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싸이보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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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싸이보그 그녀
  • 이경철
  • 승인 2009.05.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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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감독은 일본에서 만든 "싸이보그 그녀"를 "엽기적인 그녀"와 비교해서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싸이보그 그녀"를 보면 "엽기적인 그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일본 청춘스타 아야세 하루카가 연기한 로봇 여자친구는 전지현이 맡은 "엽기녀"의 업데이트 버전이다. "업데이트"는 주로 엽기성 면에서 이뤄졌다. 어딘가 좀 이상했던 사람이 아예 로봇이 되어 버렸으니 그녀의 기이한 행동에는 한계가 없다.

고이데 게이스케가 맡은 지로는 차태현이 연기한 "순진남"을 빼닮았다. 어수룩한 행동과 얼뜬 표정, 엽기적인 여자친구에 대한 반응까지 그대로다.

로맨틱 코미디가 SF 판타지로 건너갔지만 영화에 흐르는 정서는 달라지지 않았다. 남자의 곁에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만 "감정"을 용납할 수 없는 여자와 그 여자에게 휘둘리면서도 지고지순한 순정을 바치는 남자 사이의 신파 멜로는 여전하다.

아주 먼 미래, 한 여자가 경매에서 자신과 똑 닮은 사이보그를 낙찰받는다. 여자는 사이보그의 기억을 엿보고, 그 기억을 따라 타임머신을 타고 2007년으로 향한다. 여자는 대학생 지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하루 만에 말없이 사라진다.

1년 뒤인 2008년, 지로 앞에 여자가 다시 나타난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말투도 이상하고, 힘은 이상하게 센데, 이 여자는 사람이 아닌 사이보그이기 때문이다. 지로의 집에서 여자는 "미래의 지로"가 보낸 영상 편지를 전달하고, 둘의 동거가 시작된다.

"싸이보그 그녀"에는 판타지, 멜로, SF, 재난, 액션, 코미디가 복잡하게 혼재한다. 지로와 사이보그 사이의 일화들은 유쾌하고 코믹한 분위기로, 둘 사이의 사랑 이야기는 애틋한 멜로 분위기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미래 사회를 그린 장면들과 나름대로 스케일 큰 지진 장면이나 총격전이 더해졌다.

그러나 여러 요소들이 제각각 강한 색채를 가지고 튀어나오는 탓에 이야기가 말끔히 정리되지 않는다.특히 SF 판타지에 신파 멜로를 섞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던 듯하다. 구슬픈 배경음악도 눈물샘을 자극하지 못한다.

사이보그와 똑같이 생긴 "실제 그녀"의 일화는 영화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인간 여자의 사연은 복잡한 줄거리의 아귀를 맞추는 역할을 했다기보다는 지로와 로봇 여자친구의 관계로 충분했을 줄거리에 끼어든 사족에 가깝다.

그나마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배우들의 매력이다. "엽기적인 그녀"를 제 옷 입은 전지현과 차태현이 살렸듯, 아야세 하루카는 로봇 연기를 하면서도 귀엽고 상큼하며 고이데 게이스케는 어수룩하고 순수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

5월 14일 개봉. 관람 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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