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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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
  • 김완배
  • 승인 2009.09.17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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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거점병원, 복잡·중복 보고에 시달려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들을 치료하는 거점병원들의 애로사항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하루종일 정부 부처 이곳 저곳으로 부터 반복된 보고요구에 시달리는가 하면, 마스크와 같은 물품 부족에 시달리고 다른 입원환자나 의료진에 전염될까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지훈상)는 16일 오후 3시 사학연금회관 2층 대회의실에 전국 치료거점병원 책임자들을 불러 놓고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날 치료거점병원들은 주로 복잡하고 중복적인 보고체계와 물품 부족, 간호인력 등 의료인력 차출에 따른 인력운영상의 고충과 진료비 환수 우려, 다른 입원환자나 의료진의 원내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그에 따른 환자 민원발생과 보상처리 등의 애로사항을 집중 호소했다.

#하루종일 반복된 보고로 환자진료에 집중하기 어려워

건양대 감염내과 김윤화 교수는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처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방식이 지나치게 행정관리 위주로 치우치고 있는 문제를 꼬집었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도 이같은 행정처리를 하고 있는 지 되묻고 “하루종일 행정당국에 보고하는데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심평원과 보건소에 입원환자와 중환자 현황을 보고하고 확진환자는 전염병환자 발생보고체계에 따라 보건소에 따로 보고합니다. 오후 5시 타미플루 처방상황을 보건소에 또 보고합니다. 지자체에서도 별도로 보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신종 인플루엔자와 관련한 중복적이고 복잡한 보고체계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환자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선해줄 것을 건의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세화 진료지원팀장은 신종 인플루엔자 보고체계와 관련, “똑같은 보고를 보건소와 심평원, 질병관리본부에 중복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히 “심평원에서 구분하기 어려운 의심환자와 확진환자를 구분해 보고할 것을 요구,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왕준 병협 신종플루 대응본부 상황실장은 “현재 공단이나 심평원에 웹베이스로 보고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에서 논의중”이라고 밝히고 “내주부터는 보고체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환자의 경우 전염병관리지침에 따라 사후보고를 하더라도 개별 보고는 해야 한다는 이 상황실장의 설명이다.

#마스크 등 물품 부족에 시달려

충남 서해병원 이상용 이사장은 “마스크를 낱개로 450개 받았으나 부족해 평소 600원 하던 마스크를 900원에 구입해 발열환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물품부족을 토로했다. 전자체온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4만원하던 것이 16만원으로 가격이 급등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사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

이 이사장은 열감지기의 경우 학교나 장례식장같은 다중이용장소에 설치, 사용해야 하는데 보건소와 군청에 설치돼 있다고 지적하고 효율적인 사용을 촉구했다.

이왕준 상황실장은 이에 대해 “의료현장에서 수술용 마스크 등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별도로 구하려고 해도 시장에서 물품이 동이 나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에 개선건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의료인력·시설 부족‥기존 환자 치료에 지장

경기도 양주에 178 병상급 병원인 양주예수병원의 한 관계자는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전문의와 간호사 1명씩을 전담배치하고 있어 기존 환자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철원 길병원의 관계자도 “별도로 운영하던 한의원 공간에 20 병상의 격리병동을 설치하고 버스에서 외래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를 진료하고 있고 있으나 의사와 간호사를 전담배치한 탓에 의료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세화 팀장은 “올 4월에 새로 오픈한 응급실 중환자실을 겪리병실로 사용하고 있으나 기존 중환자실 환자에 영향을 미치는 진료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스낵코너 하나를 비워 임시 응급실로 사용하면서 하루에 100명 정도의 환자를 치료중이며, 여기에 각각 의사와 간호사가 3명씩 매달리고 있고 별도로 행정직원을 배치, 운영중이다.

또한 하루에 120-130 통의 신종 인플루엔자와 관련한 전화문의에 응답하는데 적잖은 인력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목포기독병원 관계자는 “옥외에 설치된 신종플루 진료소에 의사 등 의료인력을 10명 정도를 투입중이나, 간소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기회에 간호인력난도 함께 해결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병원은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 매년 주변 간호대학 20명에게 장학금을 주기까지 하는데도 간호인력난은 여전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공무원도 의료현장에 나와 함께 고통분담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남정현 한양대병원장은 “추석때 신종 인플루엔자가 100만명 이상 발생하고 입원환자가 1천명이 넘게 되면 치료거점병원의 의료인력과 시설로는 다 수용하지 못할 것”며 국립의료원과 지방공사의료원 등 국공립병원을 모두 활용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료비 환수 우려‥심평원 지침 필요

남정현 한양대병원장은 “심평원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와 관련한 지침이 오지 않아 나중에 환수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심평원에서 추후에 의증환자가 아니라고 하면 혼란이 있게 될 것”이라며 보험처리와 관련한 명확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선 의료현장에서 이같은 추후 보험처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타미플루 처방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에 2만개 가량 처방될 것으로 예상된 반면 실제 처방건수는 20%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왕준 상항실장은 이와관련, “민관합동실무위원회 회의에서 지금은 예방중심에서 치료중심으로 정책이 바뀌어 과잉처방을 해도 환수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됐다”고 밝히고 “확진검사를 거치지 않더라도 임상적이나 의학적으로 신종 인플루엔자가 의심되면 적극 처방해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의료진·다른 입원환자 원내감염‥환자와 분쟁 우려

이날 회의에선 또 원내에서 의료진이나 다른 환자의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됐다.

이두익 병협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본부장은 최근 경북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례를 내세워 “원내 감염은 막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앞으로 직종별, 환자별 원내감염 예방을 위한 지침서를 정리해 나눠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왕준 상황실장은 “의료진 감염시 공가처리하는 문제나 원내감염에 따른 환자와의 의료분쟁 발생과 진료비 납부거부 사태가 우려된다”며 원내감염에 따른 보상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왕준 실장은 또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신종 인플루엔자의 특성상 1회용 마스크를 통한 감염도 우려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복지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이밖에도 치료거점병원 지정과 격리병동 운영에 따라 이들 병원을 찾는 환자와 입원환자가 줄어들고 있는 문제와 감염관리료의 비현실성이 지적됐다.

지훈상 병협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적된 문제점을 정리, 개선책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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