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관리 종합계획 세워라
상태바
암관리 종합계획 세워라
  • 윤종원
  • 승인 2005.04.21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공현 인제대 보건대학원장
암관리는 종합계획을 세워 통합적으로 실시하여야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원장 김공현
1. 우리나라 암관리 실태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꺼려하는 암(癌) 때문에 일년에 15조 5천억 원씩이나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발표한 글이 있다. 이 돈이면 연봉 30,000,000원을 받는 일꾼 500,000명을 일년 고용할 수 있고, 자본금 10억짜리 주식회사를 1,500개나 설립할 수 있다. 이 돈을 현금으로 냉동트럭에 싣는 다면 몇 대를 동원하여야 할까? 필자는 그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돈 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것 같다.
위에서 말한 발표에 의하면 2002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서 암을 앓고 사람은 284,000명이었고, 연간 11만 명이 새로 암환자가 되고,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6.4만명이라고 한다. 이러한 암의 발생 건수와 사망 건수는 계속 늘어나 2020년에는 연간 15만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9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암에 대한 예방, 진료 및 연구사업 등 암 관련 정책을 국가에서 수립하여 암을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근거법을 마련하고자 2003년에 암관리법을, 2004년 3월에는 동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각각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특히 암관리법 제3조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매 5년마다 “암관리종합계획”을 세울 것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광역과 기초 단체별로 각각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을 감안하여 중앙의 암관리종합계획을 세부적으로 시행할 계획을 세울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암관리종합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암검진사업지침, 암환자 치료비 보조지침, 소아암환자지원지침 재가암환자관리지침 등 시급한 사안별로 지침만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하고 있고, 국립암센터의 부속병원과 연구소를 통하여 암환자의 치료, 검진, 등록사업 그리고 기초연구들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암관리사업은 암환자의 치료에 무게 중심을 두고 검진과 등록사업을 부분적으로 비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을 뿐이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암의 발생을 예방하는 사업을 비롯하여 종합적 체계적으로 관리는 사업을 펼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개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중심의 접근방법으로는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을 감소시키지 못할 것은 명백하며 계속 늘어만 가는 암 진료비도 어떤 방법을 어떻게 동원한다 하여도 도저히 충당하기 어렵게 될 것은 명백하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암에 대하여 가지는 사회적 걱정거리를 줄일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수행해온 정부의 암관리사업이나 암환자 진료를 위한 재원조달을 그만두자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환자를 돌보는 사업은 그런대로 의의가 있으므로 그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환자중심의 치료, 검진, 등록사업만 시행하면 우리 국민의 암관리가 모두 잘 될 것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다. 이런 사업들은 국민의 암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조건은 되지만 충분한 조건은 결코 못 되기 때문이다.

2. 암종합관리의 의의

미국의 질병관리센터(CDC)는 2002년에 “암종합관리기획지침서”를 발행하였고 그 지침서에서 “암종합관리란 예방(일차예방), 조기진단(2차예방), 치료, 재할, 통증완화를 통하여 암의 발생, 이환, 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한 통합적이고 조정된 접근방법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이 정의에서 우리가 주목할 사항들을 들어보면 1) 암관리의 목적은 암의 발생과 이환 그리고 사망을 감소시키는 데 있고, 2) 그 수단은 예방과 조기진단, 치료, 재활 그리고 통증완화 등이 있으며, 3)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통합과 조정을 중시한다는 점 등을 손꼽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암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강조될 점은 첫째 어느 한 수단에 치우치는 접근방법 보다는 동원되는 모든 서비스들 즉 일차예방으로부터 시작하여 조기진단, 치료, 질 높은 돌봄 그리고 말기 암환자의 통증완화 등이 연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 둘째 많은 관련 부문들 예를 들면 행정, 기초와 응용 연구, 평가, 건강교육, 프로그램개발, 공공정책, 감시, 진료서비스, 건강의사소통 등이 통합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고, 셋째 이들 두 가지 점들은 꼭 같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우리나라의 암관리는 연속성과 통합성이 모두 결여되고 있고 따라서 그들보다 암관리가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고 하겠다.

