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수술 10명 중 7명은 복강경으로, 비장보존률 59%에 달해
서울아산병원 외과 김송철 교수팀은 2005년 3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단일 병원으로서는 최다인 359명의 복강경 원위부(몸통 및 꼬리) 췌장수술을 시행한 연구결과를 국제학회 및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췌장은 복강경수술이 어려워 개복 수술이 많이 행해지고 있었지만 배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큰 장기라 수술상처도 크고 환자들의 통증 및 수술 후 합병증 관리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 교수팀은 2010년까지 전 세계에서 총 1천여 건의 복강경 췌장수술이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단일 병원으로서는 세계 최다인 359건을 시행했다. 한 병원에서만 시행한 수술기록이 전 세계 복강경 췌장수술의 35%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 자체로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서울아산병원의 복강경 췌장수술은 2005년 8건에 불과 하던 것이 2010년에는 117건으로 2008년부터는 개복수술건수를 뛰어넘었으며 2010년도에는 전체 췌장수술의 66.9%가 복강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에서는 복강경 원위부 췌장수술 이외에도 복강경 췌두부 절제술 등 다양한 복강경 췌장 절제술이 현재 500례를 넘어섰다.
또 김 교수팀은 췌장 원위부(몸통 및 꼬리)의 양성종양 뿐만 아니라 36건의 췌장암 환자에게도 복강경 췌장수술을 적용했고 결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췌장암의 경우에는 암의 형태가 매우 까다로워 대다수가 복강경수술로는 힘들기 때문에 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복강경 췌장수술 후 환자들은 통증 및 입원일수 모두 감소했으며 최소 절개로 수술부위의 상처에 문제 발생이 거의 없었고 수술 중 출혈과 합병증 발생률이 낮아 회복이 빨라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개복수술에서 거의 대부분 비장절제가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김 교수팀의 복강경 췌장수술 시에는 비장 보존율이 59%로 나타나 대상 환자의 절반 이상이 비장을 보존할 수 있었다.
췌장 바로 옆에 있는 비장은 혈액 내 세균을 죽이고 면역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수술 시 최대한 비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강경 췌장수술이 어려운 이유는 △췌장이 큰 혈관과 중요한 구조물로 둘러싸인 후복막에 위치해 있으며 △수술 중 작은 실수에도 췌장액의 누출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수술과정이 까다로워 오랜 숙련으로 이루어진 고난도의 손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김송철 교수는 “국내 의료진의 복강경 췌장수술은 명실공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우리 팀이 이렇듯 세계적으로 놀라운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체계적인 복강경 수술팀을 이루고 있으며 소화기내과와의 탄탄한 협진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전적으로 의료진을 신뢰해 준 것 또한 서울아산병원 복강경 췌장 수술팀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췌장이라는 장기가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신체의 일부로 관심도도 낮고 관리도 잘 되지 않아 병이 많이 진행된 후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 무척 안타깝다”며 “췌장의 양성종양과 일부 췌장암에서만 복강경이 이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진행성 췌장암 및 췌장 주변 암 등 다양한 췌장 질환에서 복강경 췌장수술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4월 초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복강경 관련 학회인 미국 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Society of American Gastrointestinal Endoscopic Surgery)에서 발표됐으며 외과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Surgical Endoscop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