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레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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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레드아이
  • 윤종원
  • 승인 2005.02.1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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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자꾸 이상한 게 보여요"

수십 명의 생명을 앗아간 열차사고가 일어난 후 16년. 사고 난 열차의 일부 객실은 새 열차에 붙여 사용되고 있다. 이 열차가 폐기되기 전 마지막 운행일, 이날 사고에서 아버지를 잃었던 미선(장신영)이 기차에 탄다.

성인이 돼 기차 내 과자 판매원으로 일하는 미선에게 열차는 애정과 증오가 겹쳐있는 대상이다. 미선이 근무를 바꿔가면서까지 이 마지막 기차를 타게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밤 11시50분, 서울역발 여수행 기차가 출발하고 미선은 과자 카트를 끌며 객실을 돌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차는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그러던 중 미선의 눈에는 남들이 못보는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레드아이"(제작 태창 엔터테인먼트)는 귀신에 대한 공포와 열차 사고라는 재난에 대한 두려움의 결합이라는 데서 일단 돋보이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야간 열차에 탄 사람들의 구성은 다양하다. 가출한 소녀들과 낯 간지러운 애정 행각에 빠져있는 커플, 한 무리의 휴가나온 군인, 불친절한 여승무원과 따뜻해 보이는 남자 승무원, 묵묵히 책만 읽고 있는 중년의 여성과 냉소적인 남녀 등 인물들은 열차라는 갇힌 공간에서 재난을 해결해야 하며 동시에 공포스러운 존재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미선의 눈에 보이는 낯선 풍경은 88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사고 당시의 열차안 모습이다. 그 시대의 옷차림에 머리 모양, 세로쓰기 신문 등이 눈에 띄며 자신이 `그날"의 그 기차 안에 타고 있다는 데 당황해 하고 있을 무렵 열차는 조금씩 아수라장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멈춰있던 과자 카트가 혼자 움직이더니 아무도 없는 침대칸에는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하나, 둘 사람들의 시체가 발견되고 마침내 열차는 중간역에 정차하지도 않고 선행 열차를 향해 폭주한다.

영화는 궁금증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비교적 탄탄하게 공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밤 기차에 탄 사람들의 익명성이 주는 두려움과 원인 모르게 자꾸 모습을 드러내는 귀신의 존재, 죽어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오늘따라 불안하게 들리는 열차의 굉음까지 감독은 관객들을 비명의 즐거움으로 이끄는 데 성공하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초반에 쌓인 기대에 비해 후반부는 그럴싸한 `폭발" 없이 얼버무려지는 느낌이다. 범인이 밝혀지는 부분도 그다지 극적이지 않는 데다 범죄 동기도 그리 명확하지 않은 편. 후반부 개운한 설명 없이 부정(父情)이라는 흔한 결론으로 줄거리가 점프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일부 장면에서 `눈에 확 띄는" 어색한 컴퓨터 그래픽도 사실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링"의 김동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세 번째 극장용 장편 영화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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