3. 효과적 암관리를 위한 제언

1) 암관리종합계획과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하자

보건복지부는 암관리법 제3조에서 정한 암관리종합계획을 법이 정한대로 하루 속히 수립하여 암관리사업의 목표와 방향, 추진계획과 방법, 암관리에 필요한 전문인력의 육성방안을 정하여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보내고 각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이 계획에 근거하여 각 지역 실정에 맞는 세부시행계획을 세워 암관리가 연속적으로 그리고 통합적으로 추진되게 한다.
이 계획을 세울 때, 사업의 목표를 뚜렷하게 숫자적으로 표시하여야 한다. 즉 언제까지 암환자의 발생건수와 암으로 인한 사망건수를 각각 얼마나 감소시킬 것이지를 숫자로 표시한다. 또한 이에 필요한 재원은 적절한 규모가 되게 하고, 그 재원의 조달방법은 실현 가능한 것으로 한다. 전문인력은 의료부문뿐만이 아니라 기획, 관리 평가 부문 등 관련되는 인력군(人力群)이 모두 망라되게 한다.

2) 암을 일으키는 실제적 원인을 겨냥하여 암 예방사업을 펼치자

암으로 인하여 한 특정한 사회가 짊어지는 짐을 감소시키려면 암에 이환된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는 많이 발생하는 암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으로 증명된 요인들을 감소시키는 사업을 펼치는 것이 보다 더 비용효과적이라는 것이 정설로 널리 받아드려지고 있다. 폐암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흡연은 여성의 경우 폐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의 68%-78%를, 남성의 경우 88%-91%를 각각 설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폐암의 발생을 감소시키려면 다른 어떤 것 보다 그 사회의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금연을 하여 폐암의 발생을 감소시키면 일정한 시점에서 그 사회가 가진 전체 폐암환자의 수가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폐암환자에게 쓰이는 총진료비도 감소되게 되고 총진료비가 일정하다고 할 때, 각 환자는 보다 질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을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몇 년 전에 낙동강에 홍수가 나 김해 근방의 일부 제방이 문어져 거기로부터 쏟아져 들어온 홍수로 한 마을이 물로 덮였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그 마을의 각 가정이 밀려들어온 홍수로 인한 재난을 면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일까? 각 가정마다 모든 힘을 쏟아 자기 집의 물을 퍼내는 것일까? 아니면 온 마을 사람들이 합력하여 문어져 내린 강의 제방을 고쳐 홍수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일까? 문어진 제방을 그대로 둔 채 각 가정이 단독으로 아무리 힘을 쏟은들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유입되는 홍수만 더 넘칠 것이다.
이와 같이 암의 새로운 발생 자체를 막아 암환자의 진입을 감소시키지 않은 채 이미 앓고 있는 암환자만을 치료한다면 그것은 마치 문어진 제방을 그대로 둔 채 각 가정이 제집의 물만 퍼 없애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더욱이 진행된 암은 모두가 완치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암 등 만성퇴행성질환과 관련해서는 증진과 예방을 아무리 강조하여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데는 정책입안자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각급 의사결정자들의 “사고의 틀”이 그야말로 지금까지와는 달리 180도로 바뀌어 암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가 짊어질 짐 덩어리를 획기적으로 낮추어야 한다.

3) 관련자들이 연합/제휴하자

모든 만성퇴행성질환이 그러하지만 특히 암은 그 종류도 많고 이환되는 부위도 많으며 그의 원인도 복잡하여 아무리 훌륭한 의료인이나 전문가라도 한 사람이나 한 부문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한다. 모든 관계자(stakeholders)들이 암관리에 적절하게 참여 또는 관여하여 제 몫을 다하게 하여야 한다. 물론 중심 역할을 하는 부문과 기관이 있어 지도력을 발휘하여야 하겠으나 다른 관련자들이 소외감을 가지게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치료를 강조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이 점에 각별히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한 가지 방안으로 관련되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를 조직적으로 계속적으로 할 수 있는 “한국암종합연구소”(가칭)를 설치하여 암에 관한 정책부서, 사업을 실시하는 기관들, 그리고 사업을 지원하는 기관들을 아우르는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4. 결어

우리나라의 암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제언할 바가 여러 가지 있을 것이나 지면 이 제한되어 보다 강조되어야 점만을 몇 가지로 간추려 제시하였으나 이를 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저작권자 © 병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