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형사의 영움담 다뤄
상태바
시골형사의 영움담 다뤄
  • 윤종원
  • 승인 2009.06.04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거북이 달린다
김윤석이 주연한 영화 "거북이 달린다"는 김윤석에게 남우주연상을 떠안겨준 전작 "추격자"와 확실히 다르다.

"추격자"에서 김윤석이 전직 형사인 보도방 사장으로 등장해 범인을 쫓았고, "거북이 달린다"에서도 현직 형사인 김윤석이 범인을 쫓는다는 기본 설정 때문에 ""추격자" 2편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떠돌았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를 만든 이연우 감독의 말대로 주인공의 직업이 형사라는 점 말고는 비슷한 구석이 없다. 근본적으로 두 영화는 지향점이 다르다.

"거북이 달린다"는 "추격자"처럼 피가 흥건하지도 않고, 심장을 조이는 긴장과 스릴도 없다.

대신 영화는 감독의 고향인 충청남도 예산이라는 배경 속으로 푹 젖어들었다. 사람들은 여유 있고 순박하며, 적당히 속물적이면서도 인정 많고, 때로는 미련하고, 가끔 오기를 부릴 줄도 안다.

영화는 그런 평범하고 순한 사람들이 사건에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고, 그들에게 승리를 안겨줌으로써 온기를 전한다.

시골형사 조필성(김윤석)은 게으르고 무능한 탓에 만날 아내의 타박을 받는 신세지만, 일일교사로 딸의 기를 세워주고 싶은 아빠다. 안마 시술소 포주에게 돈을 받고 친구를 미끼 삼아 새로 생긴 출장 안마업소 포주 검거에 나섰다가 일이 잘못돼 3개월 정직을 당한다.

미안한 마음에 아내의 쌈짓돈 300만원을 훔쳐 돈을 건 소싸움에서 운이 좋아 큰돈을 따지만 탈주범 송기태(정경호)에게 몽땅 빼앗기고 손가락까지 잘리는 수모를 당한다.

형사로서의 명예와 가장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조필성이 동료 형사가 아닌 동네 건달 친구들과 벌이는 고군분투는 안쓰러움에 한숨이 나오고 어이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다.

탈주범에게 "형사 맞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실컷 두들겨맞고, 자기 수갑으로 손목과 발목이 연결돼 엉거주춤한 자세로 겅중겅중 뛰는 상황에서 동네 강아지마저 쫓아와 짖어대니 폭소가 터지지 않을 수 없다.

탈주범을 향해 가스총을 쏘지만 탈주범은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데 정작 가스총을 쏜 형사는 정신을 못 차리니 "형사 맞냐?" 소리가 절로 나온다.

결론은 예상 가능하듯, 쉬지 않고 끈질기게 달린 거북이(조필성)가 결국 약삭빠른 토끼(탈주범)를 잡아 눕힌다.

범죄 스릴러나 액션 영화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이나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기보다는 긴장 풀고 느긋한 마음으로 보아도 좋을 "드라마와 코미디 사이" 영화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