올해 건강보험 재정 당기 흑자를 이유로 내년 건강보험료를 적정하게 인상하지 못할 경우 건보재정 건전성 기반이 상실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08년 당시 1조4천억원의 당기 흑자로 보험료 동결 및 보장성을 확대한 것이 건보재정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음을 상기시켰다.
저수가 문제 해결과 노인틀니, 초음파, 치석제거 등 보험급여 확대를 위한 적정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또한 정부지원금의 규모 확대와 새로운 수입원 발굴 등 재정 확보를 위한 모든 방안을 모색할 때다.

이상석 병협 상근부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환자 수가 줄고,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자료와 근거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상근부회장은 "현재의 경영환경은 최악이며,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고 앞으로도 안 좋아질 여건들만 있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부분에 있어 공단이나 재정위는 충분히 마음을 열고 병원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은 다직종이 근무하는 대표적인 곳이라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적정한 임금인상을 위해서라도 적정한 수가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것.

"보험료 내는 입장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국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정된 재원에서만 생각지 말고 재정파이를 키우는 전향적인 자세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영상검사수가 인하, 하반기 선택진료제 기준 강화, DUR 준비, 평가인증 등 소요비용 5천억 정도가 병원계가 부담해야 한다며 이는 환자를 많이 봐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비별 수가인하율을 CT 14.7%, MRI 29.7%, PET 16.2%로 정부가 추산한 재정절감액만 1천687억원이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도 상반기 환자수가 급감해 지난해와 비교해 2억5천606만원이 감소했다.

이 상근부회장은 "올해 건강보험이 1조2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6천억정도를 공급자들이 희생한 결과 절감했다는 사실을 이번 수가협상에 참고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병원급 이상은 항생제 처방이나 다약제처방 등을 줄여 약제비 감소에 기여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며 올해 수가협상에서는 여러 인상요인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단은 내년 의료공급량의 자연 증가분을 따지면 4%의 수가인상 효과가 있다고 공급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것을 감안해 공단은 수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료공급자들은 어떻게 총량이 4% 증가한다고 모두 수익으로 잡을 수 있냐며, 공단과 가입자단체의 셈법에 경악하는 분위기다.
약사회, 치협 등의 협상단도 “충격적인 수치를 받았다”며, “공단의 협상 내용은 억지”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5개 공급자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은 예년보다 더 진척이 없다. 9월30일 수가협상단체장 간담회에서 올해는 과거의 악순환 고리를 끊자고 서로 다짐했지만, 수가협상이 거듭되면서 과거를 답습하고 있는 형국이다. 부당한 수가체계에서는 어쩔 수 없나보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는 수가인상폭을 정하고 그것에 맞춰 공단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 임하면서 공단 측은 ‘고자세다, 강압적이다’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투명, 수평, 대등’한 수가협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협상장을 다녀온 공급자단체측은 “공단이 지난해보다 더 협상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공단은 “하반기 수지균형을 맞추는 것도 빠듯하고 내년 경기전망도 불투명해 보험자로서 안정적인 재정을 위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힌다. 과거 공단의 재정수지 전망은 너무 큰 오차를 나타내 이젠 공급자단체들은 공단의 전망치에 대한 신뢰감이 없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라면 병협과 의협뿐만 아니라 타 단체까지도 건정심으로 향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공단과 재정위원회는 전향적인 자세로 마지막 남은 하루의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
무조건적인 병원계의 희생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선택이 진정 무엇인지 깨닫기 바란다.
10월17일 협상은 병협, 의협, 약사회, 치협, 한의협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