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계약제 앞서 수가 현실화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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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계약제 앞서 수가 현실화가 우선
  • 김완배
  • 승인 2009.10.15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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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수지악화 책임 의료계에 전가해선 안돼
2010년 건강보험 수가협상과정에서 총액계약제 도입문제가 거론됐다. 총액계약제는 의약분업 시행이후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때마다 단골메뉴로 떠올랐던 사안이다.

가입자측의 눈치를 봐가며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보험자측으로선 의료공급자들을 억눌러 손쉽게 건강보험 재정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카드로 총액계약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지출액은 지난 2007년의 경우 20조원을 넘어 섰다. 1997년의 5조7천억원대와 비교할 때 3.6배나 많아졌다. 요양급여비 지출규모가 이처럼 커진 것은 의약분업 시행으로 처방전을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빈도가 높아진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실제 1990년 3.54건에 불과했던 수진율이 2003년에는 9.03건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내월일수도 1990년 8.23일에서 2006년 16.08일로 늘어났다. 의약분업 이전까지는 의료기관을 가지 않더라도 쉽게 약을 구해 자가치료하던 환자들이 의약분업 이후에는 처방전이 있어야만 약을 구할 수 있게 돼 수진율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공단은 이렇게 높아진 수진율 때문에 수지를 맞추지 못하게 된 건강보험 재정의 책임을 총액계약제를 통해 의료공급자들에게 돌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정해놓은 진료비 총액안에서 의료공급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문제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기때문이다.

총액계약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만 어느 지역의 경우 총액계약제 시행이후 300곳이 넘던 개인 의료기관이 절반 수준인 160곳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총액계약제가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예라 하겠다.

원가의 70%밖에 수가로 보전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은 지금까지 수가수준에 몸집을 맞춰왔다. 그러다 보니 인력을 줄이거나 결원된 인력을 채우지 않아 우리나라 병원에서 일하는 인력은 병상당 0.9명에서 1명 정도로, 전 세계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사를 제외하고도 3.6명이나 돼 우리나라와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총액계약제가 도입되면 대만의 경우처럼 의료기관들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질 것이며, 살아남은 의료기관들도 경증환자 위주로 진료하거나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과 양을 낮추는 도리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은 점점 더 낮아져 그 피해는 의료소비자인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이다.

수가 현실화나 의료의 질관리를 담보할 수 없는 제도적인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총액계약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의료공급자들을 쥐어짜서 건강보험 재정수지를 맞추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공단은 건강보험 수지를 의료공급자들을 억눌러 해결할 것이 아니라 보험료와 수가의 균형적 조화를 맞춰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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