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환자는 줄고 비용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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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환자는 줄고 비용은 늘어
  • 김명원
  • 승인 2004.08.19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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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총체적 위기 우려
지난 7월부터 주5일근무제도가 병원계에 적용되면서 병원이 우려했던 토요일 환자감소로 인한 진료수입 감소와 인건비 증가로 인한 병원 운영 부담 등이 현실로 나타나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병원들은 주5일근무제 시행 2개월째를 맞아 토요일 외래 기능을 조정하여 운영하는 등 내원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으나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해 병원이 감당해야할 비용 부담은 병원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재 1천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5일근무제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토요일 외래환자가 종전에 비해 35%내지 40%가량의 감소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토요일 외래진료 시스템을 종전대로 유지하고 있는 병원의 경우는 1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일부 병원의 경우 종전의 토요일 환자 가운데 상당수를 평일로 돌리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환자들의 진료 관행과 국민들의 의료 이용 행태를 병원의 의도대로 전환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실 주5일 근무제로 토요일 환자는 급격히 줄고 운영비 부담은 늘어난 병원으로서는 비용 측면만을 따진다면 아예 토요일 외래진료를 폐쇄하는 것이 병원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주5근무제가 적용되는 병원은 단순히 진료하고 진료비를 받은 단순한 역할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이 아니라 대부분이 대학병원으로서 전공의 교육기능을 수행함은 물론 토요일에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환자에 대한 편의를 실천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설령 병원의 운영 여건 개선 차원에서 토요일 외래진료를 중지했을 경우 병원을 이익만을 쫓는 집단으로 취급하는 시민단체의 비난 등 병원이 입을 타격은 예상을 초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학병원의 심장센터는 토요일에 단 30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의료진과 의료기사, 지원부서 직원 등 50명이 근무해야하는 인력 대비 생산성을 무시한 채 진료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답답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 병원은 심장센터 이외에도 전문센터 대부분이 환자 수에 비해 인력 및 비용면에서 과도한 부담을 안은 채 토요일 진료 기능을 유지하는, 경제성은 전혀 고려할 수 없는 의료제도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한편 종전의 토요일 환자를 평일로 분산 수용하여 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병원은 평일에 환자가 늘면서 외래진료 공간이 복잡하고 진료대기시간이 지연돼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해소방안은 모색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이렇듯 주5일근무제는 환자 감소와 비용 증가 이외에 평일 진료 환자 불편 문제 해소라는 과제를 병원에 안겨줬다.

주5일근무제는 토요일 환자감소와 함께 병원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병상 가동률을 저하시키는 결과도 유발해 병원 경영을 이중으로 압박하고 있다.

즉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병실 운영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한 가운데 병원들은 입원검사와 단기 입원 수술 확대 등을 통한 병상가동률 유지를 모색중이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토요일 외래진료 범위를 평일로 수용하여 종전의 진료환자 규모를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하며 토요일 진료를 최소화하여 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요일 진료는 장기적으로 볼 때 주5일제가 전 사업장에 적용되면 국민들의 의료이용 행태가 자연스럽게 변화하여 병원의 토요일 진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설득력을 더한다.

주5일근무제 시행의 최대 영향권에 속해있는 병원에 대한 정부측의 배려가 전무한 상태에서 병원으로서는 비용부담이 큰 토요일 진료를 최소화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폐쇄하는 경우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병원이 각 병원의 운영 사정에 따라 토요일 진료를 유지하거나 폐쇄할 수 있는 의사 결정을 자유롭게 하여 현재 의료환경에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는 응급의료 기능 확대를 위한 정부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

일례로 토요일에도 휴일가산율을 적용하는 등 응급의료수가의 현실화해 병원이 응급실 기능 확대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주5일근무제 시행후 병원의 진료수입 감소는 건당 진료비가 높은 병원일수록 그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양상은 현재 중소병원이 겪고 있는 경영난이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으로 확산돼 국내 전 병원계가 총체적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내포하고 있다고 대학병원 관계자들의 우려하고 있다.

현재 수익구조로는 재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내지 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요 특근 수당 등 인건비 부담 상승으로 장비 및 인력 부문에 대한 확충은 엄두를 낼 수 없다는 것.

S병원 기획실 관계자는 "주5일근무제 시행으로 발생한 인건비 상승 등 병원 경영상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병원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수가조정 등 정부 차원에서의 제도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설상가상으로 곧 시행될 병원평가는 병원에 대해 시설 및 인력에 대한 확충을 요구해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세브란스병원 조우현 기획관리실장(연세의대 예방의학 교수)은 "앞으로 2∼3개월동안 주5일근무제로 인한 환자감소와 비용 상승 요인 발생 등 추이를 관찰하고 분석하여 수가조정에 반영하는 작업을 병협을 중심으로 병원계가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수가조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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