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사기누명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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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 사기누명 벗었다
  • 정은주
  • 승인 2005.03.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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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비급여 관련 10개 병원장 사기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미
최근 임의비급여 관련 10개 병원장 사기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의료계는 실추된 의료인의 명예회복과 병원계의 조직적인 법적 대응의 결과라고 환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사상 유례없이 사립대학교 병원장 10명을 사기혐의로 기소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으며, 소송 과정에서 수차례 대형병원들이 진료비 과다·부당청구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언론에 비춰지면서 의료인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의료계는 "부당이득"이라는 꼬리표와 의료인에 대한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을 벗는 전기를 마련했으며, 특히 대한병원협회(회장 유태전)를 주축으로 법률자문단을 구성, 조직화된 대응과 소송의 진행이 이번 승소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병원협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책반을 구성해 운영했으며 보건복지부장관과 서울지방검찰청을 방문해 건강보험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고 병원의 충격을 최소화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본회 법률고문 등을 주축으로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처했으며, 요양급여기준 및 진료수가 기준개정 등을 건의하는 등 이번 무죄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급여범위에 속하지 않은 치료재료와 새로운 의료행위의 건강보험 급여화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병원계는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10개 병원장 사기사건, 소송에서 판결까지
이번 사건은 임의비급여 항목에 대해 병원이 환자들에게 의료비를 부담시켰다는 이유로 지난 1997년 검찰이 기획수사에 착수, 10개 병원장을 사기죄 혐의로 기소하면서 출발했다.

이후 2002년 서울지방법원은 환자들로부터 본인부담금을 과다하게 받아내거나 간호사의 단순한 처치를 의사의 지정진료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거액의 이득을 챙긴 것은 상당한 형이 마땅하지만 피고인들이 보건 향상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으며, 10개 사립대학 병원장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한 것.

이와 관련해 같은해 서울고등법원은 10개 병원장에 대해 해당 병원들의 혐의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기소내용 중 사기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005년 3월 11일 대법원도 고등법원의 2심 판결을 인정, 검찰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이번 사건은 병원장의 무죄로 끝났다.

■이번 판결이 임의비급여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인가?
대법원 판결에서 10개 병원장에 대해 무혐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병원계에선 임의비급여를 법적으로 허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10개 병원장이 공모해 임의비급여를 환자에게 청구해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환자를 상대로 사기죄를 범했다"는 검찰의 기소에서 출발한 것. 따라서 대법원은 사기죄에 대한 혐의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임의비급여가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확대해석은 금물이다.

임의비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저촉된다는 해석. 요양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와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할 수 없으며, 부담하게 한 때에는 업무정지처분 및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고등법원의 판결문에도 "병원이 피해자들에게 공소장 및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치료비를 부담시킨 사실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해 채택한 증거에 의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어 환자에게 치료비를 부담시킨 사실이 증거로서 의미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이 증거자료가 해당 치료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에도 환자에게 부담시킨 부분이 있다고는 볼 수 없어 사기죄의 죄책을 묻기엔 무리가 있다는 법리적 해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판결에선 △병원의 치료비 산정 및 부과는 전산으로 이뤄지며 각각의 의료행위와 검사, 약재 및 기자재 항목과 그 각각의 급여 및 비급여 해당여부에 따른 수가가 이미 일련의 고유 코드로 입력돼 있고 △의료행위의 내용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치료비가 산정되며 △피고인 병원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병원에서 시행중이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병원직원들과 병원장이 공모해서 편취행위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문에 판시돼 있어 임의비급여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사기죄의 무혐의에 무게를 실었다.

검찰에서 제시한 진료비내역서 등의 증거자료와 관련해서도 환자들에게 진료비계산서를 교부해 치료비의 내역을 알리고 환자나 가족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전산으로 보관된 자료를 출력·교부함으로써 환자들이 치료비의 상세한 내역을 알 수 있었던 점도 이번 판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사립대학병원장의 경우 임기제로 운영되고, 병원장으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진료와 수술업무를 하고 있으며, 각과의 과장들도 번갈아 맡고 있는 점으로 보아 병원장에 취임한 병원장이 직원들과 공모해 환자들을 편취하려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해석이다.

■임의비급여에 대한 제도적 개선 필요
이번 사건을 통해 의료계는 잘못된 건강보험제도, 수가체계로 인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의료계·의료인이 받고 있다는 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발생되는 모든 의료행위를 건강보험 수가로 인정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의료행위나 재료대의 경우 횟수제한 등을 두고 일정 횟수를 넘어서면 행위발생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실과 법률·제도상의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선 정부도 건강보험 재정한계를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아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임의비급여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 건강보험 시스템 하에선 모든 의료인이 부당의료행위·부당청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의료행위에 대해선 의료기관이 고스란히 비용을 부담하고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병원협회는 이와 관련해 이미 수차례 "건강보험 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비급여제도의 불합리성에 기인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장직을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기범으로 몰아 잘못된 제도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으며, 정부 요로에 관련 건의서를 제출했다.

따라서 신의료기술이 개발되면 속히 건강보험에서 급여인지, 비급여인지를 판단해주고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의료행위와 재료, 치료재료, 약재 등에 대해 수가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설득을 얻고 있다.

□사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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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11. 서울지방검찰청 기획수사 착수
97. 12. 10개 병원장 불구속기소 및 약식기소
02. 1. 서울지방법원 1심 유죄 선고
02.2. 서울고등법원 항소
02.8. 서울고등법원 2심 무죄 선고
02.9. 검찰 대법원 상고
05.3. 대법원 확정판결 : 전원 무죄


□대한병원협회 대응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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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11. 대한병원협회 대책반 구성 및 진정서 제출, 장관면담 및 서울지방검찰청 방문
97.12. 요양급여기준 개선 건의
98. 2. 공동변호인단 구성
98. 4. 법무부장관 면담
2000.7. 장관초청 정책간담회 개최
00.9. 청와대, 법무부, 보건복지부, 검찰청 등 선처 탄원
01.1. 전액본임부담, 일부본인부담 수가항목 신설
01.5. 공동변호인단 보강
01.9. 선처 탄원
02.2. 선처건의 및 성명서 발표
02.5. 공동변호인단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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