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단체 자율징계 여건 무르익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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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단체 자율징계 여건 무르익어
  • 최관식
  • 승인 2010.08.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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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전문가단체에 징계권한 부여 공감대
의료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하기 위한 여건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변호사회 등 타 전문가단체와 달리 회원에 대한 자율적인 징계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의료단체도 자율징계권을 행사하되 보다 강력한 2차적인 징계권은 정부가 행사하는 방식에 대해 각계가 이해를 공유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아직 세부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고 의료인단체의 권익부분과 공익부분에 대한 역할이 구분돼 있지 않으며, 그간 관련된 연구결과가 축적돼 있지 않은 만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혀 구체적인 도입에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국회 양승조 의원(민주당)이 주최한 ‘전문가단체 전문성 강화 및 자율규제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를 비롯한 토론자 대부분이 자율규제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도입방법에 있어서 정부와 전문가 단체가 역할을 나눠 행사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31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양승조 의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 단체에 자체 징계권이 없다는 자체가 기이했다”며 “공정성과 객관성, 합리성 담보 및 회원권익 침해 해소가 전제된 가운데 반드시 자체징계권과 자율성이 부여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경만호 의사협회장은 축사에서 “의료계의 오랜 숙원을 이 자리에서 다루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이 있겠지만 유난히 약한 의료인 단체의 자율규제를 허용하게 되면 의료수준과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행 의료법에는 회원의 당연가입 및 정관 준수 의무가 있으나 회원에 대한 벌칙이나 업무제한 규정이 없고 징계 또는 징계요구권이 없어 법정단체로서의 위상이 떨어지고 당연가입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며 “유럽 상당수 의사협회는 회원에 대한 감독과 징계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의료 관련 전문가단체에 대한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나 그 방법론에 있어서 한꺼번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곤란한 만큼 △보건복지부에 징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문가단체는 위원회 구성에 관여하는 방안 △전문가단체에 징계요구권을 부여하는 방안 △전문가단체가 1차적 징계권을 갖고, 복지부는 2차적 징계권을 갖는 방안 △위반사항과 징계의 종류에 따라 전문가단체가 독자적인 징계권을 행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현 변호사는 그러나 자율징계권 행사에 앞서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징계대상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절차, 해당 부처의 감독 강화, 적극적인 자율정화 의지와 노력 등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문가단체의 자율징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개업이나 휴·폐업, 사무소 이전 시 협회에 등록하거나 협회를 경유토록 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동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1차 징계권 내지 제재권은 중앙회가 갖고, 2차 징계권은 정부에 두도록 하는 방안 또는 일부의 독자적인 징계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율징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면허관련 업무를 중앙회에 위탁하는 방안과 의료기관 개설 및 휴·폐업 시 중앙회를 경유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이 경우 ‘규제의 추가’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나 이는 의료자원의 효율적 관리라는 이익과 비교하면 충분히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근직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전 회원이사 겸 조사위원장)는 “변호사 자격보유자가 개업하려면 가입하려는 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해야 한다”며 “변협은 자율적 징계 이후 징계건수나 정도가 강화됐으며 등록심사도 엄격해 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부기관이 징계권을 가질 경우 전문가 단체는 회원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는 쪽으로 기울게 되지만 자율징계권을 가지면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공정한 징계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율징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엄격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며, 등록이나 징계에 관한 위원회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고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예로 그는 “각종 단체 내부에서 이뤄지는 징계의 유효성이 법원에서 다퉈지는 경우가 대단히 많고, 그 중 유효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1993년부터 2010년 8월 27일까지 변호사 등록취소 건수는 총 61건이며, 제명은 10건, 정직 124건 등 총 501건의 징계가 이뤄졌다고 그는 소개했다.

대한약사회 김영식 상근이사는 “의료법과 약사법에 자율징계권이 포함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며 “정부기관과 전문가단체가 역할을 분담해 자율적 강제가 이뤄지도록 한다면 전문가로서의 역할 수행이 사회적으로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정윤순 보건복지부 의료자원과장은 “의료단체의 자율징계권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아직 검토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며 “전문가집단 내에 구체적인 자율규제의 내용과 세부규율, 처벌 규정 등이 마련돼 있어야 하나 아직은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의료인 단체의 권익부분과 공익부분에 대한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야 하고, 이런 걸 통해 국민의 신뢰와 공정성이 확보된 후에나 자율징계 논의가 성숙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그러한 내용이 축적되면 긍정적으로 자율규제가 가능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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