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고 창의적인 도전 "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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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고 창의적인 도전 "더 문"
  • 윤종원
  • 승인 2009.11.12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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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사람들은 에너지가 고갈된 지구 대신 달에서 에너지원을 얻는다. 우주비행사 샘(샘 록웰)은 달 기지 "사랑"에서 3년째 혼자 지내며 에너지원인 헬륨3를 채취해 지구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통신위성이 고장 나 지구와의 연락은 끊겼고 그의 유일한 말벗은 인공지능 컴퓨터 로봇인 거티뿐이다. 목성 위성을 통해 가끔 받아볼 수 있는 아내의 영상이 유일한 위안이다.

지구로 돌아갈 날이 2주 남았을 때 샘은 순찰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고 깨어났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자신을 기지 안에 가두려는 거티를 속이고 밖으로 나간 샘은 사고 현장에서 자신과 똑같은 또 다른 샘을 발견한다.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 하나 없이 우주 기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단 한 사람의 배우가 1인 2역을 하지만, 영화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미래 사회의 모습을 다루는 SF 영화가 발달한 과학 기술을 소재로 다루면서 그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윤리 문제나 존재에 대한 사유라는 주제는 생색내기로 쉽게 건드리고 넘어가는 것에 비하면, 이 영화가 화려한 볼거리 대신 선택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감각과 문제의식은 자못 진지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젊은 감독인 닐 블롬캠프의 "디스트릭트9"과 함께 SF 장르의 틀을 깨는 문제작이자 수작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영국의 신예 감독 덩컨 존스의 데뷔작인 "더 문"은 세계 주요 판타스틱 영화제로 꼽히는 시체스 영화제에서 올해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각본상, 미술상을 받았고 선댄스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광고 연출로 먼저 이름을 알린 이 젊은 감독은 유명 가수 데이비드 보위의 아들이기도 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존스 감독에게 "무서운 신인"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그의 차기작 "뮤트"의 제작자로 나섰다.

감독이자 배우인 케빈 스페이시는 로봇 거티의 목소리 연기로 함께했다.


<<지난 10월 스페인에서 열린 시체스 영화제에 참석한 덩컨 존스 감독. (EPA=연합뉴스)>>

시사회 일정에 맞춰 방한한 존스 감독은 시사회가 끝나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대본을 쓰는 동안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보고 감명받았다"며 "박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영화에 "올드보이"를 본뜬 장면을 넣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그러지 못하고 대신 한국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에너지 회사는 미국과 한국의 합작 회사로 설정돼 우주복에는 성조기와 태극기가 함께 그려져 있고, 기지의 이름인 "사랑(SARANG)"이 기지 내부 곳곳에 한글로 크게 적혀 있다.

존스 감독은 "사랑"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에 대해 "외국 사람이 들었을 때 "사랑"은 신비로운 단어이고, 영화가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는 존스 감독은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고 경험을 쌓기 위해 악기나 언어를 많이 배웠다"며 "언어는 지금도 좋아하고 관심이 있지만 음악에는 별로 소질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12세 관람가. 26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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