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의 간 사용범위 넓히는 간이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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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자의 간 사용범위 넓히는 간이식 성공
  • 박현 기자
  • 승인 2011.07.02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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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김동식 교수팀, 턱없이 부족한 뇌사자 기증 간의 사용범위 넓혀

고대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김동식 교수가 최근 이식에 사용될 뇌사자 간의 사용범위를 넓히는 '간이식 수술'을 성공했다.

타 병원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버릴뻔 한 간조직을 사용가능한 이식환자를 찾아 성공적으로 수술한 것이다. 뇌사자의 간이식 대상은 보통 생명이 매우 위급한 환자에게 우선 배분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경우 간이식을 받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에 김동식 교수와 같이 이식장기를 보다 세분화 분류해 사용하면 장기기증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환자들에게 이식이 가능토록 할 수 있다.

김동식 교수에게 간 이식을 받은 행운의 주인공은 조병임(60세, 女) 씨.

조병임 씨는 20년 가까이 B형 간염과 이로 인한 간경화 치료를 받고 있었다가 지난 2009년 10월 간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대기중에 심한 복수와 간성혼수, 복막염으로 입퇴원을 반복했으며 결국 2010년 7월 간암 진단을 받고 색전술을 3회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자녀는 B형 간염 보균자였고, 배우자는 고령으로 인해 간 기증이 불가능해 마냥 뇌사자의 간 기증을 기다리며 상태가 악화되고 있었다..

이식이 이루어진 지난 5월24일(화)에도 조병임 씨는 심한 복수와 고열로 입원 중이었다. 그러던 중 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자가 발생했고 원래는 또 다른 병원의 급성 간부전으로 매우 위독한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술실 조직 검사 결과 60% 이상의 지방간 변성을 보여 위독한 환자에게는 기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됐고 보통 간의 경우 30% 이상 지방간 변성이 나타나면 사용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 뇌사자의 간은 버려질 계획이었다.

이 소식은 우연히 고대 안암병원 간이식팀 김동식 교수에게 전해졌으며 소식을 전해들은 김 교수는 즉시 해당병원으로 가서 간 조직 검사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기증자의 간이 최상의 상태는 아니지만 간이식의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증자 간 이외의 요소, 즉 허혈시간, 수술시간 등을 적절히 잘 조절하면 조병임와 같은 환자에게 이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간 적출수술을 실시했다. 다행히 조병임 씨는 입원중이었고 수술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조병임 씨는 간이식 대기자 10순위. 이 간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이미 이식을 포기한 1순위의 환자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있는 모든 환자와 의료진에게도 동의를 얻어야만 했다. 정윤희 코디네이터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와 공조하에 이 과정을 재빠르게 처리했다.

결국 수술이 시작됐고 김동식 교수가 간을 이식하기로 결정하고 수술 시작되기까지 채 5시간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모든 일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다행히 조병임 씨는 중환자실에서 나흘 입원했던 것을 비롯해 수술 20일이 지난 6월16일(목) 건강을 되찾고 퇴원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이식과정은 매우 드문 일이다. 장기기증 수술 중 기증불가 판정을 받으면 이식하지 못하게 된다. 뇌사자 간이식은 2008년 233건, 2009년 237건 등으로 3천여 명에 이르는 이식대기자의 요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김동식 교수는 미국 신시네티의과대학 이식외과 교수로 재직 당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었고 이처럼 간 이식 대상자 선별해 이식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간 이식의 기회가 돌아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대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김동식 교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뇌사자 장기 기증률은 미국, 프랑스 등이 인구 100만명 당 평균 25명을 훨씬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5명도 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례는 뇌사자가 기증한 간의 사용범위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체계적이고 시스템이 도입되어 보다 많은 환자들이 간이식을 통해 건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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