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후배 병원장님들께 드리는 글
상태바
[제언]후배 병원장님들께 드리는 글
  • 윤종원
  • 승인 2010.08.16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원한 전 순천향대부천병원장
‘후배(?) 병원장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글로 써보라’는 의료원장님의 말씀을 듣고는 ‘알겠습니다.’라고 대답을 쉽게 하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러나 약속을 하였으니 병원장 시절에 실행하지 못하여 아쉬웠던 몇 가지를 요약해 보는 것으로 그 약속에 부응하고자 한다.

첫 번째, 나는 병원장으로서 적합한 사람인가를 생각해 보아야만 했다.

병원장직을 제의 받았을 때에 과연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자질과 성품을 가졌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고 결정을 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너무나 쉽게 병원장직을 수락하였고, 병원장으로서 내 자신의 자질과 성품 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병원장직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남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관대하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고, 다른 사람의 의견보다는 자신의 생각에 더 비중을 두는 성품을 가진 사람이 병원장으로서 직원들을 얼마나 잘 이끌어 갈 수가 있을까?

두 번째, 나는 교직원들 중심에 서서 항상 그들과 어울려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병원장은 모든 교직원들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서 항상 따뜻하게 자리를 함께 해야만 한다. 복도, 외래, 병실, 수술실, 검사실, 식당과 휴게실 등 어느 공간에서도 병원장은 홍길동처럼 나타나서 직원들과 어울려서 농담도 하는 자상한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근엄한 병원장 옆에는 누구도 가기를 어려워 할 것이고 슬슬 피하기 마련이다. 다시 병원장 시절로 돌아간다면 직원들이 초청하지 않아도 그들 속으로 헤집고 들어가서 함께 어울려서 그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남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간단한 진리도 몰랐던 것 같다.

세 번째, 나는 행정직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병원장으로서 행정업무의 중요성을 얼마나 느꼈을까 의문이 든다. 병원행정은 하나의 전문직이다. 진료부서만으로 병원이 운영될 수는 없으며, 행정업무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진료가 원만하게 수행될 수가 있다. 병원장은 행정부서 업무가 잘 되고 있는 부분은 칭찬하고, 부족한 부분은 좋은 교육프로그램에 참여시켜서 그들의 전문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나는 행정부서 직원들에게 칭찬보다는 야단을 치는 병원장이었던 것 같다.

네 번째, 나는 눈앞에 펼쳐있는 작은 일보다는 가려서 보이지 않는 좀 더 큰 일에 신경을 써야했다.

이는 병원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덕목일 것이다. 그러나 병원장은 공인으로서 작은 실수라 하더라도 그 파장은 생각보다 크게 파급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병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작은 일에 연연하다가 큰 것을 놓쳐서 병원 업무에 나쁜 결과를 가져 온 것이 얼마나 되었나를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무겁다.

글을 쓰다 보니 지난 날 아쉬웠던 일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온다. 이쯤에서 마쳐야지 계속 쓰다보면 한이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만으로도 얼마나 자질이 부족한 병원장이었는가를 알 수가 있으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