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의사, 쌍벌제가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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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의사, 쌍벌제가 뭐에요?
  • 박현
  • 승인 2010.11.0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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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윤리학회 참석 외국 석학들, 쌍벌제에 부정적

"미국에도 비슷한 게 있긴 합니다만 쌍벌제라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 한국처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료수가 하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리베이트를 법으로 다스리려고 하면 부작용만 초래할 것입니다."

한국의료윤리학회 학술대회에 참석차 한국을 찾은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 외국석학들은 저수가에 신음하는 의사들의 일부 리베이트 관행을 강압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겠느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국의료윤리학회 고윤석 회장(울산의대)은 10월30일 서울아산병원 아산교육연구관에서 열린 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외국인 의료윤리 전문가들을 초청해 각 나라의 사례들을 살펴 보았다.

매튜 위니어(Matthew K. Wynia) 시카고대학 교수(미국의사협회 산하 의료윤리연구소장)는 "미국에서는 1989년에 비슷한 게 생기긴 했으나 수가문제가 걸려 있다면 법으로 리베이트를 규제한다고 해도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클린 친(Jacqueline Chin) 싱가포르대학 교수는 "의사와 제약사 영업직원 양자를 처벌한다고 공표해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처방을 둘러싼 불법적인 관행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옳지만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를 급하게 추진하다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이해상충과 의료윤리'를 주제로 개최된 이날 학술대회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의료윤리 전문가들은 의료계와 제약산업이 공유해야 할 일정한 윤리의식과 틀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사협회(AMA) 윤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위니어 교수는 "미국에도 stark law라는 쌍벌제와 유사한 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처음에는 의사단체의 반대가 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10년에 걸쳐 법을 개정하면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시행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강압적으로 시행할 경우 비용증가만 초래하고 제대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이치로 츠다니(Kiichiro Tsutani) 동경대 약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은 일본의 1980년대 후반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의 경우 제약 프로모션 담당자(MR)를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강화해 의료현장에 보내는 시스템을 정착시킨 이후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친 교수는 "인터넷 발달 등으로 의사와 환자 관계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동등해졌다"면서 "의사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환자에게도 이로운 만큼 윤리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의료계 내부의 자정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쌍벌제를 화두로 삼은 고윤석 회장은 쌍벌제 및 카바수술 사건 등에 대한 관점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단계적 접근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회장은 "리베이트 규제가 장차 나아갈 방향임은 맞지만 개원가의 경영도 고려해 보다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유관단체가 타협점을 하나하나 찾아나갈 수 있도록 긴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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