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직업병, 국가가 반박못하면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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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직업병, 국가가 반박못하면 업무상 재해"
  • 윤종원
  • 승인 2009.12.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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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적으로 역학관계 규명이 어려운 `희귀성 직업병"으로 사망한 경우 국가가 다른 발병 원인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이례적인 고법 판결이 나왔다.

재해는 원칙적으로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하지만 고도의 지식이 필요하거나 자료가 부족해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면 당사자 측의 입증책임을 완화할 수 있다는 취지여서 대법원 판결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행정5부(조용구 부장판사)는 시멘트 공장에서 21년간 근무하고 나서 부비동암으로 사망한 강모 씨의 부인 우모 씨가 장의비 및 유족 급여를 달라고 근로복지 공단을 상태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부비동암은 코 안쪽의 바깥 콧구멍에서 뒤쪽 콧구멍으로 이르는 콧속 및 둘레의 작은 구멍인 부비동 및 비강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재판부는 "강씨가 암에 걸린 의학적 경로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더라도 이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6가크롬이나 분진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환경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강씨의 사망은 일과 관련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질병의 원인 규명에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 근로자가 업무 중 해당 물질에 노출됐고 건강에 여타 결함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했다면 사업자나 국가가 이를 반박할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 사회보험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강씨가 일하던 시기에는 유해 성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지만, 그가 어떤 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가 없어 유족이 발병 원인을 완벽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씨는 시멘트 공장에서 중간 생산물을 운반하는 일을 주로 하던 남편이 퇴직 후 폐암과 부비동암 진단을 받고 사망하자 공단에 장의비와 유족 급여를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남편이 분진과 크롬에 노출돼 병을 얻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부비동암이 국내에서 1년에 143건 정도만 발생하는 희소 질환이며 시멘트 공장의 작업환경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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